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책

p.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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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렵 강하는 『장자』를 어린이용 다이제스트 판으로 엮 은 학급문고 도서를 읽고 있었대요. 장자의 첫 장에는 이런 얘기가 있거든요. 북쪽 바다에 사는커다란 물고기, 그 크기는 몇천 리나 되는지 알수 없는데 그 이름을 곤이라고 한다······. 강하는 당신의 아가미를 제일 먼저 발견한 사람으로서 이거야말로 이 아이한테 가장 어울리는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었대요. 하지만 그래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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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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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바라보는사람의 마음은 매 순간 흔 들리고 기울어지는 물 위의 뗏목 같아요. 그 불안정함과 막 막함이야말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는 유일한 방법 아닐까요.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할 때 확신할 수 있는 단 한 가지는, 이 마음과 앞으로의운명에 확신이라곤 없다는 사실뿐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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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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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무사히 떠나보내기 위한 어떤 에너지의 흐름 같은 게 있지 않았겠나 싶었죠. 이심전심? 호수를 옆에 끼고 살아온 사람들. 물이 그들을 그렇게 만든 게 아닐까. 모든 물질의 응집력은 수분을 전제로 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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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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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살아줬으면 좋겠으니까. “살아줬으면 좋겠다니! 곤은 지금껏 자신이 들어본 말 중에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예쁘다'가 지금 이 말에 비하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를 폭포처럼 와락 깨달았다. 언제나 강하가 자신을 물고기 아닌 사람으로 봐주기를 바랐지만 지금의 말은 그것을 넘어선, 존재 자체에 대한 존중을 뜻하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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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p.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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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아이가 잠든 모습을 보면서는 다만 햇볕에 잘 마른 순면 옷을 입혀주고 싶은 기분과 유사한 것으로, 상상 속의 그 옷은 이 아이에게 잘어울릴 것이며 이 아이의 몸 에 닿을 때만이 가치가 있을거라는 정도의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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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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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머니는 너랑 달라서 얼굴을 찡그리지 않았으며 징그럽거나 무섭거나 최소한 낯설다는 말 대신, 예쁘다고 해줬다고. 또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었다. 이게 이상하지 않으세요? 라고 머뭇거리며 물었을 때, 처음부터 숨기고 있었던 노력이 허무할 만큼 그녀는 산뜻하게, 비록 범속한 위로에 불과하더라도 너는 너일 뿐이라는 말로 이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여주었다고. 그런 걸 보면 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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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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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의 어깨와 가슴과 등허리에 이제는 누가 봐도 알 만한 눈부신비늘은 한 조각 한 조각이 오색 자개를 붙여놓은 공예품처럼 빛났고, 간간이 배나 등 어딘가에서 보이는 지느러미는 너무나 작아 물 속 생활에 별로 도움이 안 될 것처럼 보였지만 도톰하고 투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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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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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사람은 그나마 곁에 있고 얘기 한마디라도 들어주는 곤뿐이었다. 동정도 경멸도 없이 무해한 시선을 건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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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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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질주하는 곤의 몸에서 튀어 오르는 물방울이 불빛 사이로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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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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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은 여느 때처럼 잔잔한 물속에 오랜 시간 머물러 있으 면서 세상 어떤 것으로도 대체 불가능한 안정감과 충족감을 누리던 중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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