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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학에서 '이문열'이라는 이름이 가진 무게감을 무시할 수 없기에, 그의 단편들이 묶인 이 책을 고르게 되었다. 확실히 요즘 나오는 소설들과는 문장의 밀도가 다르다. 톡톡 튀는 가벼움이나 감각적인 묘사 대신, 한자어와 관념적인 어휘들이 꽉 들어찬 만연체의 문장들이 쉴 새 없이 쏟아진다. 처음에는 그 호흡이 다소 벅차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익숙해지니 그 단단하고 유려한 문장 자체가 주는 지적인 쾌감이 상당했다. 표제작인 타오르는 추억을 비롯해 실려 있는 작품들은 대체로 과거를 회상하거나, 기억을 통해 현재의 자신을 들여다보는 구조를 띠고 있다. 작가는 우리가 아름답게만 포장하려는 '추억'이 사실은 얼마나 집요하고 뜨거운 불길인지, 그리고 그것이 현재의 삶을 어떻게 태우거나 지탱하고 있는지를 날카롭게 파고든다. 가볍게 페이지가 넘어가는 책은 아니다. 책을 읽는 내내 작가와 지적인 기싸움을 하는 듯한 긴장감이 들었다. 하지만 다 읽고 나면, 휘발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묵직한 납덩이 하나를 가슴에 얹은 듯한 여운이 남는다. 트렌디하고 힙한 감성의 소설도 좋지만, 가끔은 이렇게 문장 하나하나를 곱씹으며 사유하게 만드는 '진짜 소설'을 만나는 시간이 필요하다. 사색하기 좋은 조용한 밤에 읽기를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