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학자들이 알고 있듯이, 과거는 위대한 암흑이오, 메아리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 속에서 목소리들이 우리를 찾아올지 모릅 니다. 하지만 그들이 하는 말들은 그들이 다 세상의 어둠에 흡수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노력해도, 우리는 우리 시대의 선명한 빛 속에서는 그 목소리를 정확히 해독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옳지 못하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어쨌든 그런 생각을 한다. 그들이 레드 센터에서 가르친 모든 것들, 내가 이제까지 저항했던 모든 것들이 물밀듯이 밀려들어 한꺼번에 나를 덮친다. 고통은 싫다. 머리는 얼굴 없는 계란형의 천주머니가 되고, 두 발은 허공에 매달린 댄서가 되고 싶지는 않다. '장벽'에 걸린 인형이 되고 싶지는 않다. 날개 없는 천사가 되고 싶지는 않다. 어떤 식으로
제발 나를 용서해 주길 바란다. 나는 과거에서 공 망명자다. 다른 망명자들이 다 그러하듯 내가 두고 떠나온, 두고 떠날 수밖에 없었던 풍속과 관습을 자꾸만 그리워하게 된다. 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바라보면, 그런 것들이 하나같이 기괴하게만 느껴지고, 나 역시 그런 풍속들에 강박적으로 집착하게 되는 거다. 20세기의 파리에 홀로 앉아 차를 마시는 백러시아인처럼, 나는 하릴없
나는 말한다. 하지만 책임을 덮어쓰는 건, 아기의 결함이 무조건 자기 탓이라고 생각하는 건 재닌다웠다. 하지만 자가 인생이 무의미 하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기 위해서라면 사람들은 무슨 짓이든 하게 마련이다. 무의미하다는 건 아무 쓸모가 없다는 뜻. 아무런 줄거리가 없다는 얘기다.
사랑이 나만 버려두고 저만치 앞으로 달려나가 버린 느낌이었다. 그이는 마음에 결리지 않는 거야. 그이는 전혀 마음 쓰지 않아. 어쩌면 오히려 잘됐다고 여길지도 몰라. 우리는 더 이상 서로의 것이 아니야. 이젠, 내가 그의 것이 되어 버린 거야.무가치하고 부당하고 비현실적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일어나 버린 일이다.
밴이 이중문을 활짝 열어놓고 진입로에서 기다리고 있다. 이제는 내 양편에 자리 잡고 선 두 남자가 내 팔을 부축해 태운다. 이것이 내 끝이 될지 새로운시작이 될지 나로서는 알 길이 없다. 다른 도리 가 없었기에 이방인들의 손에 내 몸을 맡겼을 뿐. 그래서 나는 차에 오른다. 그 속에서 기다리고 있는 암흑으로 아니 어쩌면 빛으로
사령관은 잠시 생각하는 것 같았다. 아니, 그 사람은 이해 못할 거요. 어쨌든 요즘은 나한테 말도 잘하지 않으니까. 요즘 우리 사이엔 별로 공통점이 없는 것 같소 자, 이제 적나라하게 나왔다. 그의 아내는 그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내가 불려온 거다.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다. 사실이라기엔 너무나 진부한 현실.
가능성은 마주 보게 세워놓은 거울 두 개에 맺히는 상처럼 확장되고, 길게 뻗어나가서 마침내 복제에 복제를 만들어 사라져 없어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들은 모험 하나가 끝나면 또 다른 모험을, 패션이 하나 있으면 또 다른 패션을, 하나의 개선이 또 다른 개선을 넌지시 암시했고, 하나가 나아지면 다른 것도 낫게 만들라고 했다. 한 남자 다음에는 또 다른 남자를 들이댔다. 그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