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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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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란, 결코 눈부시지 않지만 그렇게 어둡지도 않아"여고 시절 전교생의 동경과 사랑을 한몸에 받던 친구가 있었다. 피아니스트가 꿈이었던 친구. 학교 축제 때나 체육시간, 점심시간이면 친구들에게 불려 다니며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악보 없이 완벽하게 쳐 내던 친구. 그래서 인기도 많았고 쉬는 시간이면 후배들이 매점에서 산 과자와 음료수를 전해주려고 복도에 긴 줄이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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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란, 결코 눈부시지 않지만 

그렇게 어둡지도 않아"


여고 시절 전교생의 동경과 사랑을 한몸에 받던 친구가 있었다. 피아니스트가 꿈이었던 친구. 학교 축제 때나 체육시간, 점심시간이면 친구들에게 불려 다니며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악보 없이 완벽하게 쳐 내던 친구. 그래서 인기도 많았고 쉬는 시간이면 후배들이 매점에서 산 과자와 음료수를 전해주려고 복도에 긴 줄이 만들어지곤 했던 진풍경도 기억난다. 늘 조용하고 말도 많지 않았지만 친구들의 부탁에 쑥스러워 하면서도 다 들어주던 그 친구가 가끔 궁금했다.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시간이 흐르고, 오랜 세월 여고 동창들 소식을 못 듣고 지내다가 우연히 고향 친구로부터 그 친구의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래서 피아니스트가 되었느냐고 물었다. 그렇지 않다고. 대학을 갓 졸업했을 땐 피아노 학원에서 어린아이들을 가르치기도 했지만 오래 가지 못했다고. 피아노에 재능은 있었지만 원래 무대 공포증이 있었고 큰 무대에 서는 게 힘들어 결국 꿈과 멀어지게 되었다고. 여고 시절 인기도 많고 재능도 있어서 화려하게 어릴 적 꿈을 살고 있을 것만 같았는데, 어쩌면 그렇게 살기를 진심을 다해 바라기도 했는데 다른 이유로 좋아하던 피아노까지 멀어지게 된 건 아닐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오래전 꿈에 대한 이야기다. 가끔은 어릴 적 꿈이 지금의 삶과 얼마나 닮아 있는지 궁금하다. 한때 화려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의 꿈 말이다. 빛날 수 없었다고 해서 그 삶이 완전히 아무것도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재능을 살리지 못했다고 해서 그 삶이 무의미한 것이 될 수 있을까. 가즈오 이시구로의 『녹턴』은 어쩌면 그런 의문에서 시작된 작품이 아닐까 한다. 


작가가 젊은 시절 싱어송라이터를 꿈꾸었다는 이야기는 처음 알게 되었는데, 싱어송라이터는 되지 못했지만 적어도 그의 인생에 멋진 작품은 남길 수 있었으니 어느 누구의 인생도 눈부시지 않지만 그렇게 어둡지만도 않다고 말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녹턴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조용한 밤의 분위기를 나타낸 서정적인 피아노곡. 19세기 초엽에 필드(Field, J.)가 처음으로 작곡한 형식으로, 특정한 박자와 형식은 없고 세도막 형식 또는 론도 형식을 따른다. 쇼팽의 19곡이 가장 유명하다."라고 나온다.


가즈오 이시구로의 『녹턴』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음악 형식을 문학으로 옮겨 인생의 황혼기에 서 있는 사람들의 삶을 잔잔하게 들려주는 5개의 단편을 담은 소설집이다. 지나온 삶을 반추하며 황혼기의 남은 날을 품위 있게 담아냈던 『남아 있는 나날』의 잔향이 오랬던 터라 비슷한 결의 작품으로 읽히기도 하는데 큰 사건 없이 잔잔하게 밤의 음악처럼 조용하게 이야기가 흐른다.  


내가 아는 것은 그저 그가 그날 오후 양복 차림, 고급 양복이 아닌 그저 평범한 양복 차림으로 이곳에 왔었다는 것뿐이다. 그러니까 티보르는 지금 어딘가에서 사무원으로 일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근처에 볼일을 보러 왔다가 지난날을 추억하기 위해 이곳에 왔는지도 모른다. 

_가즈오 이시구로, 「첼리스트」, 본문 310쪽

한때 잘나가던 혹은 재능이 있던 혹은 천재라고 자부하던 음악가들의 삶은 기대했던 삶과는 조금 다르다. 한때는 전 세계 사람들을 울리고 웃게 했던 가수의 노래는 더 이상 사랑을 구원할 수 없다. 예술에도 타이밍이 있고 어느샌가 빛이 바래고 울림을 주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어딘가 애잔하다. 지리멸렬한 우리 삶의 어디쯤을 지루하게 옮겨 놓은 것 같아서. 어쩌면 가즈오 이시구로가 가장 잘 해낼 수 있는 글'쓰기'의 영역일 테다. 


한때 우리는 모두 낭만적인 바보에서 시작했다. 현실의 문으로 한 번 들어가고 나면 낭만 따위 찾아볼 수도 없겠지만, 그럼에도 때론 비빌 언덕이 되어주기도 해서 감사하게도 살아간다. 여고 시절 인기 많던 친구는 피아니스트만 되지 않았을 뿐 행복한 삶을 살고 있을 거라 믿는다. 



바보인 게 틀림없어.

하지만 낭만적인 바보군.

오후 내내 이 광장에 앉아 있을 수만 있다면 굶어도 좋다는 거지. 

_가즈오 이시구로, 「첼리스트」, 본문 267쪽



i*****j 2026.01.1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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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고금과 동서를 구분 않는 그 지루함, 그리고 언뜻 보이는 찬란함
"인생, 고금과 동서를 구분 않는 그 지루함, 그리고 언뜻 보이는 찬란함" 내용보기
인생, 고금과 동서를 구분 않는 그 지루함, 그리고 언뜻 보이는 찬란함. 녹턴,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김남주 옮김    사람은 어떤 존재일까요? 자꾸 묻기 시작하는 것이 철학의 시작이라고 하죠. 묻고 답하고 다시 묻는 과정에서 사람은 무엇을 위해 살고, 어떻게 사는 것이 폼 나게 사는 것인지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어떤 지 확인하면서 다시 질문을 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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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고금과 동서를 구분 않는 그 지루함, 그리고 언뜻 보이는 찬란함.

녹턴,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김남주 옮김

 

 사람은 어떤 존재일까요? 자꾸 묻기 시작하는 것이 철학의 시작이라고 하죠. 묻고 답하고 다시 묻는 과정에서 사람은 무엇을 위해 살고, 어떻게 사는 것이 폼 나게 사는 것인지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어떤 지 확인하면서 다시 질문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존경하는 철학자들은 질문을 하고 답을 얻는데 일가를 이룬 사람들일 것입니다. 하지만 존경해 마지않는 철학자들의 질문은 애초 왜, 어디에서 나왔을까요? 전 그들이 살았던 환경, 건강, 가족, 만났던 여성들(또는 남성들)이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믿습니다. 평범했던 주변의 사람들과 그들이 만든 환경으로 인하여 생각의 씨앗을 뿌리고 밭을 일궈 수확을 하며 생각의 지평을 넓혔다고 믿고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건강이 좋지 않아 매일 죽음을 생각했던 철학자의 주제는 죽음에서부터 그 지평을 넓혔을 것입니다. 평범함에서 시작한 비범함, 평범함과 비범함이 변주를 이루는 것이 사람의 삶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유명한 가수와 그런 유명한 가수와 결혼하는 것이 성공 그 자체였던 여성은 결혼을 합니다. 이들이 살면서 의도하지 않았던 사랑이 싹트고 맙니다. 원래 공학적인 짝 맞춤은 사랑이 필요 없는 것임에도 의도하지 못한 사랑이 싹트고 만 것입니다. 아마도 20년쯤 살았을까요? 이젠 퇴물이 된 가수는 부인이 더 늙기 전에 다른 성공한 사람과의 재혼을 위해 헤어지길 결심합니다. 남편의 결심을 거부하지 않는 부인은 서로 눈물 흘리며 헤어집니다. 헤어진 여성은 또 다른 성공적인 재혼을 위하여 성형수술을 합니다. 시장에서 팔리려면 예뻐야 하니까요. 성형수술이 성공의 열쇠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 여성만이 아닙니다. 실패자형 추남이기에 뛰어난 음악적 재능이 사장된다고 믿는 남자도 성형수술을 받게 됩니다. 이 남자는 음악적 재능의 지평을 넓혀 성공했을까요? 그렇지 못하여 누나네 가게에서 일이나 도와주며 숙식을 해결하는 지루하고 불편한 삶을 살진 않았을까요?  성공적인 성형수술 후 이 여성의 새로운 결혼생활은 과연 찬란할까요? 남편이 바람을 피우거나, 아내가 남편을 지루하게 느끼지는 않았을까요? 지루한 인생에서 피할 길이 있다면, 적어도 지루함을 견딜 수만 있다면 사기꾼의 말에 현혹되거나, 그저 그런 거짓말을 속아주듯 속는 일은 없을까요?

 

 사람들의 삶의 족적을 볼 기회가 있다면, 우리는 화려함으로 치장한 사람들의 등에 붙은 지루함을 볼지도 모릅니다. 비겁한 사람의 마음속에서 불타는 용맹을 보게 될지 누가 알겠습니까? 사람을 웃기는 개그맨의 울음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죠. 인생의 화려함은 지루함이 뒷배경이 되어야 화려해 보이고,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삶의 지루함은 찰나에 지나지 않은 화려함이라도 대비가 되어야 참아 낼 것 같지 않습니까?

 

 가즈오 이시구로의 소설 녹턴은 5편의 작품이 실려 있습니다. 별 볼 일 없는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이 전하는 별 볼 일 있을 듯한 사람들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소식을 전하는 사람이 별 볼 일 없다고 말을 했지만 볼품없이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한없이 처량하게 이야기를 시작하지만, 그래서 자기가 얘기하는 사람들의 화려함을 강조하지만, 사람들의 삶은 한순간 벅차게 아름다운 순간이 사진 찍힌 후에는 지루한 일상이 반복되기 때문입니다. 이야기꾼의 그저 그런 일상이 너무 어둡지 않듯이, 벅찬 아름다운 순간을 누린 이야기 속 사람들이 결코 눈부시지 않습니다. 결국 이야기꾼이나 그 속의 사람들이나 모두 비슷한 역사를 쓰고 있는 것이지요. 이 책을 읽는 과정이 밋밋했습니다. 무언가 힘이 빠지고, 축축한 양말을 신은 듯 불편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동서와 고금을 막론하고 우리들이 살아온 이야기는 아닐까 질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가즈오 이시구로의 이야기를 끝까지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이 질문의 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람은 어떤 존재일까요? 인생은 과연 즐거울까요? 우울할까요? 질문에 이은 답들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그래도 빅데이터를 이용해 확인한다면 그게 그것이다는 결론이 나오지 않을까요? 비슷하니 어울려 살고, 서로 다르니 약간은 떨어져서 살아가는 것이지요.

이달의 사락 s*****m 2022.02.0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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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보신 분들의 평들이 좋아서 믿고 구매했어요.
"읽어보신 분들의 평들이 좋아서 믿고 구매했어요." 내용보기
작가의 도서는 처음인데 제목에서 말씀드렸듯이 평들이 다 좋아서 저도 선뜻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이 책 다 읽으면 이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하나 하나 읽어 볼 예정이에요. 그리고 책 표지 색깔이 산뜻해서 눈에 보기가 좋고 글자 크기도 적당해서 읽기 편할 것 같아 만족했고 또 책의 제목을 보자마자 피아노로 연주한 녹턴을 떠올렸는데 이 연주곡 잔잔하게 틀어놓고 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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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도서는 처음인데 제목에서 말씀드렸듯이 평들이 다 좋아서 저도 선뜻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이 책 다 읽으면 이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하나 하나 읽어 볼 예정이에요. 그리고 책 표지 색깔이 산뜻해서 눈에 보기가 좋고 글자 크기도 적당해서 읽기 편할 것 같아 만족했고 또 책의 제목을 보자마자 피아노로 연주한 녹턴을 떠올렸는데 이 연주곡 잔잔하게 틀어놓고 책을 읽어보려고 해요.
YES마니아 : 골드 m***********8 2021.09.10.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