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을 정리하면서 할머니는 그때를 기억해 낸 거다.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이 아니라, 윽박지르고 대드는 방법으로 서로의 비밀을 걱정하던 시간을.
s*******y 2026.09.10. 신고 공감0 댓글0
불행한 사람들도 아니다. 하지만 행복을 연기해 버린다면 진짜 불행해질지도 몰라.
s*******y 2026.09.10. 신고 공감0 댓글0
‘어떻게 그런 상황에서 웃을 수가 있어? 그런 애랑 친구할 수 있어?’라고 물어보고 다녔다. 하지만 내게 직접 따져 묻지는 않았다. 방금처럼, 티 나게 모르는 척하면서 나를 지웠다.
s*******y 2026.09.10. 신고 공감0 댓글0
아빠는 ‘이건 내가 원한 삶이 아니야’라는 말을 자주 했다. 무척 억울하고 분하다는 표정으로. 아빠가 원하는 삶은 아빠의 머릿속에만 있다. 아빠는 삶이 알아서 그렇게 되어 주길 원한다. 아빠는 자기가 바로 삶이라는 생각을 못 하는 것 같다.
s*******y 2026.09.10. 신고 공감0 댓글0
아빠는 자기 자신도 그런 틀 안에 가둔다. 진짜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는 생각하지 않고 자신이 믿는 사람을 자기라고 단정해 버린다. 내가 보는 아빠와 아빠 본인이 믿는 아빠는 너무 다르다.
s*******y 2026.09.10. 신고 공감0 댓글0
그날은 없고 다음 날이 왔다. 그럴 수 있다. 하루가 사라질 수도 있다. 사라진 그날은 어둠이 되어 엄마 방에 고였다.
s*******y 2026.09.10. 신고 공감0 댓글0
우리가 각자의 최소한을 지키기 위해 떨어져 있는 거라고 생각하면 잠깐이나마 마음이 너그러워진다. 난 우리의 사정을 이해해 보려고 이렇게까지 생각하는데 엄마와 아빠도 그럴까?
s*******y 2026.09.10. 신고 공감0 댓글0
‘아이는 또 가지면 된다’고 말했다. ‘아이를 가진다’는 말은 이상했다. ‘아이를 또 가진다’는 말은 더 이상했다. 나는 내가 죽는 상상을 했다. 나는 또 태어날 수 있나? 엄마가 아이를 가지면 그게 다시 나일 수 있나? 우리의 천사는 오직 한 명뿐이다.

그렇지만.

내가 기억하는 건 천사가 아니지. 천사를 기다리던 우리들이지.
s*******y 2026.09.10. 신고 공감0 댓글0
알기 때문입니다. 눈앞의 어려움을 해결한다고 내 삶이 크게 달라지진 않을 거란 사실을. 어질러진 방을 내 손으로 치우고 나는 다시 방을 어지르겠죠. 먼지는 쌓이고 벽지는 낡아가고 어딘가에서 계속 나쁜 냄새가 올라오겠죠. 나는 구제불능이라는 사실을 거듭 확인하겠죠. 이 권태와 환멸, 손쓸 수 없다는 우울과 허무, 계속 잘못하고 있다는 죄책감은 대체 어디에서 흘러오는 겁니까.
s*******y 2026.09.10. 신고 공감0 댓글0
최선을 다해 퍼내고 비운 마음은 여름날 뭉게구름처럼 금세 불어났다.
s*******y 2026.09.10. 신고 공감0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