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작가들의 작품집을 읽는다는 것은 항상 부담으로 다가온다.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지, 내가 그 작품들을 읽으면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알아차릴 수 있을지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해마다 출간되는 문학상 수상작품집이라도 꼬박꼬박 읽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것 같다. 읽다보면 이해하게 될 날이 오기를 기대하면서.
그렇게 해서 꾸준하게 찾아 읽는 수상작품집은 이상문학상 작품집과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이다. 그런데 나만의 느낌일지는 몰라도 이상문학상 작품집에 수록된 작품들은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의 작품들보다 서사를 온전하게 머릿속에 집어넣고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를 이해하기가 싶다. 올해도 그런 것 같다. 일전에 읽은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읽으면서는 그다지 망설임이 없었던 것 같은데,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읽으면서는 한숨부터 나왔다. 아마 요즘의 문학흐름이 어느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지, 젊은 작가들이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올해의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는 대상수상작인 전하영의 <그녀는 조명등 아래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를 비롯하여 7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7명의 작가 중에서 알고 있는 작가는 김혜진 작가 한 명이다. 일전에 [9번의 일]이란 작품을 읽은 기억이 있어서다. 작가를 알고 있다는 것은 그의 작품을 읽어본 적이 있다는 것이고, 그것은 그 작품을 통해 작가의 글쓰기에 그만큼 익숙하다는 뜻이 아닐까 싶다. 당연히 이해하기가 더 쉬울 것이다. 그래서 소설집을 읽게 되면 알고 있는 작가가 있는지부터 살펴본다. 올해의 작품집을 읽다보니 특징이 있다. 7명의 작가 모두가 여성이라는 점과 작품 대부분이 혐오를 소재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것이 문제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너무 한쪽 방향으로 편중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다양한 독자에게 다양한 관점을 제시할 수 있는 작품들이 포함되어 균형을 이루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수상작품집을 읽으면 처음 만나게 되는 작품은 당연히 대상수상작이고, 올해는 전하영의 <그녀는 조명등 아래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이다. 대학부설 연구소에서 계약직 행정사무 보조로 일하는 화자는 점심시간이면 혼자 개인적으로 보내고 싶어 으레 연구소 건물 뒤편 후미진 곳에서 담배를 피운다. 그곳에서 일주일에 두 번씩 서울에 올라와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연구자인 그를 종종 만나게 되고,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의 얼굴이 익어간다. 어느 날, 지나가는 말처럼 스물한 살짜리를 유혹하는 일이 쉽다는 그의 말에 학부생 애인이 있다는 소문을 기억해내고 심술궂게 놀려준다. 그가 서둘러 자리를 뜬 후, 화자는 그가 자신이 대학 2학년 때 수강한 교양과목의 강사였던 장피에르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자와 친구인 연수는 당시 스물한 살의 세상물정 모르는 철부지였고, 장피에르는 파리에서 공부를 하고 막 돌아온 강사였다. 마지막 수업이 있던 날의 뒤풀이, 그리고 연수와 함께 파리에 배낭여행을 가서 장피에르를 만났던 일이 떠올랐다. 파리에서 연수는 연수대로 화자는 화자대로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냈지만 연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느꼈던 기억이 떠오른 것은, 그의 애인이 스물한 살의 학부생이라는 소문에 자신들의 그 시절이 떠올랐기 때문일 것이다. 기억에서 돌아오니 한시가 넘었다. 화자는 서둘러 사무실로 돌아가기 위해 연구소 뒷문으로 들어가니 중앙 홀에 안개꽃다발을 든 앳된 여자애가 보인다. 순간 그 여자아이가 그의 애인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고 여자를 구해야겠다는 생각에 그 여자 쪽으로 가려고 할 때, 누군가 화자의 곁을 스쳐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둘은 손을 잡고 마당의 분수대 쪽으로 내려간다. 작가는 화자를 통해 과거 자신들의 이야기를 지금 쓴다면 어떻게 쓸 수 있을까를 보여주고자 한 것 같다. 위계에 의한 성폭력을 바라보는 시선을 그리고자 했지만 많은 상상력을 필요로 하게 만든다. 그래서 스물 한 살의 앳된 여자애를 보았을 때 화자는 자신의 그 시절을 떠올린 것이 아니었을까? 혹은 손을 잡고 분수대 쪽으로 내려가는 두 여자를 보면서 자신들도 그 시절 그래야했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을까? 어느 쪽이라 하더라도 내용이 쉽게 이해되지는 않는다. 나의 상상력부족인지, 아님 세상 돌아가는 일에 그만큼 관심이 떨어진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수상작 중 관심 있게 읽은 작품은 김혜진의 <목화맨션>이다. 만옥이 어렵게 구입한 목화맨션은 재개발된다는 소식이 들렸다가도 어느 순간 없던 일이 되어버리는 것을 반복하고 있다. 그렇기에 건물은 낡았고 수시로 하자보수를 해야만 했다. 세놓은 목화맨션 101호에 세입자로 들어온 것은 순미였다. 만옥과 순미는 집주인과 세입자라는 관계 속에서도 서로의 처지를 하소연하고 또 그렇게 서로를 위로하며 지낸다. 순미는 혼자 살았지만 어느 핸가 택시 기사하는 사람과 결혼하여 계속 목화맨션에서 살았고, 만옥은 병원에 입원해 있는 남편의 뒷바라지가 갈수록 힘이 든다. 하지만 임대차계약이 만료될 무렵이면 항상 임대인과 임차인의 관계로 돌아가고 재개발 소식에 따라 서로의 요구조건들이 달라진다. 그렇게 8년을 순미는 목화맨션에서 살았고, 만옥은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자 순미를 내보내고 집을 판다. 만옥과 순미는 그 후에도 자주 연락을 하며 지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뜸해지고 차츰 멀어진다. 어느 날 만옥은 남편이 입원해 있는 요양병원에서 목화맨션이 철거되었다는 뉴스를 듣는다. 만옥은 그 뉴스를 들으면서도 아쉽다거나 억울하다거나 후회된다거나 하는 마음이 조금도 들지 않았다. 대신 부서지고 무너지고 허물어지는 것이 눈에 보이는 저 낡은 주택만은 아닐거라는 생각을 한다. 작가는 어떤 공간과 관계가 시간이 흐르면서, 그리고 자신들의 상황 변화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를 우리에게 묻고 있다. 거기에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부동산문제, 그 중에서도 재개발 문제를 다룬다. 어쩌면 재개발로 인해 이익을 얻게 되는 사람은 만옥에게서 목화맨션을 구입한 사람처럼 시기를 잘 맞춘 사람일 것이다. 이는 아무나 할 수 없는 것임을 소설은 에둘러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밖에도 책에는 퀴어와 장애문제를 동시에 다룬 김멜라의 <나뭇잎은 마르고>, 레즈비언의 사랑에 대해 쓴 김지연의 <사랑하는 일>, 게임을 통해 여성혐오를 이야기하는 박서련의 <당신 엄마가 당신보다 잘하는 게임> 등이 실려 있다. 전체적으로 내가 이해 가능한 작품이라기보다는 몇 번씩 읽어보아야 그나마 서사가 머릿속에 들어오곤 했다. 그럼에도 올해 읽어야 할 책은 읽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아마 내가 문학상 수상작품집을 읽어야만 하는 숙제로 생각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책은 즐겁게 재미있게 읽어야 하는데.. |
|
동성애, 페미니즘의 글이 반이상을 차지하는것같아 아쉬움이듭니다. 내가 무슨 책을 샀나 싶을정도로....그런 글 중 몇몇은 작가의 생각을 강요 당하는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과격한 단어들로 불쾌감을 느끼기도했습니다. 동성애를 인정하지 않는 이들을 일반화하여 비난하고 비하하는 부분이 특히 아쉬웠습니다. 본인들의 다름을 인정하길 바라면서 상대의 다름은 인정하지않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요즘의 트렌드인것인지.. 독자들에게 좀더 다양한 소재의 글들이 담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
<2021 제 12회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 전하영, 김멜라, 김지연, 김혜진, 박서련, 서이제, 한정현 공저 문학동네/ 2021년 4월 7일 "7인의 젊은 작가들이 보내는 인사"
올해도 어김없이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이 출간이 되었다. 2010년부터 시작된 젊은작가상이 어느덧 12회를 맞았다. 매년 출간되는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통해 올해의 젊은작가들의 작품들을 접할 수가 있어서 너무나 다행이고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문학과 독자를 잇는 단단한 가교 역할을 한 젊은작가상! 2021년 올해도 어김없이 12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이 출간되었다. 이번에 젊은작가상에 선정된 작가와 작품들은 정말 밀레니얼 시대의 경향을 반영한 작품들이 많았다. 또한 요즘 한창 이슈가 되고 있는 페미니즘, 퀴어 등 사회적 약자들의 이야기들이 많이 선정되었다.
이번에 젊은작가상을 받은 7인인 전하영 김멜라 김지연 김혜진 박서련 서이제 한정현은 이번 젊은작가상 수상을 통해 독자들에게 새롭게 알려지게 되었다. 그동안 젊은작가상은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하게 작품을 써내고 있는 등단한지 십 년 이하의 작가들을 격려해왔고 독자들에게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작품들의 씨앗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높게 평가받아왔다. 이번에 선정된 일곱 명의 작품들 또한 개성있고 독창적인 작품들이 많다. 대상을 수상한 전하영 작가는 남성적 위계 속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을 말하며, 이를 극복해야 여성은 그 차별의 굴레에서 벗어나 성장과 발전을 할 수 있다고 작품 속에서 강하고 말하고 있다. 또한 박서련의 <당신 엄마가 당신보다 잘하는 게임>은 요즘 학생들의 게임중독과 학교 폭력 및 왕따 현상을 연결시키고 게임 속에 존재하는 남성지배 논리와 여성에 대한 혐오와 무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 수상작품집에 수록된 작품들 중에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들도 있다. 그리고 성수자 문제, 퀴어 문제 등은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고 다루기에 민감한 문제일 수도 있다. 그래서 그들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가 다소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그 또한 우리가 이해하고 함께 풀어갈 문제라는 점에서 한 번 생각해볼 만하다. 이처럼 나에겐 기존에 내가 읽던 작품들과 다른 신선함, 독특함, 강렬함으로 다가오는 7인의 젊은 작가들이 전하는 인사를 받으며 그들의 작품들 속으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2. 책 속으로
전하영의 「그녀는 조명등 아래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이 이야기는 계약직 행정사무 보조로 일하는 ‘나’가 우연한 계기로 자신의 대학 시절 만났던 한 대학교수를 떠올리며 시작되는 이야기이다. 연구소에서 만난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담배를 피우던 그 유부남 남자가 하는 말이 '나'를 과거 대학시절로 돌아가게 만든다. "스물한 살짜리를 유혹하는 건 정말 쉬운 일이에요." 이 말을 듣는 순간 그녀는 대학시절에 만난 젋은 교수를 떠올리게 된다. 그 교수의 별명은 '장 피에르' 인데 처음인데 그가 프랑스인인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그는 강원도 출신의 토종 한국인이다. 그는 '내'기 대학교 2학년 때 수강한 미디어 관련 교양과목을 가르쳤던 신임강사였다. 그는 그 시절 프랑스 유학을 마치고 막 돌아왔다. 그는 관념적이고 정치적인 영화를 보여주며 토론하는 자유분방한 세미나형 강의를 하고, 학생들과 사적인 술자리를 가지며 어울린다. 그가 가진 독특한 아우라 때문에 그는 '장 피에르'라는 이국적인 별명이 붙은 것이다. 그 당시 잘 생기고, 능력있고, 집안 좋고, 젊은 교수 라는 그런 아우라 때문에 그는 학생들 사이에서 선망의 대상이었다. 얼마든지 나 정도의 외모와 재산이면 '스물한 살짜리를 유혹하는 것은 정말 쉽다고 말했던 그 연구소 직원처럼 아마 그도 그러했을 것이다. 그래서 술자리에서 연수의 허벅지를 만지는 등 자신의 권위를 이용해 그런 성적인 폭력과 추태 행위를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이 대목에서 미투 운동, 성추행, [내 이름은 김지은입니다] 책에서 김지은씨가 생각이 난 것은 너무나 자연스런 것이었을까. 그가 여학생들에게 행한 성적 행위는 '가스라이팅'과 '위계에 의한 성폭력'이라는 분명한 이름을 얻게 된다. (96쪽)
친구 연수와 함께 떠난 파리 여행에서도 연수와 장 피에르의 뭔가 미묘하고 모호한 관계, 성적 행위와 사랑과의 불분명한 선 사이에서 연수도 혼란스러워하고, 그것을 바라보는 나 또한 시기와 질투, 걱정으로 즐거울거라 기대했던 여행은 산산히 깨져버린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여자 두명 중 혼자 남는 여자 역할을 맡았던 다른 한 여자의 여자처럼 '나'의 역할도 혼자 남는 여자가 되었음을 여실히 깨닫게 된다. 세상에는 '사랑에 빠지는 여자'와 '혼자 남는 여자' 이렇게 단 두 종류의 여자만 존재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다시 만난 연수가 이렇게 말한다. 항상 사랑에 빠지는 여자 역할을 맡아왔던 그녀였다. "우리는 기록하는 여자가 될 거야, 우리가 겪은 것이 무엇이든. 우리는 그것에 대해 생각할 거야. 나는 그렇게 되리라고 믿어. " -79쪽-
그렇게 연수는 남자 때문에, 사랑 때문에 힘들어하는 여자가 아닌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한 여성으로 우뚝 서버린 느낌이다. 그 당시 열정적이면서 연약했던 스무 살 시절에 겪었던 일들을 지금의 시점에서 어떻게 볼 수 있는지를 작가는 긴호흡으로 천천히 보여준다. 이 이야기를 쓴 작가 전하영은 자신의 이야기를 꿰뚫는 중요한 키워드로 '성장소설', '영화'를 꼽았다. 이야기 속 연수와 내가 그 사건 이후 어떻게 변화하고 극복하고 성장하는지를 보여주는 성장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작가가 그 과정을 보여주는 방식이 마치 느와르 영화를 보는 듯 약간은 어둡고 침울하고 우울한 분위기에서 전개되는 듯 하다. 이 작품을 대상으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문학평론가 강지희씨는 “새로운 예술사가 쓰이기 시작한 분기점에서, 이 소설은 젊은작가상 대상의 자리에 충분히 값한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 안개꽃을 들고 기다리던 여자를 보고 유부남 연구원의 숨겨진 애인이라고 착각한 나에게 보란듯이 걸어가는 두 여자아이의 모습은 여운과 생각을 남긴다. 연수를 사랑하는 나의 모습이나, 손을 잡고 마치 연인처럼 걸어가는 두 여자아이의 모습 속에서 '퀴어'의 모습이 보이는 듯하지만, 그게 작품 속에서 자연스럽게 녹아있는 듯도 하다. 이번 젊은 작가상의 공통주제가 '퀴어'였던 것일까? 언제부터 '퀴어'가 자연스러운 문학 소재로 자리잡게 된 것일까 생각해보게 한다.
김멜라의 「나뭇잎이 마르고」 이 작품은 ‘마음씨’라는 씨 뿌리기 동아리에서 만난 두 여성이 오랜 시간에 걸쳐 포개졌다 멀어지고, 또다시 포개지는 과정을 그려냈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가장 첨예한 이슈 중 하나인 '퀴어'와 '장애' 문제를 '체'라고 하는 퀴어와 장애의 정체성을 지닌 인물을 형상화해서 이야기를 이끌고 가고 있다.
디소 불편한 주제일 수도 있는 '퀴어' 요소를 체가 앙헬에게 고백하는 장면, 미술관에 간 체가 자신은 여자의 가슴이 좋다라는 말을 통해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당화게 밝힌다.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부끄러워하거나 감추려고 하지 않는다. 예전에 동성애 라고 하면 터부시되고 감추고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것이라 보던 시선과는 반대가 된다. 이 작품을 읽고 있는 나 또한 예전 같으면 눈살을 찌푸리고 이상하고 거북한 이야기라고 받아들였을 지 모르지만, 이제는 조금 더 열린 시각으로 성소수자들을 바라볼 수 있게 된 것 같다. 그렇게 사람들 인식이 개선된 덕분에 이제는 자연스럽게 문학의 하나의 소재로 등장한 것 같다.
또한 '장애' 문제도 열린 시각으로 다루었다. 장애인들은 더이상 동정하고 연민의 감정을 가지고 그들을 대하지 않는다. '장애는 살아가는 데 있어서 다소 불편하고 그들이 행동하는 데 있어 정상인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일 뿐인 것이다. '체'가 어눌하게 말하는 발음은 '단지 한번 더 물어야 하고 알아듣는 데 시간이 걸릴 뿐이고' '영어 듣기 평가처럼' 알아들으면 되는 것이다. 처음에 나는 체가 하는 말을 알아듣지 못했지만, 작품 속 대니와 앙헬이 그녀가 하는 말을 자연스럽게 알아듣고 익숙해하는 것처럼, 나도 작품을 읽으면서 체의 발음과 말에 익숙해져버린 것 같다. 우리 사회의 가장 첨예한 이슈 중 하나인 ‘퀴어’와 ‘장애’ 문제를 김멜라 특유의 신비로운 문체와 부드러운 활기로 담아낸다.
김혜진의 「목화맨션」
임대인과 임차인이 서로 정을 나누며 인간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 어디까지나 그들의 관계는 계약 관계이며 그 계약이 끝나면 그 관계 또한 끝이 나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런 계약 관계 속에서 인간적인 온기를 나누며 인간 관계를 맺는 임대인과 임차인이 있다. 바로 [목화맨션] 속의 만옥과 순미이다. 그들은 오래된 목화맨선의 임대인과 임차인으로 만났다. 그러므로 두 사람의 관계는 임대차계약서에 표기된 갑과 을로 그에 따른 책임과 의무와 권리를 명시한 조항들로 규정된다. 서로의 이해관계와 약속을 다시금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은 물론 목화맨션의 재개발 가능성이다. 만옥과 순미는 처음 계약한 이후 세 차례 계약을 갱신하게 된다. 그동안 순미는 그 집에 살면서 결혼도 하고 가정도 꾸리게 된다. 그렇게 십 년 가까운 시간 동안 두 사람의 관계는 미묘하게 변화하기 시작한다. 그동안 몇 가지 사항에 계약에 추가되기도 한다. "재개발로 인해 계약 기간이 끝나기 전에 이사해야 하는 경우 만옥이 백만원의 이사 비용을 지급한다.라는 조항이 첫 계약 때 추가 되었다. 또한 마지막 재계약때는 "또다시 계약을 갱신하게 된다면 그땐 틀림없이 전세금을 올려주겠다"라는 약속이 추가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약속들 '재개발이 된다면, 혹은 '재계약을 한다면' 과 같은 것은 '미래의 무엇'을 담보로 한 조건부 약속이며 그 미래가 도래하지 않고 요원해 보일 때 믿음이 약해질 수 있고 그 약속은 잘 지켜지지 않을 수 있다. 만옥이 재개발을 향한 지난한 기다림과 점차 나빠지는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집을 팔기로 하면서 두 사람의 계약은 결국 파기되고 만다. 두 사람이 한 계약상의 약속들이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볼 때 두 사람의 관계가 얼마나 나역한 신뢰의 끈으로 묶여져서 쉽게 끊어질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그 뒤 순미와 연락이 끊어진 어느 날 만옥은 목화맨션이 마침내 철거된다는 뉴스를 보며 이렇게 말한다. "부서지고 무너지고 허물어지는 것이 다만 눈에 보이는 저 낡은 주택들만은 아닐 거라고." 만옥은 그렇게 기다리던 재개발의 소식을 모든 것이 다 끝난 후 남편의 요양원에서 듣게 된다. 이제는 만옥에게 재개발 소식은 관련이 없다. 그동안 만옥과 순미가 쌓은 인간적인 정과 관계는 그렇게 계약이 끝난 후 무너지고 만다. 부서지고 무너지고 허물어지는 것은 아마도 십년 가까이 쌓아온 만옥과 순미의 인간관계였을 것이다. 물질적 교환ㄹ의 경제에서 인간적인 것의 교환을 가능케 하는 것이 무엇이었는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마음 씀에 대한 대가로 상대에게 물질적 가치를 기대한다면, 돌아오는 것은 아마도 오해와 실망뿐인지도 모른다. 어떤 공간과 관계를 지나오면서 우리가 두고 온 것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박서련의 「당신 엄마가 당신보다 잘하는 게임」은 아들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는 엄마가 뜻밖에 게임의 세계에 진입하는 과정을 박진감 있게 전개함으로써 여성혐오와 게임의 규칙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면서 서로를 강화하는지, 그 견고하고 막강한 세계의 한 면을 펼쳐 보인다.
서이제의 「0%를 향하여」는 어린 시절에 독립영화에 매료된 뒤 그것이 비추는 작은 등불에 의지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교차해 보여주는데, 마음을 다해 무언가를 좋아하는 사람만이 품을 수 있는 빛이 어느 순간 주위를 압도할 만큼 강력해질 때의 아름다움에 대해 말하며 우리로 하여금 그 인물들 곁에 나란히 서게 한다.
한정현의 「우리의 소원은 과학 소년」은 식민지 조선을 배경으로 하는 촘촘한 삶의 세목들이 압도적인 작품으로,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해 분투하는 인물들을 조명함으로써 현재까지도 유구히 이어지는 혐오의 역사에서 ‘사랑’과 ‘낙관’을 향해 걸어가는 이들의 선명한 자취를 드러낸다.
3. 나가며
올해도 어김없이 도전적이고 열정적인 젊은작가들이 배출되었다. 그 젊은작가들에게는 이 기회를 통해 그들의 작품들을 세상에 널리 알리고 작품활동을 더욱 열심히 해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나를 포함한 독자들에게는 실험적이고 도전적이며 신선한 작품들을 마음껏 읽을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물론 이 수상작품들은 평범하지 않고 다소 어렵고 불편한 생각을 가지게 할 수도 있지만, 이런 이야기를 실험적으로 구상하고 구체화시켰다는 측면에서 문학적인 기여도가 크다고 하겠다.
그리고 이 작품들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이제 퀴어와 장애, 등 사회적 약자들이 작품의 화제가 자연스럽게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들은 그동안 사회적 약자들로서 그들의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채 은둔의 시간, 침묵의 시간들을 지나왔다. 하지만 이제는 그들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런 그들의 목소리들이 이제는 고스란히 소설들 속에 담기고 이제는 우리가 소설들을 통해서라도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때이다.
|
|
그런 생각을 수상작을 읽으면서 했다. 한 페이지 이상을 읽은 시점 금방 마음이 불편해졌다. 한국 문학에서 수없이 본 것 같은, 또 한국 유부남에 관심을 갖는 젊은 한국 여자 얘기군 같은 느낌. 직장에서 보는 유부남의 턱라인에 왜 관심을 갖는 거죠 같은, 이런 게 재미있나? 같은 느낌. 이런 순문학적인 묘사가 걸린다. 내가 한국의 순문학을 이해할 수 없는 독자 중 한 명일 수도 있다. 아무리 유려하게 적어도, 픽션이라는 건 알지만 그러고 살지 말아요 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려하게 쓰기 때문에 더 별로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요즘 한국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이유도 있겠지만 뭐랄까, 내면의 답없는 어둠에 이끌리는, 미래 없는 여자들을 그린 소설을 별로 읽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계약직 행정사무 보조였고, 으레 내 몫으로 남곤 하는 복사기와 물티슈와 커피필터를 앞에 두고 종종 불가촉천민이 된다는 건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잠겼다' 같은 부분은 동시대의 여성으로서 공감하거나 적확한 현실 묘사라고 생각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한국 소설은 이런 건조한 현실 묘사에 그치면 미학적이지 않고 지루하다 생각하는 건지 별거중이지만 유부남인 직장 남성직원의 '이마에서 눈으로, 턱으로 이어지는 이상한 균형 같은 것' 같은 나름 미적인 문장을 보여줘야만 하는 것 같다. 이런 건 로맨스나 웹소설이 유행하는 시대에 어쩔 수 없는 걸까? 이런 소설책을 출판사 무료제공으로 받아 상찬식의 넘 좋았어요 리뷰 써야 하는 입장은 아니라 다행이네, 구매한 독자로서 생각했다.
|
|
한국 단편이라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아서 망설이면서도 매년 사게 되는 책. 올해는 어떤 신박한 작품들이 수상을 했는지, 사회적 이슈를 어떻게 녹여놨는지 궁금해서 보게 되는 책. 7개의 작품 줄거리는 책 소개란에 잘 나와 있어 생략하기로 하고,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김지연 작가의 ‘사랑하는 일’이다. 게이나 레즈비언. 그들을 지지하는 건 아니지만, 그게 사랑이라면 그 자체는 인정해주자는 입장이다. 동성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그들 또한 쉽지 않은 선택을 하는 거라고 생각하기에. 하지만 당사자가 내 아이들이라면 다른 입장일까? 여자를 사랑하는 딸에게 그냥 친한 친구라고 해도 괜찮지 않냐고 말하는 아빠. 아빠 입장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겠구나 싶다. 그러나 ‘내’ 입장에선 자신의 사랑을 누구에게도 자랑스럽게 얘기하지 못하는 게 안타까울 수도 있겠다. 사랑하지만 사랑한다고 말할 수 없는.
사랑하는 일은 무엇일까? 우리는 왜 사랑을 하게 되고 사랑받으려는 것일까? 주인공 나는 왜 이렇게 자신의 사랑을 인정받고 싶은 것일까? 어려운 문제다. 동성을 사랑하고 인정받는다는 건. 그럼에도 이유가 어떻든 사랑하면서 살자. 사랑이라는 감정이 언제 있었던 것인지 가물거릴 때가 올 테니까.
2022년에는 어떤 작품이 수상을 하고 어떤 참신한 작품들이 소개 될지. 궁금하다. 올해는 그만 사야지 하면서도 사게 되는 책. |
|
2021.05월의 네 번째 젊은 작가라 통칭되는 작가들의 글을 읽으면서 드는 느낌은.. 반복되는 말이지만 '젊은'이란 말에서 오는 모든 느낌이 믹스되어 있다.
|
|
2019년 젊은 작가상을 매년 개최한다는것을 알고 꾸준히 사보기 시작했다 문학을 잘 이해 못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페미니즘 성향이 너무 강하다는 느낌을 지울수없다 특히 작년에도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올해는 더욱 심한것같다 한쪽으로 너무 치우치다보니 되려 일반적인 시대를 간과하는것 같다 먼 훗날에 그시절에는 그랳지 하고 다시 꺼내보기에는 시대의 대표성을 상실한 듯 하다 |
|
매년 구입하는 책 입니다. 몇년 전 처음에는 잘 모르고 그냥 가격이 저렴한 특별판 이어서 구입 했었는데요. 정말 매년 신선한 젊은 작가들의 단편들을 만날 수 있어서 이런 책을 만날 수 있게 된 행운에 기뻐했었습니다. 그런데 금년은 주제나 작가의 성별이 조금 편향되어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좀 더 다양한 분야를 주제로 삼는 작품들이 수상작에 올랐으면 합니다. |
|
문학동네의 2021년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이다. 총 7편의 소설이, 7편의 비평이 실려 있다. 한해한해 변해가는 세상의 요구와 세태를 느낄 수 있는 소설들을 통해, 이번 12회에서는 소수를 향한, 사회적 약자를 향한 이야기들이 다수였다. 기득권의 자리지킴, 혹은 밥통지키기는 세월이 흘러도 여전한듯하며 새로운 세대는 가치관의 변화와 인식의 변화가 기성세대와 많이 다를 듯 하지만 결국 익숙해져감은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걸 느낀다. 시대와 상황에 맞게 조금씩 프레임은 다르겠지만 결국 본질은 같은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 번 작품집에 전하영, 김멜라, 김지연, 김혜진, 박서련, 서이제, 한정현 모두 자신만의 세계관이 뚜렷한 작가들이었다. 작품마다 작가를 느껴볼 수 있었고 매료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론 전하영과 김메라 두 작가는 시선을 한번 더 이끌었다. 다른 작가들이 뒤진다는 것이 아닌 개인 취양에 선호도를 조금더 높였다는 것이다. 7명의 작가 모두 대단한 작가임에 틀림없다 판단되며, 작품 역시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드는 작가들이었다. 선정된 이유를 공감할 수 있었다.
문학은, 특히 소설은 시대를 반영한다. 이번 작품집으로 우리가 어떤 사회를 살고 있는지, 사회가 어떤 것을 요구하는 지 작가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어렴풋이라도 알 수 있는 기회였다. 변화하는 사회를 쫓아가기어 베거우리만치, 사회는 변화되어가고 요구되는 것은 너무도 버거운것은 아마도 어느새 기성세대가 되어버렸고, 소위 꼰대라는 단어의 어감에 기분이 좋지 않은 나이가 되었나 보다. 그런데 사람들은 잊는다. 자신들이 꼰대라고 부른 그 사람들도 그들처럼 사회에 도전하던, 기성세대가 불편하게 생각하던 그런 삶을 거쳐왔다는 것이고, 또 지금 그들을 불편하게 바라보는 그 세대는 불과 20년 뒤면 그들이 불편해질 세대이기 때문이다. 결국 사회는 그러한 흐름 속에서 나아가는 것인데, 편가르기 내지는 기성세대에게 불쾌감을 드러낸다면 본인들은 그 불쾌감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를 묻게 된다. 문화와 사회는 공존인것 이다. 다른 것이 아닌데, ,,,자기만을 쳐다 볼뿐이다.
7편의 모든 소설이 은근 분리의 시대를 살고 있었다. 점차 개인화가 되고 분리화가 된다면 소설이 무슨 소용이고 문학은 개에게나 줘버릴 쓸모가 없는 것이다. 의식은 화합과 통합이 필요하다. 물론 억지로 강요할 순 없다., 그러나 강요는 없지만 본인 쓴소리를 마구잡이로 던질때에는 본인도 마구잡이로 난타당할 수 있음의 인식이 필요하다. 서로에게 존중이 필요하다. 그래야 인류는 공존하고 공생한다. 문학은, 소설은 찢기위한 사회고발서가 아닌 공생의 관계를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의 변태들이 구타 유발자들을 생산한다. 전하영의 소설<그녀는 조명등 아래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는 그러한 구타 유발자들을 보여준다. 가면을 쓰고 틀에 맞춰서, 안정적이고, 기득권이면 권력층이고 부유층인 그들,,, 장 피에르는 우리의 모두의 감춰진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나 그들도 사회의 시스템에서 길러진 조금 시선이 더가는 기생충일 뿐이다.
작년 작품집을 구매해놓고 아직까지 읽지 못하였다. 작년 책을 읽어보아야 겠다. 흐름이라도 보일려나,,,
|
|
읽는 사람의 인내를 요구하는 '짠' 소설과 조용히 가라앉히는 '단' 소설이 퐁당퐁당 이루고 있어 아주 좋은 목차구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이 되려고 하는 문학적 의욕"이라는 카피라이트는 적확합니다. 그러나 아쉬운 건, 다들 자기 자신이 되려고 의욕이 앞선 나머지 그 전의 과거는 잘 들춰보지 않는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새로운 정의는 수많은 선행연구를 들추면서 정말 내가 표현하려는 것이 없다는 걸 알고난 후에 만드는 게 아니었나요. 선행연구를 들춘다는 번거로운 과정은 생략하고 내가 가는 길이 새로운 길인 것처럼 표현하는 치기는 젊음으로 넘어갈 수 없는 일이며, 도전정신과 과거를 간과한 건 별개의 문제입니다. 90년대 넘치는 개성이 사실 난무였다는 결론처럼 끝나지 않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