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오는 날 만나자첫눈 오는 날 만나자어머니가 싸리빗자루로 쓸어놓은 눈길을 걸어누구의 발자국 하나 찍히지 않은 순백의 골목을 지나새들의 발자국 같은 흰 발자국을 남기며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러 가자팔짱을 끼고더러 눈길에 미끄러지기도 하면서가난한 아저씨가 연탄 화덕 앞에 쭈그리고 앉아목장갑 낀 손으로 구워놓은 군밤을더러 사먹기도 하면서첫눈 오는 날
허물느티나무 둥치에 매미 허물이 붙어 있다바람이 불어도 꼼짝도 하지 않고 착 달라붙어 있다나는 허물을 떼려고 손에 힘을 주었다순간죽어 있는 줄 알았던 허물이 갑자기 몸에 힘을 주었다내가 힘을 주면 줄수록 허물의 발이 느티나무에 더 착 달라붙었다허물은 허물을 벗고 날아간 어린 매미를 생각했던 게 분명하다허물이 없으면 매미의 노래도 사라진다고 생각했던 게 분명하다나는
감자를 씻으며흙 묻은 감자를 씻을 때는하나 하나씩 따로 씻지 않고 한꺼번에 다 같이 씻는다물을 가득 채운 통 속에 감자를 전부 다 넣고팔로 힘껏 저으면감자의 몸끼리 서로 아프게 부딪히면서 흙이 씻겨나간다우리가 서로 미워하면서 서로 사랑하는 것도흙 묻은 감자가 서로 부딪히면서 서로를 깨끗하게 씻어주는 것과 같다나는 오늘도 물을 가득 채운 통 속에내 죄의 감자를 한꺼번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나무 그늘에 앉아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을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