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경숙님의 글을 대할 때마다 온 몸에 전율이 일곤 했다. 어쩌면 그렇게도 섬세하게 간결하면서도 미려한 문체를 가질 수 있을까. 님의 소설 깊은 슬픔을 읽고 한 사흘을 울고 다녔던 기억이 아스라하다. 신들린 사람처럼 마음의 깊숙한 곳을 조여오는 명징함이 그의 글 속엔 녹아있다. 님의 소설은 한편의 시를 연상시켰었다. 이 분이 시를 쓰면 참 섬세하고 곱겠다 싶게끔. 동아일보에 님이 올려주는 시들을 관심깊게 보았었다. 소설가의 마음에 박힌 주옥같은 시들, 짧은 시에 대한 단상. 무엇하나 아쉬울 것도 버릴 것도 없었던... 때문에 주저없이 이 시집을 선택할 수 있었다. 요즘 이런 식으로 시들의 묶음이 많이 보인다. 시를 선택한 주인의 내심이 은밀히 보이는 모음집들이다. 그런 시집들을 선택하는 기준에 가장 많이 작용하는 요소가 아무래도 엮은이의 문학적 모습이 아닐까 한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이 책을 선택한 나는 지금 행복하다. 그리고 신경숙님의 선고 덕분에 그동안 접하지 않았던 시인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역시 님의 섬세함이 보여지는 향기로운 시들로 채워진 시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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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까지는 아니더라도, 습관 정도는 되는 것 같다. 뭐, 그 게 그 거인 셈인가.. 계간지 같은 곳에 실리는 소설들을 꼬박꼬박 찾아 읽는 열성을 부리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단행본이 묶여 나오면 그저 서점으로 발길을 향해 집어들게 되니까. '기차는 7시에 떠나네', 그 먹먹함이.. 내내 내 곁을 떠나주지 않아 어쩌라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그냥 기다렸었나 보다. 어서 다시 말을 걸어 주기를. 기존의 시들을 모아, 쪼가리 쪼가리 짧은 감상문을 모아 이런 책을 낸다는 것에 대해, 참 의심도 많은 나로서는 또 그저 그런 상술이군, 하며 눈이 가늘어졌지만, 그 보석 같은 시심들 앞에서는 날 무딘 무기는 힘을 잃는다. 시를 읽고서 엮은이의 짧은 감상을 읽었다. 그리고 그 시를 다시 읽었다. 처음부터 그러려던 것은 아닌데 그렇게 되었다. 그렇게 읽고 있으려니 시인과, 엮은이, 그리고 나, 그렇게 삼자대면, 어쩐지 대화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되었다. 내 눈길이 좀더 머물렀던 구절을 이 소설가가 다시 짚어주면, 그랬다. 사람 생각하는 게 다 똑같지, 뭐, 이런 생각이기도 하지만, 그렇구나, 하고, 같이 얘기하는 느낌. 시인들 마음속에 부는 바람을 자신의 숨결에 묻혀 내 맨발까지 옮겨오는.
그리고, 시란 특히 그런 것 같은데 좀체로 집중해서 읽을 줄을 모르는 나 같은 무심한 독자에게 이런 것도 있단다할 때면, 시인의 상상을 질투하는 이 소설가에게 질투를 느끼고 만다. 그 세심한 마음의 온기에.. 상아의 빛깔로 숨어서 제자리를 지키고 있을 시심들을 안타깝게 찾아다니는 내 허영심도 위안을 받는다.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아주 오래되었구나... 무너져 내리며 집을 짓던 이 마음들을 잊은지가 참 오래되었구나.. '생의 열망들을 빈 집에 두고 문을 잠그는 손'을, 오래 잊고 있었구나. 따라와. 보여 주고 싶은 것이 있어, 거미 한 마리를 밖으로 내치며, 그 거미 일가족을 한 방에 다 불러모으는 고귀한 시인의 마음을, 하며 손을 뻗는다.
< 햇빛에 지친 해바라기가 가는 목을 담장에 기대고 잠시 쉴 즈음, 깨어 보니 스물 네 살이었다. 神은, 꼭 꼭 머리카락까지 조리며 숨어 있어도 끝내 찾아주려 노력하지 않는 거만한 술래여서 늘 재미가 덜했고 타인은 고스란히 이유 없는 눈물 같은 것이었으므로, - '비망록' 중에서, 김경미> '기차는 7시에 떠나네'에서 신경숙은 내내 스무살의 영혼을 어루만지고, 안쓰러워하고, 쓸어 내렸다. 내게도 이젠 여러날 비오지 않아 흙먼지 날리는 메마른 땅 같은 비망록의 날들이 되었지만, 기억나지 않는 대로 기억이 된 그 시절에 대한 이 시를 여러번 읽고 나 역시 여러번 가슴을 쓸어 내렸다.
'간혹 그런 꿈을 꾼다. 바다라고 하는데 물이 없는, 산이라는데 나무는 없는, 활활 타오르는 불에 손을 집어 넣었는데 하나도 뜨겁지 않는 그러나 손가락은 타고 있는... 내가 없는 꿈. 그런 꿈. 그런 꿈을 꾸고 난 자리에서는 얼른 일어나지 못한다. 꿈을 깬 후에도 돌아오지 않는 나를 기다리는 시간. 창문도 없고 지붕도 없는 허허벌판에 앉아있는 것만 같은 느낌.'('내가 없는 나의 꿈'에 붙여). 그 시간이 다 눈앞에서 사라져 버렸는데도, 그래서 더 더욱 손에 쥘 수가 없어졌는데도, 마음은 늘상 몸의 시계와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어서 나 역시 아직 그 꿈의 언저리를 서성이고 있다. 그렇게 서성이고, 망설여도 여전한 건 길이다. 빗방울이 듣고, 어머니와 나의 설렁탕 투가리가 허공에서 툭, 소리를 내는 밥집이 있고, 병이 깊을 대로 깊어 이제 약 없이도 살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이 사는 곳이 다 그 어딘가에 있다. 당신이 떠나가신 비단길, 그 또 다른 길에서, 집이 아닌 길에서 만나는 식구들은 서럽다. 집이란 병원과 학교, 경찰서로 가득한 세상 속에 그저 작다고밖에는 할 수 없는 곳이어서 그런 걸까, 길에서 만난 식구들은 작고 초라하고 안쓰럽다.
'정말 그렇다. 한번은 태생지의 읍내로 통하는 다리 위에서 부친을 만났는데 어찌나 쑥스럽던지. 딸이 외면해버린 것도 모르고 시내로 걸어 들어가는 그의 뒷모습이 왜 그렇게 초라하고 작고 안쓰럽던지. 왜 그럴까. 마당에서 마루에서 방에서 밥상 앞에서 서로 맨발을 보이며 지내는 존재들을 집 바깥에서 만나면 왜 그렇게 쑥스러울까? 왜 그렇게 마음이 저릴까'(김영승, 반성673에 붙여). 그럴테지. 알고 있는 모든 사람 중에 길에서 인연 맺지 않은 유일한 사람들이 가족들이니까... 그런 이유로, 어쩌면 절친한 친구하고 만큼도 많이 얘기해 본 적 없어서 서로에 대해 아는 것이 적고, 서로의 깊은 우물 속을 들여다보지 않더라도, 그럴 노력조차 하지 않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질지라도, 그런 이유로 식구는 서러울테지. 그래서 눈물이 짠 거겠지.
시는 그 쓸쓸함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면서, 다시 터벅거리며 길일지도 모르고 길이 아닐지도 모를 그런 길을 간다. '혼자서 울 수 있는 공간을 가진 사람은 행복한 현대인이다.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본능대로 울 수 있는 공간을 가진 사람은'('멀리 와서 울었네'에 붙여). 혼자 있어 여전히 곁이 시린 밤이지만 조금 행복해졌다. 휴..이 시집에 있는 시들을 모두 옮겨 적어봐도 한참을 모자를 것 같은 시린 안타까움과 마주하고 있는 이 깊은 겨울밤, 그래도 아침엔 '슬픔이여, 좋은 아침', 방긋 웃으며 눈을 뜨자, 그러자. 어차피 쉬지 못할 영혼이라면. [인상깊은구절] ...내가 없는 꿈. 그런 꿈. 그런 꿈을 꾸고 난 자리에서는 얼른 일어나지 못한다. 꿈을 깬 후에도 돌아오지 않는 나를 기다리는 시간. 창문도 없고 지붕도 없는 허허벌판에 앉아있는 것만 같은 느낌 |
| 소설가 신경숙이 사랑하는 시를 모아놓은 시집 내마음의 빈집 한채는 내가 너무나도 소장하고픈 책이었다. 이책을 결국은 가지고 말았다. 이 책은 내가 전혀 읽어보지 못했던 생소한 시들뿐이었다. 이를 통해서 새로운 시를 읽어볼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 반가웠다. 이 책 속에서 맨 앞장에 나오는 이문재씨의 화전을 가장 좋아한다. 시는 사람들의 마음을 풍족하게 해준다. 이 시 역시 나의 괴로움과 고통과 즐거움을 함께 나눠서 내 삶을 풍족하게 해주었다. 몇번을 읽어봐도 몇십번을 읽어도 읽을때마다 새로운 시...내마음의 빈집 한채 속에는 이런 풍요가 넘쳐난다. 나 역시 내마음에 빈집 한채 지워놓았다. |
| 소설가라고 우리에게 공인된 사람들이 아끼는 시는 어떤 것들일까하는 호기심을 갖고 손에 잡은 소설가 신경숙의 <내 마음의="" 빈="" 집="" 한="" 채="">에는 맑은 시가 참 많았다. 엮은이 서문을 살짝 인용해 본다. "나라는 존재마저 잠잠하고 모든 들끓음이 일순 고요해지는 순간, 나는 그 순간을 詩의 시간이라 여겨왔다. 간절하고 엄숙하고 종내엔 그마저도 누그러진 뒤 종교까지도 껴안는 그 고요의 순간을. 나는 소설가지만 그런 의미로 시인을 꿈꿔왔으며 간혹 시인이 못 되어서 소설가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시인이 못된 내게 남아있는 건 좋은 시를 읽는 기쁨이다." 개인적으로 시를 무척 아끼고 있으며 최근에 습작도 하고 있는 내게 좋은 시란 항상 어떤 목마름 그것이었다. 좋은 시를 만나고 싶으나 정작 목마를 때의 한 바가지 달디단 샘물과 같은 시는 그리 흔치 않은 것이다. 한 평론가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처음인 듯 마지막인 듯 세상과 만나 그 순간 느낀 감동을 시로 쓰는 것이라고. 이 책에는 아주 맑은 울림을 주는 시가 많다. 이 책에서 처음 만난 시 한 편을 소개해 본다. 김중식 시인의 [이탈한 자가 문득]-'우리는 어디로 갔다가 어디서 돌아왔느냐 자기의 꼬리를 물고 뱅뱅 돌았을 뿐이다 대낮보다 찬란한 태양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한다 태양보다 냉철한 뭇별들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하므로 가는 곳만 가고 아는 것만 알 뿐이다 집도 절도 죽도 밥도 다 떨어져 빈 몸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보았다 단 한 번 궤도를 이탈함으로써 두 번 다시 궤도에 진입하지 못할 지라도 캄캄한 하늘에 획을 긋는 별, 그 똥, 짧지만, 그래도 획을 그을 수 있는, 포기한 자 그래서 이탈한 자가 문득 자유롭다는 것을' 그래서 내게 물어본다 너는 이탈할 용기가 있는가라고. 이탈의 자유를 맛볼 용기가 과연 내게 있는 걸까? 그대는 어떠하신지?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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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신경숙의 글은 항상 시 같다는 생각을 했다. 왜 이 사람은 시인이 되지 않고 소설가가 되었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이 책에서 고백한 것처럼, 신경숙 본인도 실은 시인을 꿈꾸었다고 한다. 자신이 시를 쓰지 못해 소설가가 된 것 같다는 그의 말은 시에 대한 그의 사랑과 동경을 드러낸다. 이 책에 소개된 시들은 그가 사랑한, 하나 같이 사연이 있는 시들이다. 전화로 나지막히 시를 읊어준다는 시인 친구들이 있다는 게 부럽고, 가끔 편지로 직접 쓴 시를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부럽다. 그녀의 삶을 맴도는 시의 기운이 전해져 어느 페이지를 펴보아도 생생하게 다가오는 시들이 있다. 두고두고 보면 좋을 책이다. [인상깊은구절] 자연에 대하여 - 정현종- 자연은 왜 위대한가. 왜냐하면 그건 우리를 죽여주니까. 마음을 일으키고 몸을 되살리며 하여간 우리를 죽여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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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이 좋아하는 시들을 모아놓은 시집이다. 그녀가 좋아하는 시들을 엄선해서 모아놓은 시집이라 그런지 유난히 내 마음에도 드는 것 같다. 시인이 되지 않고 소설가가 되었지만 아직도 시를 읽는 신경숙이 좋아하는 시... 나의 마음 속에도 걸어들어오는 것 같다. 그리고 시 옆에는 그녀가 그 시에 갖는 느낌을 정리하고 있다. 그래서 시를 감상하는 그녀의 시선을 느낄 수 있다. 또한 남편인 남진우의 시가 들어가 있어서인지 더욱 관심이 쏠렸다. 아름다운 시들이 모여서 겨울의 잔치를 여는 것 같다. 아름다운 시들이야말로 언어가 주는 최대의 선물이다. [인상깊은구절] 지금도 누군가에게 잘못을 저지르고 있겠지만, 그래서 할 수 없는 인간밖에 더는 못 되겠지만 이제는 죄가 깊어 쐐기풀 옷으로도 구제받지 못할 정도라 할지라도...... 누구에겐가 잘못하고 절하는 밤... 이 한구절 앞에 마음을 비벼본다. 무릎을 꿇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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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을 좋아하는 나로서 신경숙이 좋아하는 시들을 모아 놓은 시집이 있길래 얼른 읽어 보았다. 시인이 되지 못한 그녀의 시에 대한 사랑이 오롯이 이 시집에 담겨져 있다. 신경숙은 소설가로서 소설 뿐만이 아니라 시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또한 자신이 시를 쓰지 못하고 소설을 쓰고 소설가가 된 것에 대해서 약간의 아쉬움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이 시집 속에는 많은 시들이 삶의 이야기로 사랑의 이야기로 엮어져 있다. 아름다운 시선이 느껴진다. 그리고 시 옆에는 작가의 개인적인 해설과 감상이 들어있어서 같이 읽어두면 좋은 것 같다. 이제 겨울이다. 아름다운 시들과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인상깊은구절] 우리 헤어질 땐 서로 가는 곳을 말하지 말자. 너에게는 나를 떠나버릴 힘만을 나에게는 그걸 노래부를 힘만을 눈이 왔다,열한시 펑펑 눈이 왔다, 열한시. --황동규의 한밤으로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