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는 동굴 벽을 향해 구 년을 앉아 있었다고 전해 진다. 그 일화의 진위를 따지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이야기가 오랜 세월 살아남은 데에는 이유가 있다. 사람 들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무엇을 깊이 보기 위해서는, 그 외의 거의 모든것에 등을 돌릴 필요가 있다는 것을.벽을 본다는 것은 결국 벽 아닌 것들을 보지 않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달마가 벽을 향해 앉은
이상한 일이다. 분명히 그때는 자기 마음으로, 자기 의지로 해주었다고 말했었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뒤 그 행위는 슬그머니 모양을 바꾼다. 호의였던 것이 어느새 채권이 되고, 사랑이 었던 것이 어느새 권리가 된다. 그리고 상대가 그 권리에 기대한 만큼 응답하지 않을 때, 마음 깊은 곳에서 익숙한 문장이 떠오른다. 내가 너한테 이렇게까지 했는데.
달마가 혜가에게 마음을 꺼내 보라고 한 것은, 그 그림자를 손에 쥐어 보라고 한 것과 같다. 잡으려는 순간, 그것이 잡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하라는 뜻이다. 누가 대신 설명해주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책에서 읽었다고, 누군가에게 들었다고 해서 새벽의 불안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자기 손으로 더듬어 보고,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다는 그 텅 빈 감각을 직접 겪어야 비로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