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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 소설이라는 말에 정적인 이야기를 예상했는데, 책을 읽는 내내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를 보는 듯한 긴장감을 느꼈다. 이 소설은 평생을 서화(글씨와 그림)에 바친 스승 석담과 제자 고죽의 이야기다. "예술은 도를 담는 그릇이어야 한다"는 스승과, "아름다움 그 자체가 목적"이라고 믿는 제자의 갈등이 뼈대를 이룬다. 흥미로운 건 이들의 대립이 단순한 말싸움이 아니라, 마치 무협 소설 속 고수들이 목숨을 걸고 펼치는 '정신적인 결투'처럼 치열하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스승에게 인정받고 싶으면서도 그를 뛰어넘어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려는 고죽의 애증이 처절하게 다가왔다. 나 역시 무언가를 배우고 익히는 입장에서, 기존의 가르침을 따를 것인가 아니면 나만의 길을 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본 적이 있기에 더 몰입할 수 있었다. 특히 마지막에 고죽이 자신의 평생작들을 불태우며 환영 속에서 금시조(황금 날개 새)를 보는 장면은 압권이다. 그것이 패배를 인정한 것인지, 아니면 진정한 예술의 경지에 도달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책을 덮고 나서도 한참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단순히 재미있는 이야기를 넘어, '가치관의 충돌'을 이토록 밀도 높게 그려낼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했다. 예술이나 철학, 혹은 삶의 기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본 사람이라면 가슴 한구석이 뜨거워지는 경험을 할 것이다. 짧지만 강렬한, 긴 여운을 남기는 수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