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하는 매, 할 말이 꽤 많을 것 같은 판타지 소설, 그리고 내가 가장 재미있게 읽은 판타지. 이 책을 본지는 꽤 오래되었는데, 아직도 이 책을 생각하면 심장박동수가 달라질 정도로 재미읽게 읽은 책이다.
이 책의 매력 포인트를 한번 꼽아볼까? 생각나는 데로 적자면 먼저 개성이 넘치는 캐릭터 들을 꼽겠다. 그 다음에는 판타지 답게 독자적으로 잘 짜여진 세계관, 그리고 깨끗하게 맞물려 돌아가면서 화려, 복잡, 다난한 사건들, 빠른 전개와 시원스런 필체, 재치있는 문장들.
주인공 페르아하브는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그는 '주인공'의 일반적인 속성을 가지면서도 그 속성들을 깬다. 그의 미모와 능력은 주인공의 일반적인 속성이지만 소설 중반인 5권에서 죽어버리고 다시는 나오지 않는다는 점과 (물론 복제가 나오긴 하지만 -.-) 선악이 불분명하게 혼재되어있는 변태적인 성격은 주인공들의 일반적인 속성을 깨는 것이다.
게다가 소설을 좀더 살펴보면 다른 캐릭터들 역시 펠과 마찬가지로 모순된 점(일반적인 속성과 그렇지 않은 속성의 대립)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가장 성스러운 성기사 다한이 파문당하는 것과 자유.방종.오만.어둠 등의 여신 크로아드를 섬기는 헤인델이 처녀라든가...-.- 이런 것은 결코 일반적이지 않다. 그 외에 욕을 섞어 기도하는 버겐이나, 종교로 장사하는 토어크교황 등 모두 모순된 점을 갖고 있으며 따라서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비상하는 매 만의 개성 넘치는 캐릭터 들이 완성되는 것이다.
캐릭터만 일반적인 속성을 깨는 것이 아니다. 소설의 구성이나 세계관 역시 '판타지'라는 장르의 일반적인 속성을 깬다. 누군가 말했던가? '판타지의 본질이 그 자유로움에 있다면 판타지의 틀을 깬 비상하는 매는 어떤 판타지보다 판타지 적인 판타지이다.' 라고. 또 굳이 예를 들어야 한다면 '현대과학문명'이 소설에 언뜻 등장한다는 것인데, 여러가지 기계와 시스템을 '상위인간문명'으로 등장시킨 점과, 마법같은 신비로운 속성을 가진 것 조차도 과학과 결합을 시도한 점이 새롭다.
내용만 본다고 해도 충분히 재미있는 데다가 휘긴경의 재치있는 문장과 빠른 전개, 시원한 필체는 소설의 재미를 배로 증가시킨다. 그다치 필체가 독특한 것은 아닌데도 독자가 읽을 때 왜 이렇게 신선하게 느껴지는지. 게다가 휘긴경의 사회비판적이고 냉소적인 삐딱한 시선은 인물의 대사나 서사중에 독설로 투두둑 떨어지는데, 독자들의 공감을 사기에 충분하다.
비상하는 매의 내용 중에는 '판타지'='가벼운 것' 이라는 대중들의 편견을 깨는 내용들도 등장한다. 그것에 그다지 비중을 두고 읽는 사람이 많지는 않지만, 정체성과 관련된 철학적 문제라는가, 혹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연상시키는 듯한, 소설 속의 여러가지 사회적인 문제들. 작가의 생각이 노골적으로 투영되어 현 사회의 문제와 정체성의 고민은 소설로 재생된다. 의외로 이런 내용속에서 더욱 큰 재미를 발견할 수 있다. 물론 재미를 발견하기 전에 씁쓸한 웃음을 지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페르아하브는 왜 살고 왜 죽었는가? 페르아하브의 기억을 가지고 능력을 가지고 모습을 가진 복제페르아하브는 페르아하브일 자격이 없는가? 이 세계는 과연 진실한(실존하는) 것인가? 물론 근래 몇년안에 나오는 인기 소설중에 정체성 문제가 담신 소설은 한두권이 아니고, 영화에서도 끊임없이 개인의 정체성 세상의 정체성을 다룬다. 비상하는 매는 그 많은 소설 중 한 권일 뿐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한 번 생각 나게 해주고, 어쩌다 보니깐 깊게 생각하게 만들어주었단 이유 하나만으로 나름대로 가치있는 것이 아닐까? (물론 생각 안하고 넘어간 사람들이 대다수다.)
충분히 칭찬을 했으니 이제 도마위에 올려놓아 볼까? 내가 꼽는 비상하는 매의 문제점은 스토리의 불균형이다. 다른말로 하면 잦은 무게중심의 이동. 한마디로 소설이 들쑥날쑥 거린다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크게 볼때 이 소설은 일관적이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부분, 부분을 놓고 보았을 때, 비상하는 매는 그다지 일관적이지 않고, 부분적인 사소한 이야기의 비중이 높다. 그래서 글의 전개 속도 또한 제먹대로 이고 흐름도 변화무쌍하다. 독자 정신 빼놓기에 딱 좋다는 말이다. 그래서 이 소설을 읽으면 독자는 쉽게 착각에 빠져버린다, 중심내용 찾기에서 헛다리를 짚는다. '생명의 돌 찾기' '해룡과 싸워 이기는거?' '어둠의 군대를 물리쳐라' '복제 펠의 정체성을 찾아서' 등등 글의 무게중심이 계속 변하기에 독자는 아주 돌 지경이다. 하지만 이편이 재미 있기는 하다.
이렇게 글의 변화를 보면 왠지 휘긴경은 완전히 계획을 세운다음 소설을 쓴 건 아닌 것 같다. 스토리의 연결이 꽤 삐뚤하기 때문이다. 물론 대체적인 구상은 끝냈겠지만 대부분 통신작가의 출판 전 작품이 그렇듯 '날림적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는 듯 싶다.
어쨌든 이 불안정한 스토리 균형만 빼면 비상하는 매는 멋진 작품이고, 이 단점 역시 재미에 플러스 작용을 하기 때문에 장점으로 분류할 수도 있겠다. 게다가 이 소설은 판타지 아닌가? 형식적인 면에 있어서 구성의 틀을 깰수도 있는 것이다. (굳이 단점으로 꼽은 이유는 작가 본의가 아닌 듯 싶어서)
어쨌든 결과만 놓고 본다면 '가장 판타지적인 판타지'(이말 내가 먼저 못해서 아쉬울 뿐이다) 그리고 '최고의 재미'
휘긴경에게 다시한번 박수를 보내면서 허접 휘긴교...
[인상깊은구절] "그래. 너희들에겐 미안해. 세상을 구하겠다고 했으면서 결국 이렇게 되다니...... 하지만 비록 우리가 깨어나면 사라질 한 순간의 꿈이라 해도, 다행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현실과 별 차이가 없어. 실제 사는 게 에멘세르스의 그것과 동일하다면 허망하기는 마찬가지일테니까. 누구나 죽기에 죽음은 생명체, 배생명체 모두에게 평등한거야! 그러나 이대로 죽을 수는 없어. 꿈이었으나 나는 살아 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선 날아올라야 해. 저높은 하늘에서 우리의 운명을 관람하는 신에게 말야! 죽임만이 우리가 살았다는 걸 대변해 준다면 우리의 운명을 희롱한 신과 그 죽음을 나누어 갖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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