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지진을 싫어한다. 한순간의 진동에도 속이 울렁거렸다. 어떤 때는 서재에 꼼짝 않고 앉아 있다가 문득 ‘아! 지진이 멀리서부터 다가오는구나.’ 하고 느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엉덩이 밑에 깔고 있는 방석이나 다다미, 혹은 마룻바닥까지도 분명히 흔들리는 것 같았다. 그는 바로 이런 것이 자신의 본래 모습이라고 믿고 있다. 아버지와 같은 사람은 신경이 무딘 촌사람이거나,
그중 잎 하나가 어쩐 일인지 반으로 접혀서 줄기로부터 10여 센티미터쯤 떨어진 곳에서 갑자기 푹 내려간 것이 다이스케에게는 보기 흉하게 느껴졌다. 다이스케는 가위를 들고 툇마루로 나갔다. 그러고는 그 잎의 접힌 부분을 잘라서 버렸다. 그때 두꺼운 절단면에 갑자기 뭔가가 번지는 것 같아서 잠시 바라보고 있으니, 툇마루에 뚝 하는 소리가 났다. 그 절단면에 녹색의 진하고 걸쭉
다이스케는 인류의 한 사람으로서 마음속으로 서로를 모욕하지 않고서는 감히 서로에게 접촉할 수 없는 현대 사회의 양상을 20세기의 타락이라 부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요즘 들어 갑작스레 팽만해진 생활욕이 도의심의 붕괴를 초래한 결과라고 해석했다. 또한 그것을 신구(新舊)의 가치관의 충돌로 간주했다. 결국 눈에 띄게 커진 그 엄청난 생활욕은 유럽으로부터 밀어닥친 해일이
히라오카는 마침내 자신으로부터 멀리 떠나갔다. 만날 때마다 먼 곳에서 응대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사실은 히라오카만이 아니었다. 누구를 만나더라도 그런 기분이 들었다. 현대 사회는 고립된 인간의 집합체에 지나지 않았다. 대지는 자연과 연결되어 있지만 그 위에 집을 지으면 금세 토막토막 분리되어 버렸다. 집 안에 있는 인간도 마찬가지였다. 문명은 인간을 고립시킨다고 다
다이스케는 아버지를 노하게 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는 요즘 남과 싸움을 하는 것은 인간 타락의 한 범주에 속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싸움의 일종인 상대를 화나게 하는 행동도 화나게 하는 것 그 자체보다도 화난 사람의 안색이 자신의 눈에 얼마나 불쾌하게 비칠 것인가 하는 점에서 바로 소중한 자신의 생명을 손상시키는 타격으로 간주하고 있었다.
개미가 방으로 기어드는 계절이 되었다. 다이스케는 커다란 수반에 물을 붓고 그 안에 새하얀 은방울꽃을 줄기째 담갔다. 떼 지어 핀 작은 꽃들이 짙은 무늬가 있는 수반 가장자리를 뒤덮었다. 수반을 움직이면 꽃이 넘실거렸다. 다이스케는 그것을 큰 사전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고는 그 옆에 베개를 놓고 벌렁 누웠다. 검은 머리가 수반의 그림자에 포개지니 꽃에서 풍겨나오는 향기가
게다가 그는 현대 일본 사회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왠지 모를 불안에 사로잡히기 시작했다. 그 불안은 사람들 사이에 서로 믿음이 없기 때문에 일어나는 야만에 가까운 현상이었다. 그는 그런 심적 현상 때문에 심한 동요를 느꼈다. 그는 신을 숭상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또한 매우 이성적이어서 신앙을 가질 수 없었다. 그렇지만 서로에 대해 신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신에게 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