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씩 엄마가 내게 불러 준 노래들을 떠올렸다. 엄마는 낭랑한 목소리를 갖고 있었지만 노래를 부를 때만큼은 음색이 낮았다. 다큐멘터리에서 본 고래의 노랫소리 같기 도 했고 그저 바람 소리나 멀리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 같기도 했다. 귓가를 떠돌던 엄마의 목소리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희미해져 가고 있었다. 곧 엄마의 목소리를 잊어버릴지도 모른다. 내가 알던 모든 게 내게서
발걸음을 돌리는데 갑자기 공기가 서늘해졌다. 그 공기는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갔다. 엄청난 힘을 가진 침묵의 습격을 받은 것처럼, 사람들이 일제히 입을 닫았다. 혹은 벌린 상태로 말을 멈췄다. 그들의 시선은 약속이나 한 듯 한곳으로 향했다. 그곳에 그 애가 있었다.P.103 중에서
책은 내가 갈 수 없는 곳으로 순식간에 나를 데려다주었다. 만날 수 없는 사람의 고백을 들려주었고 관찰할 수 없는 자의 인생을 보게 했다. 내가 느끼지 못하는 감정들, 겪어 보지 못한 사건들이 비밀스럽게 꾹꾹 눌러 담겨 있었다. 그건 텔레비전이나 영화와는 애초에 달랐다.P.50 중에서
용감해서 좋겠다고 생각한다면 모르는 소리 다. 두려움이란 생명 유지의 본능적인 방어 기제다. 두려움을 모른다는 건 용감한 게 아니라 차가 돌진해도 그대로 서 있는 멍청이라는 뜻이다. 나는 운이 더 나빴다. 공포심 둔화 외에 나처럼 전반적인 감정 불능까지 오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P.30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