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빗한 공간을 얻는 다른 방식은 익명성을 통해서 얻는 것이다. 대도시화되면서 공간의 부족으로 없어지는 사생활의 자유는 대도시의 익명성이라는 장치를 통해서 회복된다. 나를 모르는 여러 사람 속에 섞여 있게 되면 나는 더 자유로워진다. 더 자유로워질수록 그 공간에서 사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 사적으로 행동한 만큼 그 공간을 소유하는 것과 마찬가지가 된다.
죽은 사람을 기리는 슬픈 애도의 시간을 보내고 반대쪽 꼭짓점으로 걸어 나올 때는 워싱턴 기념탑 혹은 링컨 기념관같이 미국 정신을 대표하는 자랑스러운 기념관을 바라보면서 밝은 미래를 생각하는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올라오게 되어 있다. 한 편의 영화와도 같이 기승전결이 펼쳐지는 가슴 벅찬 시퀀스를 갖고 있는 기념관이다. 주변의 콘텍스트를 이보다 더 잘 이용한 기념관은
팔림프세스트(Palimpsest, 복기지)란 단어가 있다. 이 단어는 원래 양피지 위에 글자가 여러 겹 겹쳐서 보이는 것을 말한다. 종이가 발명되기 전 양피지에 글을 쓰던 시절에는 귀한 양피지를 재활용하기 위해서 이미 쓰여 있는 글자를 지우고 그 위에 다시 글자를 써서 이전에 쓴 글자들 위로 새로이 쓴 글자가 중첩돼 보이는 일이 흔했다. 이런 뜻의 단어가 건축에서는 오래된 역사적 흔
도시가 고밀화, 고층화되면 지면은 점점 건물에 묻히게 된다. 건물 옥상과 지면이 멀어질수록 건물의 길어진 그림자 때문에 지상은 더 어두워지는데, 건물에 바짝 붙어서 위치한 인도는 가운데를 차지한 차도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더 어두워지게 마련이다. 2층 높이에 있는 하이라인 철도 부지는 1층 인도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높은 인공 대지다. 2층에 올라간 만큼 시야에서 자동차도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