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지나고 보니, 삶이란 제가 느낀 것보다 훨씬 짧고 가벼운 것이었습니다. 저를 그토록 괴롭게 한 기억마저 없었더라면 무척 허무할 뻔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그러니 언니도 지나온 시간을 굳이 잊으려 말고 사시기를 바랍니다. 훗날 먼 곳에서 우리가 다시 만났을 때, 언니가 제게 가만가만 들려줄 이야기를 하나도 잃지 말고 사시길 바랍니다. 그러다가 너무 힘이 들면, 어딘
만약 이소가 모든 사실을 아는데도 제가 계속 버틴다면, 이소가 계속 엄마를 때리는 아빠와 아빠에게 맞는 엄마 밑에서 자란다면, 이소의 마음속엔 감당할 수 없는 불안과 공포 그리고 슬픔이 자리하게 될 것이었습니다. 그것이 이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삶 전반을 지배하게 될 것이 분명했습니다. 그러다 보면 이소는 또 다른 그 사람으로 자랄지도 모르는 일이었습니다. 그것도 아니
저는 늘 제가 마지못해 산다고 생각했습니 다. 살아서는 안 되는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 적도 있고요. 그렇지만 더는 살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괜히 아쉬워지는 게, 의외로 삶을 꽤 적극적으로 살았던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한편으로는 이토록 무서운 병으로 죽어야 한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것을 용서받은 기분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것이 안도감에 가깝냐고 물으신다면 그건 아닙니다
남은 사람이 떠난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는 일을, 나는 더 이상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이미 오래전에 끝나버린 후회를 짊어지고 사는 일, 더는 유효하지 않은 기다림을 질질 끌며 사는 일이다. 그러나 그 생각을 조금이나마 고쳐먹게 된 일이 있었다. 마지막을 코앞 에 둔 여든의 어르신의 잠자리를 봐드린 직후였다. 초저녁부터 선잠에 들었다 깼다 반복하던 그는 잠꼬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