"정말이야. 엄마는 아빠한테 너에 대한 이야기들 모두 했어. 그리고 아빠가 자부하는데, 엄마가 말한 걸 다 지켰거든. 멀리서 나와 너를 바라보면서 자랑스러워는 하겠지만 우리 앞에 나타나진 않을 거야." 노을에 비치는 아빠의 주름진 얼굴에는 눈부신 감정이 빛났다. 열심히 살아온 지난 세월에 대한 자부심이었다. "우리 셋 모두 최선을 다했잖니. 원래 그러지 못한 사람들 이 남은
"난 사실 잘 가늠이 되질 않네. 우리 부모님은 사이가 나빴거든. 그거 보고 내가 결혼을 안 하겠다고 결심할 정도로." "그러셨구나. 그런데 사장님 뭔가 되게 화목한 집안에서 자 라셨을 거 같은데." 나희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미수는 활달하고 명랑한 성격 이어서 50이 넘었는데도 젊은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늘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그녀가 불화 있는 가정에서 자랐다니 의외였다.
둘은 똑같은 광경을 떠올렸다. 눈부신 햇빛 아래 펼쳐졌던 바다. 그때는 죽음이 이렇게까지 가까울 줄 알지 못했다. 누구나 죽음의 시기를 모른다. 희진은 어려서부터 미리 죽음을 준비했는데도 몰랐다. 하지만 누군가는 세상을 떠나도 누군가는 남아서 살아간다. 떠난 사람의 기억을 품은 채 산다. 그것이 끝없이 반복되는게 삶이다.
그의 삶은 난관이 가득했지만,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연민도 강선빈이 원하는 바가 아닐지 모른다. 그저 있는 그대로 타인의 삶을 받아들이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그래도 마지막에 사과하고 네 잘못을 수습한 건 잘했어. 그럴 기회가 있어서 다행이었지. 안 그러니?" "그건 그래요." "편하게 떠나도 돼, 이제."
나희는 죽은 사람들이 어떨 때 지상에 머무는지 궁금했지만, 수영은 사람 나름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삶만큼 죽음도 모두에게 고유한 것이다. 죽음의 순간이 모든 사람에게 다르듯 죽음 이후도 달랐다. "대체로는 죽은 사람이 미련이 있거나, 반대로 산 사람이 미련을 가지고 붙잡고 있거나. 뭐 그런 경우지. 미련이라는 게 원한일 때도 있고 후회일 때도 있고." 죽는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