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이가 온다. 먹잇감이 제 발로 몰려오고 있다.참을 수 없는 굶주림, 이렇게까지 굶주릴 수 있는지 나 자신도 놀랄 만한 강렬한 굶주림이 솟아오른다. 모든 감각이 예민해진다. 입이 벌어지고 눈과 코가 냄새가 흘러오는 쪽으로 돌아간다. 머리카락까지 전부 곤두서는 긴장의 느낌. 온몸의 손톱과 발톱과 핏줄과 분노가 굶주림에 휘감긴 채 먹이가 다가오는 쪽을 향한다. 나는 셔터 바깥
저것은 사람이 아니다. 로봇이다. 인공 체액의 악취가 수증기처럼 뿜어 나오고 여기에 물비린내와 기계의 냄새, 기름과 금속의 냄새가 뒤덮여 있다. 그런데 눈앞에 있는 여자에게서는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았다. 한숨을 쉬었을 때도, 심호흡을 할 때도 그 숨결에서는 신진대사의 냄새, 생명 활동의 기척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P.194 중에서
현관문이 닫힌 뒤에도 그녀는 한동안 그대로 서 있었다. 밖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지 않는지 숨죽이고 귀를 기울였다. 혹시 적의 군인이 고함치는 소리, 적의 기계들이 내뱉는 경고음이 밤의 고요를 뚫고 울리지 않는지, 부디 총소리와 아이의 비명 소리가 들려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그녀는 바짝 긴장한 채 한참 동안 문에 귀를 대고 있었다. P.133 중에서
우리는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비틀거리며 우리 앞을 막아서려는 인간형 로봇들을 밀쳐내고 우리는 뛰었다. 뛰다가 나는 돌아섰다. 인간형 로봇들이 휘청거리며 우리를 쫓아오 려 움직이고 있었다. 마지막 남은 수류탄 한 개를 꺼내 인간형 로봇들을 향해 던졌다. 이제는 돌아서지 않고 그대로 온 힘을 다해 달렸다. P.95 중에서
인간을 통해 들리는 정보들은 모두 불완전하고 믿을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나와 비슷한, 최소한 그때는 나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을 따라나섰다. 그때 나는 그 사람들과 함께 내가 세상을 구하는 데 조금이라도 힘이 될 수 있으리라 진심으로 믿었다. 나는 그만큼 어리고 순진했다. 무엇보다도 나도, 그들도, 다른 거의 모든 사람도, 안전장치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
생존하는 인간 개체를 최대한 수집하여 그중 안전장치의 원칙에 동의하는 개체만 남기고 나머지는 처리하는 것이 행성 전체의 생존을 위한 최적의 대응 방법이다. 이때 흡혈인은 생존 인간 개체 수집을 방해한다. 흡혈인은 안전장치의 원칙에 동의하지 않는다. 흡혈인은 안전장치를 공격하며 기계의 합리적인 행성 운영을 방해한다. P.73 중에서
죽은 사람을 모욕할 의도는 아니었다. 다만 낮에 이동하려면 추가적인 보호막이 필요했다 . 화장실에 여자의 시체와 함께 그대로 머무를 수는 없었다. 여자는 혼자였지만, 공원 분수에 아직도 물이 나오고 화장실에는 센서가 있고 전등이 켜지고 여자가 전기충격기를 사용했으니 기계 숭배자들이 몰려올 가능성은 충분히 높았다. P.60 중에서
인간은 원래 기게보다 느린 데다 현실적으로 인원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사람은 계속 다른 사람들을 죽인다. 기계 숭배자로 개종시킬 수 있는 인간의 전체 숫자 자체기 그다지 많이 남지 않았다. 그중에서 기계 숭배자로 실제로 변절하는 인원은 일부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렇게 기계를 숭배하게 된 인간 중에서 공격조에 참가할 수 있는 체력과 조건을 갖춘 사람은 더 적은 일부이다.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