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 내가 이 책을 읽었던 건 10살때였다. 독서라곤 그저 줄거리 읽는 것으로 생각하던 그 나이에도 이 책은 무어라 설명할 수 없는 감동을 주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이후로도 계속적으로 나는 생각 날 때마다 이 책을 들추곤 했다. 그것은 이 책이 알 수 없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힘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조금은 순수한 마음을 되찾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 책은 제제의 성장기라고 할 수 있으며, 어떻게 보면 자서전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에는 늘 그만의 친구일 수 있고, 그와만 대화할 수 있는 '밍기뉴'라고 하는 나무 한그루가 존재한다. 다시 말해 이 책은 제제의 성장기이자 밍기뉴의 성장기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다섯살이던 제제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은 호기심 투성이다. 그러한 그가 던진 질문들은 어떻게 보면 우스울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것들을 읽으면서 나는 내 주위에 당연시하며 살아온 것들이 너무도 많았음을 깨달았다. 그것은 어쩌면 어린 아이만이 가질 수 있는 세상에 대한 감사함이었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선생님의 비어있는 꽃병을 채워주기 위하여 다른 이의 정원에 있는 꽃을 꺽으면서도, 이 세상의 모든 것은 하느님의 것이기 때문에 자신이 꺽은 꽃 역시도 하느님의 것이라고 믿는 그는, 나이에 비해서 어른스럽다는 소리를 들긴 했지만 분명 어린 아이였다. 그렇게 어리기만 할 것 같은 제제도 사람이었기에 철이 들게 된다. 정확히 말하자면 철이 드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철이 드는 과정에서 그에게 가장 큰 역할을 했던, 그에게 가장 큰 의미로 다가왔던 인물은 다름 아닌 뽀르뚜가였다. 그는 처음부터 제제에게 큰 의미를 가지는 인물일 수 없었다. 하지만, 제제는 미움의 과정에서 사랑의 방법을 깨닫게 된다. 그는 처음, 자신이 미워하는 뽀르뚜가에 대한 감당할 수 없는 마음 때문에 자신의 마음 속에서 뽀르뚜가를 죽이는 방법을 택했다. 하지만 그는 다시 그를 사랑하기 위해 마음속에 있던 뽀르뚜가를 다시 살린다. 그리고, 어쩌면 그를 향한 사랑은, 자신의 아버지에게서부터 얻을 수 없는 사랑에 대한 대체 개념이 아니었나 싶다. (아니, 이미 그는 제제의 마음속에서 하나의 '아버지'로서 자리잡고 있었던 것 같다. 훗날, 자신의 아버지는 이미 죽었다고 속으로 울부짖는 그를 통해 나는 이를 볼 수 있었다.) 그는 그렇게 뽀르뚜가를 진정한 친구로서 받아들이게 된다. 하지만, 떠나겠다는 뽀르뚜가의 이야기에 제제는 이런 말을 한다. "뽀르뚜가, 당신의 마음속에 저를 자리잡도록 하는 게 제 소망이어요. 그게 제가 바라는 전부여요. 제가 있는 곳에는 언제든지 당신이 함께 계셔요. 하지만 슬프게도 저는 때때로 생각했어요. 수업 시간에 창밖을 바라보면서요. 언젠가는 당신이 제 곁을 떠나리라는걸요." 제제는 이미 사람에게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다는 사실을, 관계라는 것은 결코 영원할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해 눈뜨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한 사실을 알기에 그는 자신에게 있어서 너무도 소중한 뽀르뚜가와의 이별을 그토록 두려워했던 것이다. 그가 그의 곁을 떠나는 것이 지금 당장의 일이 아님을 알면서도.... 그리고 그는 아버지의 취직으로 인하여 이사를 가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뽀르뚜가를 잃지 않기 위해서 진지냐 할머니 댁에서 살겠노라는 말을 한다. 하지만 그에게 다가온 이별은 생각보다 너무도 빨랐다. 망가라치바가 뽀르뚜가를 제제로부터 데려간 것이었다. 그리고 그, 뽀르뚜가는 라임 오렌지 나무와 동일시 된다. 뽀르뚜가를 잃음은, 밍기뉴를 잃은 것으로, 그의 곁에 있던 모든 것을 잃은 것으로 그에게 이해되는 것이다. 그는 세상에서 처음으로 맛본 이러한 이별의 고통으로 인해 많은 날들을 앓게 된다. 하지만 그는 그러한 경험을 통해 이별이 아무리 아플지라도 결코 영원히 아프지만은 않음을, 사람을 잃는 그 순간엔 아플지라도 함께 한 추억까지 모두 잃는 것은 아님을 깨달았을 것이다. 소설이 단순히 이렇게 끝났더라면 나는 실망했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상실의 슬픔으로 인해 주저앉은 제제의 모습만을 끊임없이 보여주다 그것으로 끝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지막에 실려있는 48살의 제제가 지난 날의 뽀르뚜가에게 쓰는 편지는, 그러한 아픔을 딛고, 결국엔 어른이 되어버린 제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었고, 어쩌면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이 소설이 감동스럽게 기억될 수 있는 이유인지도 모르는 것이다. 이 책은 왜 아이들은 그렇게 철이 들어야만 하냐고 물으면서, 자신은 너무 일찍 철들고 사랑과 이별에 눈을 떠서 힘들었노라고 고백하면서 끝나고 있다. 지금 나는 내 주위를 돌아본다. 그리고... 너무도 많은 욕심일지도 모르지만, 나만의 뽀르뚜가를, 밍기뉴를 찾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것은, '이별'이 전제되어 있기 때문에 다가가지 못하는 것이 아닌, 사랑하는 그 순간에는 나의 모든것을 펼쳐 상대방에게 보여줄 수 있는 그런 만남을 의미하는 것이다. 지금 나는 '제제'가 되어본다. 너무도 소중한 사람들을 잃어야 했기 때문에 지난 날 아파했지만, 결코 영원히 아프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상대방은 날 잊을 지라도 나의 마음 속에서는 상대방에 대한, 상대방과 함께 한 기억들을 간직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지금 나는 그렇게 서서히 그와 같은 것들에 눈을 뜨기 시작하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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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 책을 딱 세 번 읽었었다. 처음 읽었을 때는 아무런 감흥도 없었고, 두번째에는 그냥, 흠, 이정돈가. 정도였다. 세번째 읽었을 때에는, 포르투카가 기차에 치어 죽음이 밝혀지는 대목에서 그야말로 베겟잎이 흠뻑 젖도록 울고 울고 또 울었다. 왜 여태까진 이 대목을 발견해내지 못했지, 왜 아무렇지 않게 지나갔지 하고 의아해하며.
가난한 아이. 빈곤한 아이. 그런 제제가 포르투카를 만나서 사랑을 받고 사랑을 주는 과정이 얼마나 아름답고 아름다운지. 오랫동안 눈물이란걸 흘려보지 못한 사람이 있다면 꼭 권해주고 싶다. 그런데, 제제는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 [인상깊은구절] "어디 다시 불러 봐라." "요새 유행하는 탱고예요, 아빠." 나는 벌거벗은 여자가 좋아......아빠는 내 뺨을 찰싹 때렸다. "어디 다시 한 번 불러 봐." 아빠는 날 계속 때렸다. 그러자 울고 싶지도 않았는데 내 눈에서 눈물이 흘러 나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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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제는 이제 겨우 다섯살 먹은 아이다. 너무나 영리해서 글씨도 저절로 깨쳤지만 말썽이 심해서 늘 두들겨 맞는... 하지만 가난한 아버지에게 상처를 준 것이 마음 아파 무거운 구두통을 메고 돈을 벌어 담배 선물을 사고, 인기가 없어서 늘 빈꽃병인 선생님이 안쓰러워 꽃을 꺾어 오는.. 상처입은 어른의 마음까지도 어루만져 주는 아이다. 바쁘게 돌아가는 생활속에서 어느날 문득.. 참 마음이 각박해진다 느껴질 때 제제와 그의 친구 라임오렌지나무를 만나보자. 가난에 찌든 가족들이 제제에게 아픔을 줄 때 같이 아파하고, 제제 마음의 친구인 포르투가가 죽고 라임오렌지나무마저 떠나보낼때 나도 모르게 제제를 따라 울고 있을 테니.. 럼 처음엔 좀 쑥스럽지만 아직 내 마음에 제제의 자리가 남아있다는 것이 한가득 위안이 된다. 그리고 마음이 걸러져서 조금은 더 순수하고 따뜻해진 것이 느껴진다. [인상깊은구절]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내겐 네가 아주 고운 애란다. 앞으론 꽃을 가져오지 않아도 된다. 네가 얻어 오는 거라면 모르지만 말이다. 약속하겠니?" "약속해요, 선생님. 하지만 꽃병은요? 꽃병은 늘 비어 있어야 하나요?" "이 꽃병은 결코 비어 있지 않을 거야. 난 꽃병을 바라볼 때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을 보게 될 거야. 그리고 이렇게 생각할 거야. 내게 꽃을 갖다 준 아이는 세상에서 제일 착한 나의 학생이었다고. 그럼 됐지?" 선생님은 웃으며 내 손을 놓아 주었다. "잘 가라, 황금의 마음씨를 가진 아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