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실에 새하얀 줄리아노가 있었어. 아마 1학년 수업이었지. 누군가 장난치다 선반 위 석고상을 깨뜨렸잖아. 다음 날 아이 는 학교에 오지 않았어.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했다는 거야. 학 교에는 줄리아노의 저주라는 괴담이 퍼졌어. 줄리아노는 스물 다섯 살 젊은 나이에 살해됐잖아. 석고상이 돼서까지 부서졌으 니 한이 맺혔다는 거지. 지금 미술실에는 줄리아노 대신 아그리 파가
모처럼 큰맘 먹고 방 청소를 하거나 굴러간 동전을 따라 몸을 숙이면, 책상이나 침대 밑, 화분 뒤에서 엉망으로 구겨진 타이를 발견했다. 그렇게 찾아 헤매도 없던 것이 꼭 새 타이를 장만한 후 에야 슬그머니 모습을 드러냈다. 그럴 때마다 엄마는 "벌써 몇 개 째야. 그러게 잘 찾아보라고 했지?" 종주먹을 들어보였다. 분명 정말 열심히 최선을 다해 찾았다. 내가 방을 샅샅이 뒤졌다는
형제가 닮는 건 그리 특별한 일은 아니니 까. 그런데 처음 고등학교 교복을 입던 날, 나는 비로소 알게 되 었다. 거울 너머에는 동영상에서 보던 형이 서 있었다. 마치 가상 세계에서 형의 아바타와 마주한 기분이었다. 엄마가 입학식 날 눈물을 흘린 이유도, 아빠가 선웃음을 지었던 까닭도 충분히 이해되었다. 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죽은 형의 모습이 되어 가고 있었다.
처음 고등학교 교복을 입던 날 엄마는 눈물을 보였다. 차라리 엉엉 소리 내어울면 좋을 것을, 애써 괜찮은 척 엷게 웃었다. 하지만 두 눈에 맺힌 눈물은 미처 감추지 못했다. 베인 상처에 피가 흐르듯, 눈에서도 왈칵 눈물이 흐를 때가 있다. 가슴속 상처가 벌어지면, 두 눈에서는 피 같은 눈물이 흐른다. 그 사실을 나는 엄마를 보며 알았다.
흔히 '난'이라고 줄여서 부르는 '난달'은 메타버스 플랫폼 이름이다. 길이 여러 갈래로 통한다는 뜻의 순우리말이다. 가상 현실 속에서는 원하는 곳을 마음껏 갈 수 있기에 난달이라 했다나? 뭐, 듣고 보니 그럴듯했다. 하지만 이름만 그럴싸할 뿐 메타버스 역 시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모든 게 자본에 의해 돌아가니까 다양한 것들을 경험하기 위해선무엇보다 돈이 필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