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로 처음 만났을 때 이사람이구나 싶은 마음.. 미목과 하훈은 그랬다. 이러한 사랑의 경험을 했더라면 두 사람의 이야기에 공감이 갈 것이다. 정말 소설같고 영화같은 이야기가 말이다. 나는 김미진의 에세이를 너무나 가슴 깊게 읽었기 때문에 김미진이라는 사람의 소설을 한 번 읽어보고 싶다고 오랜동안 생각해왔다. 모짜르트가 살아있다면과 자전거를 타는 여자를 읽었는데 그다지 실망을 주지 않았던 것 같다. 모짜르트가 살아있다면은 경쾌한 순정만화의 느낌이랄까.. 자전거를 타는 여자는 참 가슴이 시리고 책을 읽은 후애도 멍하게 생각하게끔 하는 소설이었다. 이런 사랑도 있구나. ( 나는 그렇게도 운명적으로 서로에게 끌려서 가진 것을 포기하게끔.. 망가지는 사랑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소설의 결말이 오래된 구전 이야기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고 무슨 추리소설의 느낌도 들기도 하였으나.. 가볍게.. 빨려들 듯이 읽을만한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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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읽고 난 후의 첫 느낌이 '한국판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였다고 한다면 심한 걸까? 보수적인데다 엄격하기만한 친정을 벗어나기 위한 유일한 길인 결혼을 택했고 그런 자기 선택에 대해 나름대로 성실히 살아왔던 한 여자가 있었다. 어린시절 교통사고로 가족 모두를 잃어 졸지에 고아가 되었고 혼자만이 살아남아야 했던 그 외로움과 설움을 오직 더 높고 더 험한 산을 오르며 풀어낼 뿐인 한 남자가 있었다. 그 둘은 한 눈에 서로가 서로의 짝임을 알아본다.
사실상 단순한 스토리 - 중년여성의 일탈, 불륜 그리고 이루어지지 못하는 비극적 사랑의 결말 -임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이 장편으로서의 힘을 잃지 않은 것은 순전히 작가의 역량이 아닐까 한다. 세계의 고봉을 오르는 산악인들에 대한, 그들이 오르는 산에 대한 상세한 묘사는 작가가 참으로 많은 자료수집과 답사를 거쳐서 이 글을 썼구나 싶게 만든다.
또한 작가의 전작인 '모짜르트가 살아 있다면'과 '우리는 호텔 캘리포니아로 간다' 에는 없던 리얼한 성애의 묘사는 가볍거나 속되지 않으면서도 진지하고 뜨거워서 두 사람의 관계가 불륜임을 잊게 할 뿐만 아니라 독자로 하여금 아주 자연스럽게 그 둘을 정녕 맺어주어야 한다고까지 여겨지게 한다. 소설가이면서 화가이기도한 작가는 읽는 이가 두 주인공을 머리속에 그려낼 수 있을 만큼 (마치 영화를 글로 표현한 듯이) 그들이 입은 옷이며, 그들이 취하는 포즈들을 감각적으로 그려주었다.
유난히 무더웠던 올 여름이 책을 읽던 시간 만큼은 시원할 수 있었다. 얼음산 위에 묻힌 채 발견된 서바이블 키트 속의 연서 한 장으로 하여 온 몸이 저릿저릿 할만큼 그 사랑의 진정성과 비극성에 몰입되었었다. [인상깊은구절] 가장 큰 두려움은 두려움 그 자체죠. 실패하면 어쩌나, 이 외로움을 어찌 다 감당하나, 이러다 죽으면 다 무슨 소용일까, 그러나 그런건 다 핑계일 뿐이에요. 사람들은 미래를 다 걱정해요.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까, 모두들 겁을 먹고 있죠. 기술문명이 너무 빨리 변하니까 그 누구도 예측할 수가 없어요. 그렇치만 휩쓸리면 안되죠. 너무 길게 내다볼 필요도 없어요. 멀리서 보면 길이 안보이죠. 인생 자체가 오르고 떨어지는 급전직하에요. 한 발 한 발 움직이면서 그 순간에 나를 맡길 뿐이에요. |
| 이 책은 화가이며 미술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의 작품답게 회화적 표현이 뛰어나다. 산악인들과 산에 대한 묘사도 실감난다. 허지만, 그 축은 한 남자와 그를 사랑하는 여자의 사랑이야기이며, 아무리 그럴싸하게 포장을 하였다 하여도 그것은 금지된 사랑, 불륜이다. '불륜이야말로 가장 강렬한 사랑'이라고 생각한다는 작가의 리뷰를 읽었다. 사랑의 감정이 소중한 것은 사실이나, 사랑이란 이름으로 모든 것이 용인되는 것은 아니다. 여성작가들이 남녀간의 사랑, 불륜을 마치 여성의 해방이며 자아찾기 과정인양 그리고 있는 것에 일말의 경고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작품 속 주인공들은 사랑에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붓는다. 금기의 사랑이므로 욕망은 더욱 강렬하며, 속도도 빠르다. 가정은 붕괴되며, 주인공들은 새로운 삶을 찾아가기도 하고, 죽은 애인을 따라가기도 하며, 때로는 홀로서기를 하기도 한다. 그들은 자신의 선택에 대해 당당하며, 부끄러움이 없다. 새로운 사랑을 만나기 전 여자들의 삶이란 한결같이 무미건조하며 무의미하다. 그래서 새로운 남자는 새로운 활력이 되며, 그로 인해 주인공 여성이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의 가치를 깨닫게 된다는 줄거리도 매번 판에 박힌 듯 비슷하다. 남성이라는 매개체가 없이는, 성적인 자유로움이 없이는(비록 그것이 문학적 장치라 하더라도) 여성의 해방이란, 자아찾기란 요원한 일인가? 간혹 작가들의 너무도 세심하고 배려깊은 사랑의 묘사들이 여성을 상품화하는 시대논리와 교묘하게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사랑이란 자유로움이며, 결혼은 때로 그 자유로움을 방해하는 구속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사랑이 아름다운 것은 일정한 양의 책임이 담보되기 때문이다. 일탈은 눈부시도록 찬란하지만, 일상은 권태롭고 너절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우리를 지탱하는 것은 눈부신 일탈이 아니라, 너절한 일상이다. 눈부시지 않아 빛을 받지는 못하나 늘 제자리인 일상. 가정이 그냥 이어져가는 것이 아니라, 가꾸며 보듬어가는 것인 것처럼,일상이란 것, 평범이란 것 또한 그러하다. 갈고 닦고 보듬어 안아 손때에 절어 안온해진 것이 바로 우리가 이야기하는 삶이요, 그러므로 그렇게 우리의 손으로 다듬어진 일상은 때로는 화려한 일탈보다도 더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것이다.이 아름다운 일상을 노래할 아름다운 작가의 출현을 기대하는 것은 너무 지나친 욕심일까? |
| 자전거를 타는 여자를 읽게 된 것은 저자의 데뷔작이 "어쨌든"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의 유럽 여행기 "사적인, 너무나 사적인"도 제목대로 너무나 사적이긴 하지만 꽤 인상깊었다. 그런데 이 소설은 정말 실망스럽다. 이 소설을 읽다보면 여자의 삶과 '운명적' 사랑의 본질을 소름끼치는 필체로 보여준 전경린의 "내 생애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이 생각난다. 그 소설에 필적한다는 것이 아니라 전경린 소설에서 달콤한 것만 쏙 빼놓은 것 같다는 것이다. (전경린의 소설은 필독을 권한다) 굳이 히말라야까지 갈 것도 없었다는 생각이다. 설마 해서 읽었던 "그 여름, 정거장"도 피차 일반. 작가는 어쩌면 자신의 경험 이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책날개의 작가 사진이 훨씬 아름다운, 어쩌면 그것이 전부일지도 모를 소설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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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주인공의 사랑이 참 마음 아픈 책이다. 미목과 하훈은 운명처럼 만난다. 그리고 처음 만나는 순간 서로가 하나일 수 밖에 없다는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미목은 결혼한 여자였다. 그리고 하훈은 목숨을 걸고 산을 타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둘은 서로를 깊이 사랑하게 된다. 미목은 결국 남편을 버리고 사랑하는 하훈을 따라간다. 하지만 친구 제이를 찾아온 가족들에게 미목은 다시 끌려가게 되고, 하훈에 대한 그리움에 점점 죽어간다.
그리고 결국 자신을 강제로 범하려는 남편 영준을 죽이고 만다. 제이는 모든 증거를 없애고 미목을 하훈의 곁으로 보낸다. 하훈은 이미 히말라야 로체 정상으로 향한 후였다. 미목은 하훈을 기다리지만 그는 결국 돌아오지 않는다. 미목 역시 그를 사랑하는 마음에 그를 잊지 못하고 두드코시 강물에서 자살하고 만다. 둘이 일찍 만났다면 이런 슬픈 사랑은 없었을 것이다. 밝고 아름다운 찬란한 사랑만이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둘은 늦게라도 만났고, 결국 사랑했다. 아마 행복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현실에서 함께 할 수 없었다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 [인상깊은구절] 내가 떠났다고 아직도 화를 내고 있고? 당신을 남겨두고 혼자 떠나 와서 정말 미안하오. 용서하오. 당신에게 상처를 줄까봐 늘 걱정스럽소. 당신을 떠올리면 이 조그만 텐트 안이 환해 지고 따뜻해진다오.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당신의 이름을 부룬다오. 잠이 드는 마지막 순간에도 당신의 이름을 되뇐다오. 우리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항상 같이 있고. 처음부터,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우리는 하나였소. 지금도 당신은 나와 함께 로체 남편을 등반하는 중이오. 그 증거로 이 편지를 정상에 남겨두고 올 생각이오. 만약에 올라갈 수 있다면 말이오. |
| 김미진의 첫 소설 <모짜르트가 살아있다면>을 재미있게 읽었었다. 스피디하게 진행되는 짜임새 덕분에 책을 손에 쥔 자리에서 다 읽을 수 있었고, 특이한 시간적 구조는 영화 "Before the Rain"을 본뜬 것으로 보였지만 그래도 괜찮은 점수를 주었었다. 깊이가 없다고는 하나 깊이만 있고 작품성은 없는 여타 한국소설들보다 나았고 90년대를 풍미한 다른 여류작가들의 글들이 주는 찐득찐득한 느낌(S모씨)이나 다 읽고 난 뒤 한참을 가는 불쾌감(K모씨) 같은 것이 없는 담백함이 좋았다. 하지만 어째 그녀가 또 다시 소설을 쓰지는 않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머잖아 두 번째 소설 <우리는 호텔 캘리포니아로 간다>가 나왔고 그 책을 샀지만 첫 번 소설처럼 잘 읽히질 않았고 책은 다 읽히지도 않고 책꽂이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좀 오래된 느낌이 드는 올해 그녀의 세 번째 소설이 나왔고 이제서야 그 책을 사보게 되었다. 언론 등을 통해 이 책이 히말라야 등반가들을 소재로 삼고 있다고 알려진 데다 책 제목이 <자전거 타는 여자>인지라 여주인공이 트렉킹을 하는 여자 정도 될 것으로 생각했고 이국적인 히말라야 산중을 배경으로 삼고 있는 줄로만 알았었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첫 부분의 배경은 히말라야가 맞지만 그 문장력이 영 심상치 않았다. 마치 고등학생의 습작품 같은 느낌이 드는 엉성하기 짝이 없는 문장력에 맞춤법 또한 가관이었다. 그래도 첫 소설에 대한 믿음 때문에 읽다 보면 뭔가가 있겠지 하며 계속 읽어 나갔으나 주인공 남녀가 만나기 시작하면서부터 영락없는 하이틴 로맨스로 전개되어 나가는 것이었다. (별장에 쉬러 왔다 매력적인 산사나이와 불륜을 저지른 여주인공에게 그녀를 데리러 온 남편이 '그동안 자전거는 좀 탔어?'라고 묻고 그녀는 '예. 조금요.'라고 대답하는 데에서는 거의 블랙 코미디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하이틴 로맨스가 남녀 간의 사랑을 다룬 일반 문학작품들과 다른 가장 큰 차이점은 소녀들의 달콤한 공상을 울궈먹는다는 점일 것이다. '울궈먹는다'고 표현한 것은 즉 순전히 돈 때문에 쓴 싸구려 글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기대할 것이 있었던 작가가 이런 류의 글을 쓰는 이유 역시 돈 때문에라고 말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돈을 바라지 않고 글을 쓰는 작가가 어디 있겠는가마는 그것이 글을 쓰는 많은 이유 중 하나인 것과 그게 다인 것에는 크나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바라건데 이 책이 '흥행'에 실패함으로써 작가가 자신의 작품 경향을 재고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