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황혼이 지고 어둠이 내리면 무언가 보일 것입니다. 불꽃입니다. 죽음의 불꽃 말입니다. 눈이 있는 자는 어두운 하늘을 가르는 불꽃을 볼 것입니다. 그것은 죽음의 불꽃이자, 죽음이 지킨 진실의 불꽃입니다. 진실은 스스로의 시간을 창조합니다. 창조된 시간은 젊은 혼을 격동시킵니다. 격동된 혼은 전사의 혼입니다. 해방광주의 전사는 사라지겠지만 새로운 전사들은 역사의 시간
그들의 행위는 독재의 반인륜성과 함께 민주주의의 가치를 일깨워 인류가 오랜 세월에 걸쳐 획득한 보편적 진실의 소중함을 생각하도록 했습니다. 그래서 세계의 언론들이 해방 광주의 등불을 주시하는 것입니다. 신군부가 왜 수만의 군대를 풀어 해방광주를 봉쇄할까요? 두려움 때문입니다. 우리가 계엄군을 두려워하듯 신군부는 해방광주를 두려워합니다. 우리의 두려움은 무력이며, 그
너무나 캄캄해 어둠 자체였던 우리에게 빛으로 다 가왔습니다. 빛은 어둠 속에서 길을 잃고 어찌할 바를 몰랐던 우리가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어둠을 걷어내고 있었습니다. 그 빛들이 모이고 모여 마침내 해방광주의 등불이 되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스스로가 인간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강선우는 총구를 천천히 내렸다. 총구가 닿은 곳은 소령의 이마 였다. 소령은 눈을 크게 떴다. 피와 눈물에 짓무른 그의 눈은 공포와 의혹에 싸여 있었다. 강선우는 알고 있었다. 자신과 소령을 잇는 유일한 끈이 죽음임을. 끈을 자르는 것은 자신의 몫이었다. 이 가혹한 현실 앞에 숨을 곳이 없었다. 그가 원한 것은 해방이었다. 죽음의 기억으로부터의 해방이었고, 그 첫걸음이 소령의
해방광주는 피와 눈물 속에 세워진 공동체입니다. 피와 눈물에 닿지 않고는 한 걸음도 갈 수 없는 공동체가 해방광주입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하려고 합니까? 탁자에 앉아 피와 눈물의 추억을 지우려 합니다. 지울 수 없는 추억을 지우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이래서는 안 됩니 다. 우리의 추억을 지켜야 합니다. 장려하고 아름다운 추억을 지켜 우리의 동생과 누이에게
해방광주는 분열의 회오리 속에서 표류하고 있었다. 분열의 중심에 혁명이란 두 글자가 있었다. 해방광주에서 혁명은 숨겨야 할 꽃이었다. 숨김의 자리가 민주주의였다. 5월 16일 광주의 밤을 아름답게 수놓았던 대학생들의 햇불 시위는 민주화 성회였다. 민주주의는 해방광주에서 피어오르는 혁명의 피 냄새를 차단하는 희망의 언어였다. 대학생 책임론이 비무장 시민들에게 열렬히 받은
지난 며칠 동안 그들은 삶과 죽음 사이에 있었다. 삶은 죽음을 향해 팔을 벌렸고, 죽음은 삶의 팔을 끌어당겼다. 삶과 죽음은 등가였고, 그 등가는 광주 공동체를 그전과 다른 모습으로 변화시켰다. 나와 우리의 경계가 흐려지거나 무너져 나의 세계와 우리의 세ㅔ계를 구별하기 어렵게 되어버린 것이었다. 도청 점령을 이룬 것은 광주 공동체였다. 하지만 도청 점령은 역설적으로 광주
등불은 죽은 자의 혼이 밝히는 불꽃이 었다. 산 자는 죽은 자 주위를 맴돌며 웃음과 울음을 번갈아 터뜨렸다. 거대한 망치에 못 박힌 듯 고통스럽게 숨 쉬었던 도시는 처음으로 발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그것은 혁명가가 존재하지 않은 혁명이었으며, 죽음을 넘어선 이들만이 맛볼 수 있는 승리의 열매였다. 그 해방의 땅이 2만여 명의 병력에 둘러싸인 절해고도시임을 시민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