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가 좋았다. 음성 기능을 사용하지 말고 패드만 보여달라고 했을 때부터 그 마음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나를 신경 쓰고 있었고, 그 섬세함이 고마웠다. 필담으로 말을 주고받기 시작하자 좋아하는 마음이 더 커졌다. 마음이 간지러웠고 감정이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이질적인 느낌 없이 완전히 수평적인 자리에 서서 시선을 맞추고 하는 대화. 오랫동안 그 느낌을 잊고 살았고 나
제대로 던지지 못할까봐 던지지 않았다. 오해받고 싶지 않아 마음을 감추고 감정도 감추고 행위까지 감췄다. 마이너스가 되는 것이 무서워 시도하지 못했고 나아가지 못했고 건네지 못했다. 내가 한 유일한 노력은 계속 0을 유지하는 것. 거슬러오르지는 못하고 휩쓸려가지도 않으려는 내 안간힘을 사람들은 안정감으로 느꼈다.
처세와 인맥, 인사와 친목 다 버거웠다고. 늘 바보처럼 웃고 못 느끼는 척하는 것이, 반대로 느끼지 못하는데 느끼는 것처럼 생각하고 말하는 것이 진짜 바보 같았다고. ‘그렇게 했지만, 때로는 그렇다고도 말했지만, 그것을 원했던 건 아니었어. 다시 하고 싶어질 수도 있어. 하지만 이런 식으론 아닐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