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의 시간은 어쩌면 어린 시절과 마찬가지로, 인생의 처음과 끝에만 허락된 자유로운 시간일지 모른다. 기꺼이 즐겨도 되고, 때로는 괴로워해도 된다. 좋고 나쁨을 가리지 않고 새로운 감정을 단 한 번이라도 맛보기 위한 시간이라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 오히려 두려운 것은 특별한 일 하나 없이 그저 우두커니 살아가는 것이다.
늙는다는 것이 초라하고 재미없어 보여도 괜찮은 걸까. 특히 젊은 사람에게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게 괜찮을까. 미래에 희망을 품을 수 없을 텐데.나는 어찌 된 건지, 앞으로 살아갈 노후가 너무 기대된다.남편을 잃었지만, 오히려 이제는 죽음이 불안하지 않고 궁극의 안전망처럼 느껴진다. 어떤 아픔도, 슬픔도 결국 그곳에서 모두 거두어지기 때문이다. 영원히 이어지는 슬픔은 없다. 그
문득 떠오른 ‘집에 가고 싶어’라는 말은 어쩌면 집합적 무의식이라는 거대한 의식의 바다로 돌아가고 싶은, 태아가 양수 속을 자유롭게 떠돌고 싶은 욕망이 아닐까. 그것은 죽음에 가까운 감각일까, 아니면 생 이전의 감각일까. 살아 있는 나는 어떻게 하면 영혼의 근원에 가까워질 수 있을까. 지붕 위로 올라 별을 따려는 것과 같을까.
풀냄새와 새소리, 발끝에 밟히는 흙의 부드러움이 스며들 듯 다가왔다. 그 순간 비로소 ‘아, 지금 살아 있구나’ 하는 실감이 났다. 앞날을 걱정하거나 고민하지도 않았다. 돌아가야 할 곳으로 돌아간다는 것. 그저 자신을 기쁘게 하겠다는 마음에 귀를 기울였다.그로 인해 마음속에서 일어난 변화를 나는 온전히 써 보고 싶다. 그렇다. 처음부터 알고 싶고, 또 알고 있던 것을 기록하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