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세상이 발전하는 거야 늘상 있는 일이고 공장에서 통조림 찍는다고 요리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지만, 오만 정성을 들인 요리와 밀키트가 큰 차이가 없는 세상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면 좋은지 너는 안 불안해? 너와의 미래보다 잘못 그린 AI그림의 디테일을 고치는 게 더 선명하게 그려진다는 게 무슨 말인지 알아?
트럼펫으로 먹고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또 20대 초중반은 그렇게 굴러가는 듯도 했으나 서른을 맞이한 이 시점에 통장에 꽂히는 수입은 월 50만원이 채 되지 않았고, 사회에서 1인분의 몫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평생을 바친 전공에 재능이 없는 것은 아닌, 그러나 월드 스타가 되기엔 턱없이 모자란 능력을 인정하고 이제는 취미로만 삼겠다는 말을 나는 단 한 글자도 토해낼 수 없
"나는 열심히 살았는데 세상이 날 괴롭힌다 이런 거? 니 논리로 따지면 암 걸린 살인도 용서하겠다?" "그게 무슨…." "피해자인 척, 불쌍한 척, 억울한 척하면 니가 한 좆같은 선택들은 뭐, 갑자기 박수 받을 일이 되는 거냐고. 이 비겁한 새끼야." "그럼 나더러 어쩌라고!"
어떤 종(種)은 길러진다. 누군가의 식탁 위에 오르기 좋은 모양으로 자라나고 수확된다. 보편타당한 기준에 통과되지 못하면 도태된다. 한 번 떨어진 등급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다. 헐값에라도 팔리려면 스스로를 깎아내야 한다. 더 보기 좋고 더 먹기 좋게. 새로운 요리가 되는 수밖에. 하지만 그마저도 누구를 위한 요리인지 알 수 없다. 무엇에 삼켜지는지도 모르면서 피와 살을 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