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책

p.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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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마음을 잘 털어놓고, 새로 둥지를 틀 수 있는 관계를 많이 만들고 싶다고 생각한다. 인생을 지탱하기 위해. 여기저기 씨를 뿌리고 나무를 가꾸고 싶다고. 서로의 뿌리가 엉키도록. 혼자서 쓰러지지 않도록. 스스로 가꾼 숲에서 살고 싶다고 생각한다. 모든 기르는 일이 마음대로만 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지만, 언제든 뿌리가 잘리고 가지가 쳐내진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죽은
y******g 2026.07.24. 신고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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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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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내는 대신 슬픔에 익숙한 사람들. 찡그리기보다 조용히 무표정해지는 사람들. 지호는 그런 사람들을 사랑했다. 아주 약하게 사랑했다.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만 사랑했다. 누워서 흘리는 눈물은 귓속에 고인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 슬픔이 거기에 고이는 걸 아는 사람들을 생각했다. 그 시간만큼만 그 사람들을 사랑했다. 그 속에 자신이 포함된다는 걸 아는 채로. 더
y******g 2026.07.24. 신고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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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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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호는 항상 마음이 가난할 때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베풀었다. 그것은 상대방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거였다. 자신이 듣고 싶은 말을 상대방에게 했다.
y******g 2026.07.24. 신고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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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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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개가 지나가면 번지거나 옅어지거나 다시 환하게 흰색이 되는 그 순간을 좋아했다. 애써 까맣게 칠해놓고 중요한 순간에는 하얗게 지워야 하는구나,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 재밌고 좋았다. 세상일이란 게 일방향으로만 흐르지 않는다는 걸, 있게 했던 걸 없게 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란 걸 미술 학원에서 처음 배운 것 같다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다.
y******g 2026.07.22. 신고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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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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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나를 울게 하면 얼마나 좋은지 몰라.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y******g 2026.07.22. 신고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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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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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가장 연한 부분은 남들에 의해 훼손되지 않는다. 내 입안의 혀를 가장 자주 피 흘리게 하는 것이 입 밖에서 들어온 무언가가 아니라 입속 유난히 뾰족한 송곳니인 것처럼. 나를 다치게 하는 건 나다. 나에게 가장 날카로운 것도 언제나 나 자신.
y******g 2026.07.22. 신고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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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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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내면세계에 골몰하는 일을 무의미하다고 말하고 무시할지도 모르나, 나는 그것이 좋다. 내가 그저 뼈에 살에 몇 줌의 털인 인간이 아니라 실은 보이지 않은 곳에 깊은 동굴 같은 걸 품고 사는 존재라고 생각하면 얼마나 좋은가.
y******g 2026.07.22. 신고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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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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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은 같은 현실을 공유하며 살고 있고 나만 거기에서 비껴나 있고 어긋나 있다는 감각 때문에 내내 외로워하고 궁금해했다.
y******g 2026.07.21. 신고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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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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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독히 현실주의자면서 남몰래 과거에 산다.
y******g 2026.07.21. 신고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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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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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은 사람을 풍부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리워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자부심이 되기도 한다. 뭔가를 잃어버렸다는 사실이 지금의 나를 괜찮게 만들기도 한다. 그걸 잃어버리고도 잘 살잖아, 괜찮아. 그런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그런 생각을 되풀이할 때 느껴지는 활기가 있었다.
y******g 2026.07.21. 신고 공감0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