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방 해결될 것 같았던 사건이 해결되지 않고 답보 상태에 놓이자, 현진은 차갑고 어두운 바다를 표류하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열기가 얼마쯤 식은 후에야 자신이 그간 돈을 찾는 일에 지나칠 정도로 열성적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렇게 집요하고 그악스럽게 무언가를 물고늘어진 적이 있었던가.
연수는 할머니를 자신에게 맡겨두고 돈을 버는 어른들에 대해 생각했다. 오래전 자신을 할머니에게 맡겨두고 돈을 벌러 나갔던 할아버지와 주말에도 일이 있어 시간을 비우기가 곤란하다고 했던 엄마와 아빠. 그리고 지금은 할머니를 자신에게 맡겨두고 돈을 버는 부모를 생각했다. 그들은 그때 나를 찾아가지 않았듯 이번에도 나에게서 할머니를 찾아가지 않으리라.
제대로 슬퍼하기 위해 한국에 돌아왔다는 말은 복잡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쉽게 이해되기도 했다. 때로는 고통스러울 줄 알면서도 얼음장 같은 현실에 몸을 담가야만 하니까. 그게 삶을 나아지게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이모가 본격적으로 고통을 견더보기로 결정했다고 하니 그 슬픔을 잘 버텨내도록 곁에서 지켜야겠다고 다짐할 뿐이었다. P.321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