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버는 맞은편에서 다가오는 사람들을 보았다. 갑자기 그들이 이전과 달라 보였다. 각자 자신의 운명을 지고 있는 것이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을 때는 판단을 내리고 용감해지는 것이 쉽다. 그러나 무언가를 가지게 되면 세상은 달라 보인다. 더 쉬워질 수도 더 어려워질 수도 있으며 때로는 거의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용감해지는 것은 언제든 가능했지만, 이제 그것은 다른 모습이
그래버는 생각했다. 여기서의 전쟁은 또 달라. 일선에서는 각자가 자신만 보살피면 돼. 같은 중대에 형제라도 있다면 그만큼 신경을 쓰면 되고. 하지만 여기서는 누구든지 가족이 있어. 그리고 누가 총을 맞을지도 몰라. 누구든 같이 당하는 거야. 그러니 곱, 세 곱, 아니 열 곱으로 힘든 전쟁이야. 그는 다섯 살짜리 여자애의 시체가 떠올랐다. 자신이 보았던 수많은 시체들, 그리고 부
그들은 말없이 앉아 있었다. 너무도 고요했다. 고요함이 밤의 평화로운 음성과 더불어 천천히 생기를 얻었다. 밤의 음성은 밤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밤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숲의 호흡과도 같은 나지막한 바람, 부엉이의 울음, 풀밭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 구름과 빛의 끝없는 유희가 고요함과 함께했다. 고요함은 힘을 얻어 깨어나 모든 것을 둘러싸고 모든 것 속으로 들어갔다.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