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마단의 객석에서 무대 위로, 술의 늪으로, 음 모의 숲으로, 나는 그것들의 부력에 나의 존재를 떠받치도록 맡기고 있었고 그래서 나라고 내가 생각하고 있 던 이전의 나로부터 점점 멀어져 갔다. 물론 이건 내가 아니 라고 생각했지만 그전에도 항상 이건 내가 아니라고 생각하 며 살았었다. 이건 내가 아니고 이전의 내가 나라고 한다면 이 전의 나는 그 이전의 나를, 그 이전의 나는
그 여자는 문득, 자기의 손과 사내의 손이 그 땀에 젖 어 미끄러운 틈으로부터 생명의 거친 숨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의식하였다. 그것은 북소리처럼 둔중했고 생선의 아가미처럼 가빴다. 사내의 생명도 자기의 생명도 아닌 전연 낯선 생명이 지금 마악 땀에 젖은 손과 손의 틈바구니에서 태어난 것 같았 다. 그러자 그 여자의 공포와 혼란은 더욱 말할 수 없는 힘으 로 그 여자를 흔들어
어둠 속에서 내 눈에 보이는 것은 없었으나, 영원과 친구인 바람과 추위와 어둠이 활개를 치는 대기 속에서 작으나 앙칼지게 버티며 위치하고 있 는 따뜻한 직육면체를 느낄 수는 있었다. 방들의 수효만큼 세상에 존재하는 기적의 수효. 하나의 방이 꾸며지게 되기까지 는 사실 예측할 수 없는 운명의 도움이 필요하다. 운명에 흠이 생겨서 태어나지 못한 방들이 얼마나 많을 것인가! 여
오후 4시, 내게는 없어도 좋은 시간, 모든 것이 나와 관계없 어 보이고, 아무도 그리고 아무것도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데 내가 그 무엇에 매달리려고 애쓰는 듯한 느낌 속으로 깊이 빠 져 들어가는 시간, 모두들 제 나름으로 잘해 나가고 있는데 내가 오직 헛된 노력으로써, 나도 거기에 있어야 한다. 나도 그 것을 해야 한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던 것만 같은 느낌 때문 에 숨 쉬는 것
물론 나는 그게 싫은 건 아니다. 가끔 감당해 내기에 벅찰 때가 있을 뿐이다. 그 자체로서 생명을 가지고 있는 찐빵은 대 대로 우리를, 찬 겨울날 밤에 남산 꼭대기에 올려놓기도 하고 종삼 골목 속에 몰아넣기도 하고 술집의 사기그릇 든 찬장을 뒤집어엎는 데 끌어내기도 하고 또 때때로 우리로 하여금 눈 깔사탕 봉지를 안고 양로원들의 썩어 가는 대문을 두드리게도 한다. 모두 찐빵
그러고 보니 아무도 틀려 있는 사람은 없는 듯하다. 그렇지 만 이것도 자신 있는 생각은 아니고 솔직히 말하면 나도 모르 겠다. 알 수 있는 것은 다만, 그 젊은이가 보았다는 두 가지 생 활이, 사실 바로 곁에서 함께 있다고 하면 나도 좀 멍청해져 버리지 않을 수 없으리라는 느낌뿐이었다. <역사>
"김 형, 우리는 분명히 스물다섯 살짜리죠?" "난 분명히 그렇습니다." "나두 그건 분명합니다." 그는 고개를 한 번 기웃했다. "두려워집니다." "뭐가요?" 내가 물었다. "그 뭔가가, 그러니까 그가 한숨 같은 음성으로 말했 다. "우리가 너무 늙어 버린 것 같지 않습니까?" "우린 이제 겨우 스물다섯 살입니다." 나는 말했다. "하여튼 하고 그가 내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자, 여기서 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