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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야,혹은시대의마지막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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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의 초상이나 금시조같은 이문열의 초기작들을 인상 깊게 읽고 나서, 조금 더 시대적인 이야기를 다룬 이 책을 집어 들었다. 배경은 1990년대 말, 소위 말하는 IMF 외환위기 시절이다. 내가 초등학생 시절 이야기인데 소설로 읽으니 그 당시에는 크게 와닿지 않던 공포가 피부로 와닿는 기분이었다.제목 참 기가 막히게 잘 지었다. '전야'. 무언가 엄청난 일이 터지기 직전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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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의 초상이나 금시조같은 이문열의 초기작들을 인상 깊게 읽고 나서, 조금 더 시대적인 이야기를 다룬 이 책을 집어 들었다. 배경은 1990년대 말, 소위 말하는 IMF 외환위기 시절이다. 내가 초등학생 시절 이야기인데 소설로 읽으니 그 당시에는 크게 와닿지 않던 공포가 피부로 와닿는 기분이었다.

제목 참 기가 막히게 잘 지었다. '전야'. 무언가 엄청난 일이 터지기 직전의 밤, 혹은 한 시대가 저물어가는 마지막 밤. 소설은 그 불길하고 어수선한 분위기를 시종일관 유지한다. 중산층이 무너지고, 믿었던 가치들이 휴지 조각이 되고, 사람들이 각자의 욕망과 생존을 위해 발버둥 치는 모습이 적나라하다.

작가의 문체는 여전히 힘이 세다. 그런데 초기작들처럼 낭만적이거나 감성적이라기보다는, 훨씬 더 냉소적이고 날카롭다. 마치 의사가 메스를 들고 병든 사회를 해부하는 느낌이랄까. 읽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등장인물들의 속물적인 모습이나 무력감이 너무 현실적이어서, 꼭 지금 우리가 사는 2025년의 모습과 겹쳐 보이기도 했다.

솔직히 좀 어렵고 빡빡한 부분도 있다. 소설이라기보다는 사회 비평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고. 하지만 "시대가 변할 때 개인은 어떻게 부서지고, 또 어떻게 살아남는가"를 고민해 보기에는 이만한 책이 없는 것 같다.

이문열 특유의 그 꼬장꼬장한 시선이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세상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다 읽고 나니 밤공기가 왠지 더 차갑게 느껴진다. 가볍게 읽을 책은 아니지만, 시대의 흐름을 읽고 싶은 사람이라면 도전해 볼 만하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b******h 2026.01.02.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