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혼돈 속에 살고 있고, 혼돈 속에선 전쟁 이 태어나. 좀 더 간단하게 설명해 볼게. 지난 세계대전은 인류가 저지른 최악의 만행이었어. 무슨 교훈을 얻었을까? 더 큰 폭탄, 더 좋은 폭탄을 만들어야 한다는 교훈. 히틀러는 뻔뻔하게 존재했고, 언젠가 때가 오면 분노에 겨운 또 다른 하찮은 남자가 나타날 거야. 가끔 나는 우리가 시대 불문 여러모로 완전히 망했다고 생각한단다.
로미 란다우가 누구였든 간에, 그녀가 쓴 시는 선명했으며 내가 목격한 세계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내가 아는 곳들, 최근에 겪은 장소들의 이미지가 시 안에 담겨 있었고 그녀가 택한 어휘는 연금술이나 주문 같았다. 내가 앉아 있는 바로 이곳에서 쓰인 작품들이었다. 초원 위로 바다 안개가 내리깔리고 새들의 둥지가 자리한, 맞다, 어두컴컴한 새벽녘을 슬그머니 돌아다니는 오소리들
"피보나치 패턴은 굉장히 놀라운 자연현상 중 하나야. 비율에 관한 건데, 자세하게는 잘 모르지만 두 수의 합이 다음 수가 되는 그런 거야. 증가하는 수열인데, 토끼 번식 과정을 관찰하다가 처음 발견됐지. 솔방울과 파인애플에도 있고, 줄기에 달리는 잎의 배열에도 있어. 바나나와 사과에서도 발견된다고들 하던데, 너도 궁금하면 나중에 같이 확인 해 보자. 조개껍데기에도, 아티초크
"너는 오직 네가 원하는 대로만 삶을 살아야 한단다. 다른 누군가를 위해 살지 말고. 우리는 거대한 변화의 문턱에 서 있어. 나를 믿어보렴. 모든 순수가 사라진 지금, 어떻게 해야 할까? 자유, 그리고 자유를 추구하기.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언제나 노력해야 할 목표야. 미래가 불확실할지라도 그 미래를 거머쥐는 건 온전히 네 몫이야. 이 모든 무의미한 폭력 속에서 반드시 좋은 것이
"저기, 나는 바다가 부리는 변덕에 휘둘리고 싶지 않아, 로버트. 그게 전부야. 그냥 거부하고 싶어. 바다는 심술을 부리고 폭풍을 몰고 다니는데 나는 매일매일의 드라마를 견뎌 줄 수가 없어. 그리고, 가끔은······ 사실 꽤 자주, 바다는 그냥 따분해. 똑같은 칙칙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또 들려주는 걸 반복할 뿐이야. 지구의 폐기물 냄새를 풍기면서. 난 그런 것엔 관심 없다." #리딩
나는 울음소리가 나는 방향을 따라 어두워지는 푸른 하늘을 몇 분 정도 바라보다가 마침내 나뭇가지 위에 앉은 그 형체를 발견했다. 그리고 찰나였지만, 옅은 구름 한 줄기가 지나는 두 개의 달처럼 크고 깜박임 없는 눈을 보았다. 바로 그 순간, 바다와 하늘이 만나는 수평선에 홀로 선 선원들과 어부들이 나와 동류임을 느꼈다. 반짝거리는 등불 하나에 의지해 자신의 존재를 알려야 하
전쟁이 시작되던 때 나는 어린아이였고 끝날 무렵에는 청년이었다. 전쟁의 여파가 섬나라 전역에 거대하고 무거운 구름처럼 내려앉았고 잃어버린 것들은 선연했다. 울먹이는 생존자들의 가슴에 달린 그 어떤 붉은색, 흰색, 푸른색 깃발 혹은 훈장도 그 사실을 바꿀 수는 없었다.역사책에 쓰인 그대로 믿어선 안 된다. 연합군의 승리는 달콤하지 않았으며, 뒤이은 겨울은 그 어느 때보다도
전쟁이 있었다. 분쟁은 끝났지만 그것을 통과한 이들이 고향까지 그 기억을 이고 왔기에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사람들의 눈빛 속에 전쟁은 형형히 살아 있었고, 피로 물든 망토처럼 어깨를 무겁게 내리누르고 있었다. 심장에서도 전쟁이 자라났다. 뿌리를 단단히 박아 내려 결코 뽑히지 않는 시커먼 꽃과도 같았다. 씨앗조차 지독히 유해했고, 너무도 깊숙이 흩뿌려졌기에 기억은 영영 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