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형은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몰랐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거실에서 채원이가 소리 지르며 뛰는 모습, 아 빠가 웃으며 출근하는 모습, 가족 모두가 모여 밥을 먹는 시간, 친구들과 PC방에 몰려가서 게임을 하고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먹던 시간이 그리웠다. 어쩌면 그런 날이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병원에 있는 할머니에게도 그럴 것이다. 이제야 알았다.
담임이 다시 말을 이어 갔다. "선생님이 어릴 때 살던 집에는 왕거미가 많았어. 근데 왕거 미란 놈이 진짜 이상한 게 밤에만 활동하고 해 뜰 무렵에는 거 미집을 그대로 방치하고 숨어 버려. 낮 동안에는 바람 때문에 거미집이 꽤 많이 부서지는데, 신기한 게 뭔 줄 아니? 밤에 왕 거미가 다시 나타나. 그리고 어떻게 하는 줄 알아? 부서진 거 미줄을 입에 넣고 있다가 다시 새 거미줄을
"오늘은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읽고 주제 토론을 하기로 했지? 선생님도 중학생 때 읽었는데, 어렵다고 느끼면서도 정말 감명 깊게 읽었어. 엄격한 부모 밑에서 모범적인 생활을 하던 싱클레어가 크로머라는 불량소년에게 세 보이고 싶은 마음에 과수원에서 사과를 훔친 적이 있다는 거짓말을 해. 그리고 이 거짓말 때문에 어둠의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되지." 독서 활동 시간이었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잿빛구름이 태양을 가리고 있었다. 그러나 저 태양이 곧 구름을 걷어내고 빛을 드리을 것이다.‘이제 흔들림 없이 태양을 기다릴 거야.‘준형은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며 경찰서 문을 밀었다. 경찰서 안으로 한 발 내딛자, 가슴을 짓누르던 무거윤 공기가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나는 할머니를 밀지 않았다. 그럼에도 할머니가 게단 아래로 떨어지는 걸 본 순간 두려웠다. 숨기고 싶었다. 할머니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보다 내가 먼저였다. 그때부터 모든 게 틀어졌다.세상에 완벽한 거짓말은 없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보통의 나날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았으니, 지금이라도 돌아갈 곳을 만들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