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권은 그의 책 『묵묵』에서 ‘책임responsibility’이란 단어를 다음과 같이 해석한다. “이 말은 ‘response’(응답)라는 말과 ‘ability’(할 수 있음)라는 말의 합성어다. 요컨대 ‘책임’을 글자 그대로 풀면 ‘응답할 수 있음’이 되는 것이다.”* 그는 ‘응답한다’는 것은 그전에 ‘말 걸어옴’이 있다는 뜻이며, 그렇기에 ‘응답’은 일종의 ‘말하기’이지만 단순한 말하기
나의 찢긴 일기장에게, 그걸 찢어 버린 어린 내 손에게, 연필을 깎던 아침에게, 아팠던 무릎에게, 나를 바라보고 매만졌던 사람들에게, 내가 애써 삼킨 말들에게, 열리지 않던 창문에게, 다정한 눈물에게, 눈물보다 부드러웠던 깊은 잠에게, 내가 사랑이라고 믿었던 모든 것에게, 젊었던 할머니에게, 상처와 치유를 주던 시간에게, 좋아하던 하늘색 드레스를 입고 밥상 앞에 앉아 있던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