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먼저냐의 차이뿐. 그리고 언제나 다들 신보다 먼저 떠났다. 사실은 아무도 죽지 않았으면 했는데. 그런데 버리라는 말을 그렇게 쉽게. 바다를 보여주고 싶다. 간신히 얻은 그 소망을 빼앗는 말인 줄은 모르고. 두고 간다니. 전우라면, 함께 싸운다면. 그것은 레나조차도 그보다 먼저 떠날지도 모른다는 소리다. 그것은 이해했다고 생각했다. 그럴 터였는데, 그걸 인정할 수 없다. 그
겨우 알았다. 무서운 것은. 으스스한 그녀들이 사실은 자신들의 후예이기 때문이다. 계속 싸우고 싸운 끝의 모습이 이 시체의 산이라고 담담히 깨달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쩌면 저 86구 때부터 계속. 그것이 긍지라고 말하면서. 그녀들과 마찬가지로. 웃으면서. 무의미하게, 죽어가고.
――바다를 보여주고 싶다. 모르는 것을, 아직 본 적 없는 것을. <레기온>에 갇힌 이 세계에 있어서는 볼 수 없는 것을, 그 사람에게 보여줄 수 있으면 된다. 자신이 싸우는 이유는 그거면 된다고 했던 말을 신은 지금도 잊지 않았다. 기대는 하지 않는다. ……그런 건 어차피 이뤄지지 않는다. 그래도 혹시나, 언젠가, 이 전쟁이 끝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