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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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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덕스런 3월의 정원에 코로나가 피었다
목련보다 먼저 마스크가 피었다
비가 와도 젖지 않고
바람이 불어도 떨어지지 않고
우리 강산 하옇게 하얗게 물들이는
두려움을 먹고 자라는 꽃
[ 진실 ]
사람들에게 진실을 들으려면
어린애처럼 바보처럼 보여라
무릇 인간은 술 취했을 때,
그리고 어린애 앞에서
솔직해지거든

[ 잃어버린 너 ]
내 손에 묻은 타인의 지문을 물로 흘려보낸다
흔적 없이 씻겨나간 흉터와 무늬
뜬구름 같은 비누거품만 아름다웠지
비 온 다음 날, 뺨에 닿은 아침 공기
차갑고 상쾌한
실연의 맛
[ 자기만의 방 ]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시간은 쌓이지 않는다
시간은 벽에 튕겨서 돌아온다
탈출할 용기가 없어
벽을 넘지 못하고
날개가 있는데도 날지 못하고
달력만 넘기며
없는 것들만 갈망하다 고장난
수리가 불가능한 인생!

[ 자본주의에서의 평등 ]
우리는 모두 다른 존재로 세상에 태어났으나,
사회가 우리를 똑같이 생각하고 똑같이 느끼고
욕망하는 기계로 길들였다.
내가 아니라
우리를 받아들이고
우리들에 익숙해지며
생활인이 되고
나는 늙었다
[ 낙서 ]

사랑과 분노가 있어야 큰일을 한다
이제 분노할 힘도 없다
분노할 열정있다면 연애를 하든가,
맛있는 거 찾아 먹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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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신발도 신지 않고
외투도 걸치지 않고
배고프면 먹이를 찾고
때가 되면 짝을 찾고
몸이 시키는 대로
산을 넘고 강을 건너
집을 짓고 알을 낳고
어느 겨울날
재수없이 바퀴에 깔려
피범벅이 되어도
새는 후회하지 않는다
제 살을 파먹으며 아파하지 않는다

[ 공항철도 ]
눈을 감았다
떠 보니
한강이
거꾸로 흐른다
뒤로 가는 열차에
내가 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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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죽음 ]
너의 창문을 푸르게 물들인 활엽수의 이름을
너는 알려고 하지 않지
그 나무와 저 나무의 잎사귀가 어떻게 다른지
구별하지도 못하지
너의 하늘을 날아오르는,
발코니에 앉아 널 빤히 바라보는
새가 종달새인지 까치인지
궁금해 속을 끓이지도 않지
너는 꽃을 보지도 않고
꽃집을 지나가지
횡단보다 앞에서 문득 솟아오른 문장을 잡으려
수첩을 꺼내지도 않지
네 혀를 날뛰게 하는 음식의 이름만
간신히 기억하지
길바닥에 앉아 파를 다듬는 할머니에게
눈길을 주지 않고
엘리베이터에서 마주한 아이에게 웃어주지도
이름이 뭐냐고 실없이 물어보지도 않지
아침에 빠져나온 구멍으로 어서 들어가고파
숨을 헐떡거리지
침묵뿐인 문을 열어 젖히려고
[ 최후진술 ]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어
진실을 다 말하지는 않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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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라/향/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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