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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우리 사회의 대체적인 분위기는 여전히 남성과 여성에 대한 고정된 성 역할을 기대하는 경향이 있다. 어린 시절부터 자녀들이 행동에 대해서 '남자는~' 혹은 '여자는~'이라는 전제를 다는 어른들의 말이 그렇고, 여성과 남성이 할 수 있는 일을 구분하는 인식 역시 그것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여겨진다. 그동안 많은 연구들에서 충분히 밝혀졌듯이, 남성과 여성의 일반적인 차이를 논하는 것보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각 개인의 개인차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관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남성과 여성에 대한 성역할은 실재로 존재하는 어떤 차이가 아닌,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하나의 관습으로 만들어진 관념일 뿐이라고 하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불현듯 어린 시절 '남자는 말이야~'라는 말을 들으며 지냈던 시절이 떠올랐다. 아이들의 행동 하나에 고정적인 성역할에 부합하는지를 따졌던 어른들의 시각, 물론 그것도 그들이 암묵적으로 받아들였던 우리 사회의 성역할에 대한 편견에 기반한 것이었다고 이해된다. 이 책의 주인공인 '우리'는 남자아이지만, 남자애들이 하는 놀이를 좋아하지 않는 인물이다. 축구나 농구와 같은 운동보다는 혼자서 산책을 하거나 줄넘기를 하고 책 읽기와 그리기를 좋아하며, 종이 인형 만들기나 여러 옷을 입어보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이다. 그런 성격의 우리에게 아빠는 '여자애들처럼 집에서만 놀지 말고' 밖으로 나가 다른 아이들과 야구나 축구를 하면서 놀라고 말한다.
남자애들은 운동을 하지 못하는 '우리'가 자기 팀에 끼는 것을 싫어하며 투덜거리기까지 한다. 운동을 하라는 엄마의 권유에 무용 학원에 다니면서, 우연히 탭댄스 구두를 신고서 탭댄스 연습을 하게 되었다. 학교에서 남자애들이 탭댄스 구두를 신은 우리를 놀리고, 심지어 '우리는 여자야야.'라는 낙서를 벽에다 남겼다. 남자애들에게 놀림을 받으면서도 우리는 꾸준히 무용 학원에서 탭댄스 연습을 하였고, 선생님의 권유로 장기자랑 대회에 참가신청을 하였다. 장기 자랑 대회에 참석하는 우리를 선생님과 아이들이 응원을 해 주었고, 우리는 무대에서 열심히 춤을 추며 자신의 장기를 뽐내었다. 장기 자랑 대회에서 상을 받지는 못했지만, 우리를 칭찬하는 가족과 선생님의 칭찬을 받게 되었다. 상을 받지 못해 의기소침해진 우리가 학교에 들어가기를 머뭇거리다가, 벽에 쓴 '우리가 최고야!'라는 낙서를 발견하는 것으로 작품을 끝맺는다.
'남자(여자)답지 못하다'는 주변의 시각에 의해서 억지로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기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알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내용이라고 하겠다. 여전히 우리 사회는 고정적인 성 역할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탈피하지는 못했지만, 이제는 그것보다 개인의 개성이 더 중시되는 방향으로 바뀌어 가야만 할 것이다. 또한 특정한 생각을 강요하는 것에서 그렇지 못한 이들에 대한 차별 의식이 싹트게 된다는 것을 유념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비장애인의 관점에서 장애인을 비교하고, 이성애자의 관점에서 동성애자를 평가하는 등의 차별 의식이 발생하는 것이다. 나아가 기득권을 지닌 이들이 우리 사회의 소수자들을 무시하고, 자신의 생각만이 옳다는 그릇된 신념으로 자리를 잡게 될 것이다. 그 삶을 있는 그대로의 특성에 맞춰 이해하고, 각자의 개성을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관점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나 자신 혹은 주변 사람들에게 그릇된 성역할에 대한 인식으로 불필요한 언행을 강요한 적이 없었는지를 반성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차니) * 개인의 독서 기록 공간인 포털사이트 다음의 "책과 더불어(與衆齋)“(https://cafe.daum.net/Allwithbooks)에도 올린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