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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다녀온 지 한 삼 년쯤 되었는데, 그 때도 성산포에 갔었다. 그리고 바다를 보며 이생진 시인의 이 시를 떠올렸었는데... 아쉽게도 이 시집을 놓고 갔었다. 제주도에 언제 가게 될 지는 모르지만, 이 시집을 가지고 가서 성산포 바닷가에서 이 시들을 읽는다면, 바다가 이 시들을 들어줄까? 아님, 그냥 이 시집을 옆에 내려놓고 바다를 본다면, 바다가 이 시들을 읽어줄까? 이생진 시인은 근 30년동안 바다와 섬을 돌아다니며 이 시집 속의 시들을 얻었다고 한다. 봄의 바다, 여름의 바다, 가을의 바다, 그리고 겨울의 바다... 바다는 계절이 바뀌어도 늘 그 모습으로 파도 치고, 그 모습으로 노래하고, 그 모습으로 춤을 추고, 그 모습으로 우리들을 위로한다. 아름다운 음악과 파도소리를 백뮤직으로 깔고 윤설희씨가 낭송한 시들이 라디오의 음악프로에서 곧잘 나오곤 했었는데, 들어본 지 꽤 되었다. 분위기 있는 목소리로 시를 낭송하는 것을 눈감고 들으면 파도소리까지 들려서 마치 성산포 바닷가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곤 했었다. 그리운 바다, 성산포... 언제 다시 제주에 가게 되면, 꼭 성산포에 갈 것이고, 성산포게 가게 된다면, 꼭 이 시집을 들고 가리라... 바다가 읽어주는 시도 꼭 들어보리라...
* 참고로 삽화 밑에 쓴 설명은 시인께서 직접 그림에 써놓은 글을 그대로 옮긴 것임.
1. 바다를 본다
성산포에서는 교장도 바다를 보고 지서장도 바다를 본다 부엌으로 들어온 바다가 아내랑 나갔는데 냉틈 돌아오지 않는다 다락문을 열고 먹을 것을 찾다가도 손이 풍덩 바다에 빠진다
성산포에서는 한 마리의 소도 빼놓지 않고 바다를 본다 한 마리의 들쥐가 구멍을 빠져나와 다시 잠깐 바다를 본다 평생 보고만 사는 내 주제를 성산포에서는 바다가 나를 더 많이 본다
2. 설교하는 바다
성산포에서는 설교를 바다가 하고 목사는 바다를 듣는다 기도보다 더 잔잔한 바다 꽃보다 더 섬세한 바다 성산포에서는 사람보다 바다가 더 잘 산다
11. 절 망
성산포에서는 사람은 절망을 만들고 바다는 절망을 삼킨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이 절망을 노래하고 바다가 그 절망을 듣는다
12. 술에 취한 바다
성산포에서는 남자가 여자보다 여자가 남자보다 바다에 가깝다 나는 내 말만 하고 바다는 제 말만 하며 술은 내가 마시는데 취하긴 바다가 취하고 성산포에서는 바다가 술에 더 약하다
24. 바다를 담을 그릇
성산포에서는 바다를 그릇에 담을 순 없지만 똟어진 구멍마다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뚫어진 그 사람의 허구에도 천연스럽게 바다가 생긴다
37. 저 세상
저 세상에 가서도 바다에 가자 바다가 없으면 이 세상 다시 오자
38. 수평선
맨 먼저 나는 수평선에 눈을 베었다 그리고 워럭 달려든 파도에 귀를 찢기고 그래도 할 말이 있느냐고 묻는다 그저 바다만의 세상 하면서 당하고 있었다 내 눈이 그렇게 유쾌하게 베인 적은 없었다 내 귀가 그렇게 유쾌하게 찢긴 적은 없었다
45. 고 독
나는 떼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일 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
47. 섬 묘지
살아서 무더웠던 사람 죽어서 시원하라고 산 꼭대기에 묻었다
살아서 술 좋아하던 사람 죽어서 바다에 취하라고 섬 꼭대기에 묻었다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죽어서 실컷 먹으라고 보리밭에 묻었다
살아서 그리웠던 사람 죽어서 찾아가라고 짚신 두 짝 놔 두었다
66. 보고 싶은 것
모두 막혀 버렸구나 산은 물이라 막고 물은 산이라 막고
보고 싶은 것이 보이지 않을 때는 차라리 눈을 감자 눈을 감으면 보일거다 떠나간 사람이 와있는 것처럼 보일거다
알몸으로도 세월에 타지 않는 바다처럼 보일거다 밤으로도 지울 수 없는 그림자로 태어나 바다로도 닳지 않는 진주로 살거다
79. 그리운 바다
내가 돈보다 좋아하는 것은 바다 꽃도 바다고 열매도 바다다 나비도 바다고 꿀벌도 바다다 가까운 고향도 바다고 먼 원수도 바다다 내가 그리워 못 견디는 그리움이 모두 바다 되었다 끝판에는 나도 바다 되려고 마지막까지 바다에 남아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바다가 삼킨 바다 나도 세월이 다 가면 바다가 삼킨 바다로 태어날거다
시인이 직접 펜으로 그린 그림... 좌측은 서귀포에서 문주란 1986. 7. 22.. 우측은 성산포에서 본 바다 1978. 2. 28.
좌측은 우도에서 성산포... 1984. 우측은 우도, 성산포에서... 1984.
좌측은 야생백합, 성산일출봉에서... 우측은 성산포... Feb. 28. 1978. July 27. 1984.
좌측은 제주도. 워싱턴야자. 1986. 우측은 한라산, 성산포에서. 1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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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생신님의 그리운 바다 성산포는 분명 시집이다. 그러나 이 글은 한폭의 잘 그려진 그림과 같은 느낌을 준다. 시원하고 간결한 수채화 말이다. 이 시는 읽어서는 안된다. 분석도 하지 말자. 그런것들은 불필요하고 거추장스러운 것들이다. 단지 느끼자. 그리고 그것이 바로 저자가 원하는 바이다. 성산포를 배경으로 온갖 이야기들을 엮어내는 저자의 감각은 놀랍다. 그것들을 이해하려면 우리는 우리의 온몸의 감각들을 모두 동원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 시를 읽는 것은 시를 읽는 것이 아니라 바다를 읽은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성산포가 눈앞에 펼쳐진다. 이 시는 성산포라는 하나의 자연물을 통해 우리의 삶, 죽음, 풍요로움과 본질적인 고독감에 대해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무슨 철학이야기가 아니라 순수한 자연의 모습 그 자체인 글임에 이 시의 매력이 있지 않을까. 그 아름다움에 대한 감상을 넘어선 인간의 나약함, 그것에 대한 자각의 겸손함, 자연과 하나가 되는 평화로운 상태에 대한 열망.. 이 시가 가르쳐주는 것은 그런 것들이다. 이 시를 읽으며 나는 수없이 성산포로 달려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의 향기를 느낀다. 그리고 난 섬이 된다. 고독의 본질에 접근해가며..그리고 삶에 대해 생각하며..그리고 나는 성산포의 넓은 물결안에 몸을 던져버리고 말았다. '그리운 바다 성산포' 이 시가 나에게 주는 것들이 바로 그런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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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 성산포에 가보지는 못해다. 그래도 이 책을 읽고 있으면 마치 성상포에 살다가 온 사람처럼 성산포의 벼랑 끝 작은 돌도, 잡초도 다 그리워지다. 정말 성산포가 그리워지다. 그래서 '그리운 바다 성산포'라고 시집에 붙여 놓은 모양이다. 시를 읽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 보듯이 환하게 성산포가 보이는 것 같다. 별 화려한 문구도 없고 미사어구도 없지만 그 속에는 바닷가에 얽힌 전설이며, 사람사는 내음이 물씬 풍겨 나오고 마음이 쏴아 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두고두고 천천히 읽으면 이 시들의 살아서 움직이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인상깊은구절] 바다를 본다. 성산포에서는 교장도 바다를 보고 지서장도 바다를 본다. 부엌으로 들어온 바다가 아내랑 나갔는데 냉큼 돌아오지 않는다. 다락문을 열고 먹을 것을 찾다가도 손이 풍덩 바다에 빠진다. |
| 한 시대가 가고, 과거만이 남았다. 욕창을 앓던 지난 세월이 아픈 까닭은 오늘을 살아가는 삶의 자화상이 지난 시절의 그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리라. 매어 달린 세대의 지루한 역사, 그 비극의 지평이 바로 현재가 딛고 선 좌표이며 세기말을 힘겹게 자맥질해온 우리들 삶의 원형일 것이다. 碧空을 짚고 선 과목이든 초로에 울먹이는 달빛이든 '매어달림'의 배후에는 비상 혹은 추락만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자연의 인과를 거역할 수 없는 인류족들에게 생은 구름같은 비상을 허락치 않는다. 결국, 인간 삶의 진정성은 떨어짐의 미학속에서만 획득되어 진다. 인간이 가장 비인간적일 수 있는 정점은 현재적 삶의 현장 속에서 실현 불가능한 꿈을 실현시키기 위하여 끊임없이 도전하는데 있다. 신이 점지해준 천상의 운명이 두려워 야음을 틈타 자식의 날개를 절단하는 소심한 애비의 거사야말로 너무나도 인간적인 비극이며 연민이리라. 생애 가장 찬연한 '추락'을 열망하는 순간이 바로 불완전한 인간에게 비로소 추락할 수 있는 날개 즉, 완전함이 부여되는 순간일 것이다. 인간 조건의 모순이 모순으로 극복되는 순간이다. 그렇다면 가장 아름다운 '추락의 비상'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것은 곧 비움이리라. 욕망의 버림, 나아가 모든 세속적인 것들과의 결별이 가장 아름다운 '추락의 비상'을 실현 시킨다. 불가의 진리는 그러한 인간에게 하나의 가능성을 제시해 준다. 色卽是空, 空卽是色 보이는 현상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와의 내적 동일성은 물질에 대한 집착의 버림을 가능케 함으로써 인간 극복의 조건을 마련해 준다. 완전한 버림, 즉 소유하지 않는 삶의 자세가 바로 해탈로 가는 통로인 것이다. 욕망이 발원하는 의식의 때가 말끔히 씻겨질 때 인간은 해탈 하게 된다. 이생진의 연작 '그리운 바다 城山浦'는 인간 극복의 부단한 과정인 비움의 전형을 제시해 준다. "세상에 머물라, 그러나 거기에 속하지는 말라"는 격언이 어울리는 사람이 있다면 이생진 시인이 그 중 한명일 것이다. |
| 제주도는 우리에게 낭만을 알게 한다. 처음 제주도에 발을 디뎠을 때를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야자수가 길게 줄지어 있고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파란 바다. 그 속에 빠지고 싶어 질까봐 감히 다가가지도 못했던 절망의 기억. 십 몇 년이 지난 지금, '떠나요...'로 시작하는 유행가를 들을 때, 제주도가 배경인 아일랜드라는 만화를 볼 때, 이생진 시인의 그리운 바다 성산포를 펼쳐 든다. 그는 바다를 시처럼 사랑하게 만드는 이상한(?) 시인이다. 십 년 넘게 간직한 책은 너덜너덜해져 있고 책을 만지는 횟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그래도 책을 펼치면 이십대의 내가 느끼던 감정이 애잔하게 전해져 또한 나를 절망하게 한다. 그때 그 바다에 뛰어 들어 인어의 전설로 이 세상을 사라졌으면 좋았을 것을, 바다가 오염될 까봐 차마 못하겠다는 핑계를 대고 돌아섰던 내가 밉다. 성산포는 유토피아다. 우리가 가고 싶어하는 영혼의 고향. "바다"는 우리가 잃어버리고, 기억할 수 없는 본연의 마음이다. 자라면서 '도회'속에 묻혀버린 순수, 지금 서 있는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거울이다. 시가 너무 파래서 넘실대는 바다처럼 날 삼킬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 시인에게 감사하는 마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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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시집을 읽은 것이 정확히 언제였는지 모르겠다.아주 오래전 학창시절이었는데 읽을 때마다 나에게 많은 느낌을 주는 책이다. 외로울 때나 절망적일 때가 기쁠 때 보다 더 강한 느낌을 주었던 것 같다. 알고보면 이 책은 참 유명한 책이다. 항상 베스트셀러 코너에 전시되어 있는 것을 참 오랫동안 보아왔기 때문이다.
'성산포' 시집은 어떤 때는 급기야 나를 바닷가로 이끌게 했고 또 언젠가는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게 했다. 대체적으로 이 시집의 분위기는 어두운데 어쩐지 그 어둠이 나를 정화시켜 주는 것만 같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내 마음의 찌꺼기까지 말끔히 씻어 주는 듯하다. 그래서 내가 이 시집을 좋아하는 것 같다. [인상깊은구절] 패배 일어설듯 일어설듯 쓰러지는 너의 패배 발목이 시긴 하지만 평면을 깨뜨리지 않는 승리 그래서 네 속은 하늘이 들어앉아도 차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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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표지가 인상적인 이책은 바닷마을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혹은 바다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리운 바다 성산포라는 제목처럼 바다 이야기가 주축을 이룬다. 바다는 삶과 죽음이 이어지는 곳, 해수면이 맞닿아 더욱 그러한 생각을 부축인다.
이쯤오니
세상사 모두
금 하나로
끝난다
부산과 여수가 그렇고
종로에서 미아리가 그렇고
그립다고 모여든
커피와 의자
암으로 죽은
그 사람이나
생으로 죽은
그 사람이나
이렇게 사소한 내용을 중얼거리듯 읊조리는 시, 그것이 바로 성산포이다. 사소하지만 그속에 작가가 세상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담고 있으니 그래서 깊이 있는 책이다. [인상깊은구절] 몇 줄의 시를 쓰기 위해 창경원 꽃사슴에 아부하고 며칠을 더 살기 위해 세월에 아부했다 치더라도 바다 앞에서는 내가 아부할 수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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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바다를 좋아하는 사람, 싫어하는 사람, 별로 아무런 감정도 없는 사람 이렇게 존재한다. 하지만, 좋아하는 사람들은 바다에서 어떤 느낌을 가지기 때문에 바다를 사랑하고 끊임없이 찾는 것일까.. 그것은 바다가 가지고 있는 커다랗고도 끊임없는 움직임에 매료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나도 여러 의미에서 바다를 생각해 보면 온 몸에 전율이 일 정도의 감동을 받기도 하고, 때로는 그 무한함에 두려움 조차 느끼기도 하니 말이다. 난 아직 성산포에 가본 적은 없다. 하지만, 성산포의 바다는 좀더 멀리 있고, 아득하기에 특별하게 느껴진다. 모두가 하나로 이어져 있는 바다이지만, 우리 곳곳에서 서로 다른 형태와 느낌으로 다가오는 바다는 비단 성산포 뿐만이 아닐 것이라 생각이 든다. 이 시들을 읽으면 성산포에 한번쯤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아름다운 엄마의 품으로... [인상깊은구절] 63넋 파도는 살아서 살지 못한 것들의 넋 파도는 살아서 피우지 못한 것들의 꽃 지금은 시새워할 것도 없이 돌아선다 사슴이여 살아 있는 사슴이여 지금 사슴으로 살아 있는 것은 얼마나 행복하냐 꽃이여 동백꽃이여 지금 꽃으로 살아 있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우냐 사슴이 산을 떠나면 무섭고 꽃이 나무를 떠나면 서글픈데 물이여 너 물을 떠나면 또 무엇 하느냐 저기 저 파도는 사슴 같은데 산을 떠나 매 맞는 것 저기 저 파도는 꽃 같은데 꽃밭을 떠나 시드는 것 파도는 살아서 살지 못한 것들의 넋 파도는 살아서 피우지 못한 것들의 꽃 지금은 시새움도 없이 말 하나 않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