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의 행복한 웃음소리와 나에게 보여준 다정함을 떠올리기만 해도 뭔가가 나를 세차게 후려치는 것 같다. 그 타격은 나를 아프게 하고, 나는 자신에 대한 혐오감으로 숨이 막힌다. 금방이라도 이른바 양심의 가책을 느낄 것 같아서, 담뱃불을 붙인다든가 레코드판을 올린다든가 친구에게 전화를 건다든가 하는 어떤 행동에 의지해야 할 정도다.
안이 내 머리카락을, 이어 목덜미를 부드럽게 쓸어주었다.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파도가 밀려나면서 몸 아래에서 모래가 빠져가갈 때와 같은 기분이었다. 완패당하고 싶다는 욕망, 애정을 향한 갈망이 엄습했다. 분노든 욕망이든 어떤 감정이 나를 그 정도로 동요시킨 적이 없었다. 이쯤에서 연극을 그만두고 요즘 내 삶을 털어 놓고 세상 마지막 날까지 그녀의 손에 나를 맡기자. 그렇
그녀는 내가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없게 만들었다. 행복과 유쾌함, 태평함에 어울리게 태어난 내가 그녀로 인해 비난과 가책의 세계로 들어왔다. 자기 성찰에 너무나도 서툰 나는 그 세계 속에서 나 자신을 잃어버렸다. 안은 내 생활을 어떻게 바꿔놓았는가? 나는 그녀의 힘을 가늠해보았다. 그녀는 내 아버지를 원했고 그를 가졌다. 이제는 우리를 조금씩 안 라르센의 남편과 딸로 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