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책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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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장은 그에게 감사를 표한 뒤 나에게 덧붙일 말이 없는지 물었다. 그녀는 재판을 속행하려는 듯 서둘렀고, 막 자리에 앉으려던 내 변호사에게는 거의 무례하게까지 보였다. 검사 측 구형이 끝난 후에는 한층 더 의미있는 침묵이 흘렀던 것 같았다. 아마도 그들은 평의하러 가기 위해 서두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미 늦은 시간이었고, 긴 하루였으니까. 변호사의 최후 변론이 검사의
m******0 2026.06.30. 신고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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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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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이 쏟아지는 가운데 묘지 여기저기 꽃이 만발해 있었다. 무덤들은 간격을 두고 떨어져 있었고, 선명한 색깔의 꽃들이 가득 핀 작은 사유지들 위에 정오의 태양이 내리쬐면서 꽃들이 희뿌옇게 보이는 광경이 그야말로 눈부셨다. 그처럼 아름답고 관능적이기까지 한 묘지를 나는 본 적이 없었다. 파리에서 멀리 떨어진 외곽 언덕에 자리 잡은 묘지는 사방이 트여 있었다. 마지막 묘지들
m******0 2026.06.29. 신고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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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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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문을 닫다가 발아래 아스팔트 보도 틈에 핀 보랏빛 꽃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어떻게 여기까지 와서 피었을까? 어떻게 흙을 파고 들어가 자랄 수 있었지? 그렇게 오랫동안 사람들 발에 밟히거나 자동차 타이어에 짓이겨지지 않고서, 지금 내 이마를 간질이는 태양 빛을 쬐면서 말이다. 나는 하늘을 향해 눈을 들었는데 구름이 비정상적으로 빨리 흘러가는 것처럼 보였다. 마치 태양
m******0 2026.06.29. 신고 공감1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