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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해지길 바랄수록 묵직해지는 무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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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까닭은 제법 여럿 존재한다. 이유치곤 너무 가벼워 보일 수도 있으나 내 경우엔 제목이, 표지의 그림이, 목차가 마음에 들어서인 경우가 잦다. 때로는 정말 몹쓸 저자라며 욕을 한 바가지 하고픈 마음에서 책을 고르기도 한다. 내 돈 들여가며 그런 짓(!)을 하다니 어처구니없지만 사실이다. ‘나는 보통의 삶을 사는 조금 특별한 사람이길 바랐
"특별해지길 바랄수록 묵직해지는 무언가" 내용보기

 

‘이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까닭은 제법 여럿 존재한다. 이유치곤 너무 가벼워 보일 수도 있으나 내 경우엔 제목이, 표지의 그림이, 목차가 마음에 들어서인 경우가 잦다. 때로는 정말 몹쓸 저자라며 욕을 한 바가지 하고픈 마음에서 책을 고르기도 한다. 내 돈 들여가며 그런 짓(!)을 하다니 어처구니없지만 사실이다. ‘나는 보통의 삶을 사는 조금 특별한 사람이길 바랐다’라는 길고도 긴 제목을 지닌 책은 왜 나의 선택을 받았던가! 이런 제목에 끌리는 건 인간이라면 누구나 지닌 본능 탓이라고 감히 주장해본다. 모두는 특별하다. 태어나는 그 순간 ‘나’에게 갇힌 수많은 ‘나’들은 오로지 ‘나’로서 그리고 ‘나’답게 이 세상을 살아간다. 이 자체만으로도 우린 특별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렇지만 막상 무엇이 얼마나 어떻게 특별한가를 물으면 저마다 침묵이 길어진다. 타인과 아무리 비교해도 내 잘난 구석의 발견이 어렵다. 결국 우린 평범으로부터 조금도 벗어나질 못한 삶을 산다. 제목은 이러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꼬집었다. 보통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지만 결코 그러하지 못한 우리 자신이 하나의 문장 안에 담겼다. 표지의 그림은 또 어떠한가. 분명 사람의 얼굴이다. 약간은 졸린 거 같기도 하고, 이유 모를 피곤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찬찬히 뜯어보면 선이 참 많다. 게다가 어딘가 뒤틀린 모양새가 읽힌다. 그야말로 설명이 어렵다. 쉬이 설명되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모든 면에서 서툴고 허술한 거 같은 나 자신도 그러하다. 이런 제목과 이런 표지에 끌리는 건 본능이다.

에세이라고 했고, 시처럼 읽혔다. 특정 장르에 글을 가두는 건 옳지 않겠지. 어느 순간부터 난 형식을 규정지으려는 나의 욕심을 내려놓았다. 그러자 글이 읽혔다. 운율이 느껴지는 거 같았고, 동시에 끊김 없는 흐름이 엿보이기도 했다. 문자 안에 이야기가 박혀 있었다. 결과적으로 혼자 된 사람의 이야기였다. 사실 처음부터 항상 혼자인 운명이 가장 서글프지만, 정작 그와 같은 삶을 사는 사람은 슬픔을 알지 못한다. 너무도 일관된 나머지 어떠한 문제 의식도 지니지 못한, 그는 결코 슬플래야 슬플 수가 없다. 저자의 이야기에는 더는 존재하지 않는 상대가 등장했다. 한 때 상대와의 관계는 뜨거운 여름밤과 같았으나 지금은 아니다. 건조하게 서로를 끌어안는 행동은 이미 그대가 날 떠났음을 뜻했다. 다시 찾아올 누군가를 위한 삶은 미래 지향적이지만 설렘과는 거리가 멀다. 떠났다고 문장으로는 단정적으로 표현하는 상대는 여전히 내 마음 안에 남아 그리움으로 피어난다. 혼자 있으니 여러 모로 자유를 만끽할 법도 하나 저자는 단호하다. 자유란 이런 것일까. / 어쩐지 갑갑한 기분이다. (p42) 둘인 시절, 어쩌면 갈망했을지도 모르는 홀로 됨이건만, 자유를 얻기 위해 치러야 했던 힘겨움에도 불구하고 난 무언가에 갇혀 있다. 결국 보다 자유로워지기 위한 움직임을 포기한 채 먼 곳만을 응시한다. 내 선택에 의해 그와 같은 결과에 다가셨어도 마찬가지. 무게를 가늠할 수 없는 침묵에 짓눌린 나는 또 다시 착각 속으로 빠져든다. 이런 감정은 아무나 느끼는 게 아니길 바란다. 지금 이 순간 세상에서 가장 묵직한 슬픔에 젖어듦으로써 난 특별해지길 바란다.

쉽게 읽혔으나 결코 쉽지는 않았다. 특별함을 바라고 토로했을지도 모르는 감정들은 다른 누구의 것 아닌 내 자신의 것이었다. 엄마가 자신의 엄마를 잃었을 때 나는 이 세상에 존재 않았지만 글을 읽으며 난 저자가 느꼈을 기분이 어떤 것인지를 알 것 같았다. 매년 명절을 앞두고 구입하는 유일한 과일이 하필이면 나주배여서, 배 한 쪽 투박하게 깎아 먹었다는 저자의 모습에서 내 얼굴이 보이기도 했다. 지독할 정도로 삶은 닮은 꼴을 하고 있었다. 그도 나처럼 특별한 사람이길 바랐지만 보통의 삶을 살고 있었다.

이달의 사락 q*****2 2021.01.1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