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 할아버지와 눈먼 개는 이날 맘 주 열세 마리를 잡아 달빛을 빌려 가죽을 벗기고 삶았다. 할아버지와 개는 향긋하 면서도 비릿한 냄새가 사방에 가득하도록 실컷 고기를 먹었 다. 그러고는 날이 밝기 전에 잠이 들었다. 해가 중천에 뜨자 잠에서 개 계 할아버지는 직 가죽을 전부 골짜기에 내다 또 리고는 그길로 물통을 메고 40리 밖에 있는 샘물터로 갔다.
개가 죽더라도 조금만 더 살아 저 옥수수를 돌볼 수 있게 해주세요. 제가ㅠ지금껏 남아 있는 건 저 옥수수 때문입니다. 제게 뭔가 수확할 수 있는 즐거움을 주세요. 옥수수가 다 익어도 저를 데려가지 마세요. 비가 한 차례 올 때까지만 기다려주세요. 한재를 피해 피난을 떠났던 마을 사람들이 돌아오면 이 옥수수를 다른 마을 사람에게 넘겨야 하거든요. 이건 이 산맥의 종자란 말이에
셴 알아버지는 계속 난가 락으로 개의 머리털을 어루만졌다. 손가락이 등줄기를 따라 꼬리까지 갔다가 다시 머리로 돌아왔다. 개는 이제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할아버지의 손이 털을 어루만지면 개는 버지의 다른 중 손을 핥았다. 이날 맘 할아버지와 개는 의 목숨을 의지하는 따스함과 촉촉함 속으로 빠져들었다. 공 그렇게 소통하고 있었다.
센 할아버지는 자기 집 밭머리에 섰다. 공허한 눈빛이 천천히 가라앉아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마음속으로 떨어졌다. 그 순간 그는 온몸을 떨면서 마을을 통틀어, 산맥 전체를 통 틀어 일흔두 살 노인 하나만 남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의 마음은 한없이 공허해졌다. 죽음 같은 적막과 황량함이 깊은 가을처럼 그의 온몸 위로 내려앉았다.
『연월일』이 생명의 고갈 속에 피어난 한 송이 꽃인지 아 런지는 중요하지 않다. 위대한 소설인지 아닌지도 중요하지 않다중요한 것은 신이 나의 몹시 허망하고 죽음처럼 적막했 전 생명에 한 줄기 빛을 비춰주었다는 사실이다. 진지하고 성실하게 펜을 드는 사람에게는 언젠가 어두운 밤에 다시 영혼과 함께 신의 눈빛이 한 다발 빛줄기로 나타날 것이라고 믿게 해주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