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일은 일어나 창밖을 보았다. 우유를 부어놓은 것처럼 불투명하고 짙은 안개가 창문 앞까지 급습해 있었다. 모든 것이 사라졌다. 아무것도 없었다. 높이감이 없어져 4층인지 40층인지 알 수 없었다. 허공에서 위도 아래도 없이 붕 뜬 것 같았다. 도일은 창문을 열고 흰 벽 같은 허공을 향해 소 리를 질렀다. 나 여기 있다. 잠시 후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 려왔다. 나 여기 있다. 나도 여
나는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다리가 부서졌는지 일어날 수가 없다. 엄마가 떠올랐다. 나를 기다리고 있을 텐데.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기억을 잃을 텐데. 시간이 없다. 어떻게든 기억을, 기억을 해야 한다. 잊지 말아야 한다. 잊기 전에 오늘을 기록해야 한다. 엄마가 준 책과 연필을 꺼냈다. 부은 손으로 연필을 쥐고 종이에 나는 쓰기 시작했다. 나흘 전 아침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도시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그곳에서 자신만의 공간을 갖는 건 힘든 일이었다. 그렇게 부대끼며 살던 때에도 나우는 늘 혼자라고 느꼈다. 일생의 한 시기를 빼고는 그랬다. 여자의 얼굴이 떠올랐다. 나우의 방에서 함께 살고 함께 아이를 낳은 여자였다. 세 명이 함께 있었지만 좁다고 느끼지 않았다. 아이는 자신의 복제품처럼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아이가 아프면 자신도 고통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건장한 사람을 납치하여 뇌를 디 지털화하는 범죄에 대해 들은 적이 있었다. 기술로는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실행에 옮기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일이다. 수명 연장 기술은 지속적으로 발달해 영생에 가까운 삶이 가능해졌지만, 돈이 되지 않는 환자의 치료는 여전히 거부되는 것이 현실이다. 살아 있는 인간의 유기 뇌를 디지 털 뇌로 대체하여 로봇처럼 만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