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곧고 청량한 녹색의 겹, 사진으로도 영상으로도 온전히 담기지 않는 풍광을 문장으로는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막막하여 메모장에 문장을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는 찰나, 한순간에 주변이 환해졌다. 시야 너머의 상공에서 구름이 걷혔는지 메타세쿼이아 사이의 가느다란 틈마다 오후의 햇살이 비어져 나온 것이었다. 사위를 물들인 황금빛 속에서 자연히 떠올린 것은 인류의 상상으로
그때껏 '피고 진다'는 두 단계로 감각하던 현상 안에 담긴 생명의 분투를 눈높이에서 지켜볼 수 있었던 것은 못 잊을 경험이었다. 꽃받침 위로 꽃잎이 빈틈없이 포개져 완두콩만 하던 꽃망울. 그 하얀 구체가 서서히 벌어져 석류처럼 끄트머리가 열리며 부피를 키워가는 모습. 고요 속 안간힘이 느껴지는 그 과정을 지켜보다 보니 무릎을 양팔로 감싸안고 쪼그려 앉아 고개를 파묻고 있는
활짝 열린 창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왔고 펍 안에는 사람들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지나치지 않은 웅성거림 속에서 반디와 나는 처음 접하는 것 중에 신선하게 다가오는 것과 낯설게 여겨지는 것의 차이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기분 좋은 취기 속에 번잡한 세상사에 한 발쯤은 끊어져 있는 듯하기도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 같기도 한 시간, 때마침 실내에는 익히 들어 아는 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