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회익 바로 그것입니다. 토마스 쿤(Thomas Kuhn)이 말하는 소위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것은 실은 이것, 즉 이해틀의 변화를 말하는 것인데, 지금까지 과학철학계에서조차 여기에 주의를 기울인 사람들이 별로 없어요. 최근에 저는 데카르트의 전기를 읽고 있는데, 데카르트가 불평하는 것 중 하나가 사람들이 자기가 말할 때는 다 잘 알아듣는 것 같았는데, 막상 그 이야기를 자기들이 할
중요한 점은 이렇게 잠재된 이해의 틀을 우리는 거의 의식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과학을 공부하는 데에도 이것이 대단히 중요한데, 그 점을 학생은 물론, 교사 심지어 교과서를 쓰는 사람조차 잘 모르고 있어요. 그 중요성조차 이해들을 못하고 있지요. 최종덕 선생님께서 오래 전에 쓰신 『과학과 메타과학』에 나오는 ‘의미기반’이라는 개념을 생각나게 합니다. ㅈ
최종덕 지식과 이해가 다르다는 말인가요? 장회익 안다고 하는 것은 내가 지닌 이해의 방식을 기반으로 그 위에 자리를 잡아야 하는데 거기까지 도달하지 못한 거지요. 양자이론이 왜 그렇게 되어야 하는가가 내가 설정한 이해방식에서 무리 없이 도출되어야 하는데 그런 과정이 가능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런데도 어느 정도 익숙해지니까 양자역학 이론을 이용하는 데에는 별 지장
장회익 우선 제가 말하는 ‘상태’ 개념은 형이상학적 해석이 필요 없는 개념입니다. ‘상태’의 의미는 물리학적 서술체계 안에서 필요에 의해 조작적으로 결정되어 있는 것이어서, 그 물리학적 정의에 충실할 필요가 있어요. 상태에 대한 그런 조작적 정의만으로 물리학 이론을 실제 적용하는 데에 아무 문제가 나타나지 않아요. 여기에 ‘실재성’이라는 의미를 하나 더 얹어도 되느냐
슈뢰딩거(Erwin Schrodinger, 1887~1961)는 하이젠베르크 등과 함께 양자역학의 이론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에 크게 기여한 물리학자이다. 흔히 파동방정식이라고 부르는 슈뢰딩거방정식은 고전역학에서 뉴턴의 운동방정식에 해당하는 양자역학의 기본 방정식이다. 그는 양자역학의 해석 문제에 있어서 코펜하겐 해석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으며, 양자역학 해석의 난점을 묘사한 이른바
하이젠베르크(Werner Heisenberg, 1901~76)는 이론물리학자로 양자역학의 이론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에 크게 기여하였다. 1925년 25세의 젊은 나이에 고전역학을 대체할 양자역학의 기본 방정식을 마련하는 데에 성공했다. 매트릭스 형태를 지닌 이 방정식은 조금 후 슈뢰딩거에 의해 마련된 이른바 슈뢰딩거방정식과 대등한 것임이 곧 확인되었다. 1927년에는 그의 유명한 불확정성원리
장회익 그래서 양자역학은 기존의 고전역학적인 이해의 틀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겁니다. 닐스 보어가 말하고 있는 ‘상보성원리’도 그런 측면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고전역학의 틀로서 담을 수 없는 것을 담아내려다 보니까 ‘상보성’이라는 이상스런 개념을 도입하게 된 거예요. 처음부터 대상이 위치와 운동량을 가지고 있다는 개념 자체를 버리면 이런 모든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장회익 예를 하나 들게요. 4~5년 전 「사랑이 머무는 자리」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어요. 원제목은 아마 “At First Sight”일 거예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이 영화의 줄거리는 어릴 때 각막에 이상이 생겨 시력을 상실한 한 청년이 훗날 수술을 통해 시력을 회복하는 이야기입니다. 극적인 것은 시력을 회복하는 장면이에요. 아주 어렸을 때 잠깐 본 것 외에 세상을 처음 보게 되는 거
최종덕 방금 단적으로 선험성은 들어설 자리가 없다고 말씀하셨는데, 이런 단정이 잘못하면 철학자들에게 엄청난 비난의 빌미가 될 수 있습니다. 장회익 그래요? 그렇다면 무슨 근거로요? 백만 년 전에도 선험성이 있었느냐, 천만 년 전에는? 또 일억 년 전에는? 만일 그렇지 않다면 언제 왜 그런 것이 생겼느냐고 묻고 싶어요. 최종덕 선생님의 이야기는 매우 진보적인 논지라고
장회익 특히 지식인의 경우, 부과되는 고민이 더욱 더 늘어납니다. 그 하나는 방금 말씀하신 대로 새 지식의 생산작업에 충실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기왕에 마련된 지식의 전파 작업에 충실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자기가 이미 지닌 지식으로 비추어 볼 때, 과연 우리 모두는 올바로 살아가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떠안게 됩니다. 먼저 첫 번째 문제를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