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들은 잠자는 사람들의 얼굴과 다리 그리고 손에도 거미줄을 쳤고, 그런 뒤에 번개같이 은신처로 퇴각하여 거미줄이 미세하게라도 흔들릴 때를 기다리다가, 그러다 다시 거미줄을 칠 채비를 했다. 말파리들은 거미줄과 밤으로부터 피신하여 기운 없이 빛나는 불빛 속에서 끊임없이 8자를 그리며 날아다녔다. 케레케시는 반쯤 잠에 빠져서 아코디언을 연주했다. 그의 몽롱한 의식 속으
유리잔이 넘어져 와인이 흐르면서 차에 치어 납작해진 개 모양으로 번지더니, 시시각각 모양이 변화하며 스며들어('스몄다'고? 아니! 와인은 테이블보의 성긴 틈으로 곧장 흘러내렸고 갈라진 마룻바닥 위에서 서로 이어지거나 만나지 못하는 형상을 만들었으며) 마지막으로 뭐라 말할 수 없는 형상을 이루면서 멈추었다.
이리미아시와 페트리너 두 사람이 없다면 지금까지 살아온 대로 모두가 앞을 못보고 무기력하게 곤궁에 찌든 채로 마치 도살장에서의 죽음을 앞둔 가축처럼 우왕좌왕하는 삶을 살 수밖에 없을 거라는 것이 슈미트의 생각이었다.불행은 너무나 오랫동안 그들을 비켜 가는 법이 없었기 때문에 휴터키 역시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슈미트의 요지부동한 태도를 이해할 수 있었다
(해설) 《사탄탱고》는 역사적으로 동구 공산권이 해체되기 이전 인 1985년에 발표된 작품이라는 사실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아직 체제가 유지되던 동안에 작가가 그려낸 '몰락'은 ' 정치적 저항의 표현에 다름 아니었으리라. 1989년 이후의 세계에서 '몰락'은, 아마도 정치적 층위보다는 역사적, 심리적, 형이상적 층위에서 읽히는 경로를 밟기가 쉬웠을 것이다. 이렇듯 '몰락' 의 맥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