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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숨을 알게 된 계기는 ??철??이라는 소설이었다. 당시 바쁘기도 하고, 경황이 없어, 활자만을 읽고 지나기 바빴던 것 같다. 그러나 오랜 시간이 지나, ??떠도는 땅??을 읽게 되었다. 동아시아의 특수성을 서발턴 문제로 바라보려고 하는 공부를 하던 차에 서발턴의 음성을 발굴하기의 어려움에 대한 고민도 곁들여지던 차. ??떠도는 땅??은 고려인들의 추방을 기차 한 량의 공간을 통해, 추위와 열차의 소음을 통해 풀어내고 있었다. 서발턴의 음성은 그 한 량의 좁은 공간에도 가득 찼다. 김숨의 필력을 본격적으로 느꼈던 때였던 것 같다.
이어서 든 책이 ??듣기 시간??이다. 위안부 이야기라는 것만 알고 일단 사두었다. 나중에 읽으려고 말이다. 그리고 해내야 할 일들을 폭풍처럼 쳐내고 난 다음, 이 책을 손에 쥐었다.
타인의 육중한 침묵에 직면한 인터뷰어는 침묵에 허둥대며 내면의 수다를 쏟아낸다. 침묵의 무게를 넘겨짚으려니, 인터뷰어의 말이 많고 세밀한 것이다. 타인을 말하게 하는 침묵, 타인을 통해 말하는 침묵의 힘이 꽤 묵직하다.
인터뷰이의 침묵에 말문이 막힌 시간을 1부부터 초단위로 묘사할 정도로 촘촘하다. 인터뷰어의 당황스러움이 이 촘촘함에 배어있다. 읽는 이도 당황스럽고 언제쯤 인터뷰이의 말문이 터질까 초조하다.
그 초조함은 녹음기의 구멍구멍까지 헤아릴 정도다.
이 소설은 침묵의 중력을 글로 보여주고 있다.
서발턴은 말 수 있는가...에 대한 대부분의 대답은 침묵으로 말한다 정도다. 이 책은 그 침묵으로 말함의 무게를 충분히 보여준다.
"그녀의 입속에는 17만여 개의 죽은 입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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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3.29.화요일 책에 대한 아무런 정보없이 화사한 표지에 이끌려 선택했는데, 그 내용의 무게감에 풀썩 주저앉아 버렸다. 400개 흡음구가 있는 녹음기 앞에서 침묵하고 있는 할머니의 모습이 그려지면서 마음이 무거워졌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이야기는 뉴스나 영화를 통해 접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이렇게 책으로 만나게 된 건 처음이라그런지 그 울림이 더 크게 다가왔다.
“기억하지 않아서 미치지 않을 수 있었고 기억하지 않아서 살 수 있었던 사람이다." 이 말이 왜 이렇게 아픈지...눈물이 난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울컥... 1992년 1월 8일 처음 시작된 수요집회가 올해로 30주년이다. 30년동안 일본측의 사과 한마디 받아내지 못했다는 사실이 더 아프게 느껴진다.
많이 늦었지만 우리는 귀 기울여 들어야만 한다. 영어 듣기 시간에 집중하던 것의 백배 천배의 집중력을 가지고... 이제 시간이 별로 없는데...어떡하나... 내가 할 수 있는 건 관심가져주고 뒤에서 지지해주는 것밖에 없는데....어떡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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