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액자 모양 문 앞에 한참을 서서 풀이 이쪽으로 또 저쪽으로 눕는 것을 보며 저 너머엔 또 어떤 길이 감춰져 있을까, 내가 어떻게 하면 조시의 병이 낫게 도울 수 있을까 고민했다. 하지만 아직 야외에 있는 데 완전히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혼란스러움이 움트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몸을 돌려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면 다른 것도 좀 물어보자. 이런 걸 묻고 싶어. 너는 인간의 마음이라는 걸 믿니? 신체 기관을 말하는 건 아냐. 시적인 의미에서 하는 말이야. 인간의 마음. 그런 게 존재한다고 생각해? 사람을 특별하고 개별적인 존재로 만드는 것. 만약에 정말 그런 게 있다면 말이야. P.320 중에서
우리는 감상적인 사람들이죠. 어쩔 수가 없어요. 우리 세대는 여전히 과거의 감정을 지니고 살죠. 마음 한편에서 그걸 붙들고 버리지 않으려고 해요. 우리 내면에 가닿을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고 계속 믿고 싶어 해요.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수 없는 고유한 무언가가 있다고. 하지만 그런 건 없어요. 누구나 아는 사실이죠. 당신도 알고요. 우리 세대 사람들은 무언가 있다는 생각을 놓
거기에서 나무가 울타리처럼 죽 늘어서 있는 곳까지 펼쳐진 풀밭과, 해가 그 뒤로 피곤한 듯 이제 흐릿한 빛을 내며 땅으로 가라앉는 모습을 보았다. 하늘이 밤으로 물들며 별이 보이기 시작했고 나는 해가 쉬러 내려 가면서 나를 향해 다정하게 미소 짓는 걸 느꼈다. 마음에 고마움과 존경이 솟아서 나는 그 자리에 그대로 해의 마지막 빛이 땅 밑으로 사라질 때까지 서 있었다. P.247
불화는 늘 있어. 그건 그렇고, 네가 묻기 전에 대답하자면 맞아. 영국이 그리워. 특히 산울타리가 그리워. 영국에는, 적어도 내가 살던 고장에서는 어디든 녹색이 보이고 그게 전부 산울타리로 나뉘어 있어. 여기도 산울타리, 저기도 산울타리. 아주 깔끔하지. 그런데 여기를 봐. 그냥 끝도 없이 이어지잖아. 저 안 어딘가에 울타리가 있겠지만 보이지도 않잖아? P.225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