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죠? 당신은 역시 다카하시 하루오가 아닙니다. 당신은 다카하시 하루오여서는 안 됩니다. 다카하시 하루오는 여전히……

전화기 저편에서 하라 씨는 침묵을 지켰다.

……여행중일 테니까요.
s*******y 2026.09.10. 신고 공감0 댓글0
마음이나 집중력이라는 것에도 탄생과 소멸의 주기가 있는 법이니까……라고 나는 생각했다. 아마도 그 때문일 것이다. 그녀와 내가 헤어진 것 역시.
s*******y 2026.09.10. 신고 공감0 댓글0
기린과 펠리컨이 같이 앉아 있는 것처럼, 서로 말이 없었다.
s*******y 2026.09.10. 신고 공감0 댓글0
모든 것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내 뜻이 무엇인지도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원인과 결과가 마구 뒤섞이는 느낌이었다.
s*******y 2026.09.10. 신고 공감0 댓글0
하루오? 하루오? 아, 하루오.

나는 그녀의 입에서 하루오라는 이름이 나오자 가벼운 감탄을 뱉어냈다. 물풀과 녹조와 쓰레기로 채워진 기억의 늪에 잠겨 있다가, 스르르 수면 위로 떠오르는 이름 같았다.
s*******y 2026.09.10. 신고 공감0 댓글0
꽃다발이 도착하기 전에 프러포즈하려던 애인에게 이별을 통보받거나 난데없이 폭력배가 나타나 개업식을 난장판으로 만들어놓는 일, 아이를 사산하는 바람에 산모가 혼절하는 일들이었다. 꽃을 늦게 배달해도 좋은 행운이란 그런 것들이었다.
s*******y 2026.09.10. 신고 공감0 댓글0
여자에게는 화원에서와 같은 뒤엉킨 꽃 냄새가 풍겼다. 김이 좋아하는 냄새는, 딱히 냄새라고 할 수는 없지만, 무취였다. 김은 화원을 인수하고 나서야 아무리 좋은 향기라도 몇 가지 종류가 한데 뒤섞이면 금세 악취가 된다는 걸 실감했다.
s*******y 2026.09.10. 신고 공감0 댓글0
모두 무사한데 자신에게만 불운이 닥치는 것, 김이 생각하는 불행은 그런 것이었다.
s*******y 2026.09.10. 신고 공감0 댓글0
세상의 모든 목적지들이란 어떻게 태어나는 것일까. 사람에게 목적지가 필요한 게 아니라 목적지가 사람들을 필요로 하는 게 아닐까. 인간이 떠나고 돌아오는 게 아니라 떠날 곳과 돌아올 곳이 인간들을 주고받는 게 아닐까─알록달록한 표지로 된 서양 잠언집의 문장 같은, 그런 생각들 말이다.
s*******y 2026.09.10. 신고 공감0 댓글0
상상력이 꿈을 죽이기도 한다는 것을, 나는 그때 알았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상상을 반복한 끝에, 나는 흔쾌히 꿈을 접을 수 있었다.
s*******y 2026.09.10. 신고 공감0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