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저 내가 싫었다. 누군가 나에게 다가오면 곧장 그에게 빠저들고 관계에 중독되어 다른 무엇도 제대로 못 하는 나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 사랑하는 아이가 성인이 되어 떠나기 전에 내가 먼저 아이를 버리고 돌아서고 말았던 그때와 같이, 내 가 먼저 관계를 끓고 달아나야만 나의 지독한 중독에서 헤어 나올 수 있었다.
우리는 그것들을 자꾸 지우면서, 내게 쌓여있는 블록 층을 지워야 상대를 밀어 올려 죽일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면서, 오늘 내 앞에 벌어지는 일들을 감당하며 산다. 보지 않아도 되는 것들은 적당히 보지 않고, 듣지 않아도 되는 것들은 적당히 듣지 않으면 된다. 그것이 인생이다.
삶은 쌓인다. 퇴적층처럼 쌓인다. 그냥 쌓인다. 뭘 정리하고 말 것도 아니고. 엄마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틀림없이 쌓여간다. 아주 가끔, 장은 로와 향이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지만, 그들 역시 그저 퇴적층처럼 기억을 쌓으며 살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편하다. 가끔 도려내고 싶은 기억이 있기 마련 이고, 그런 건 뉴욕시절 말고도 살면서 얼마든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