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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과 sf소설을 읽는 재미는 내가 책을 읽는 중요한 재미 중에 하나이다. 더구나 이런 소설에서는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것들이 많이 가능하다. 그런 상상력의 기쁨에서 나는 주저 없이 이 책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일본문단에서의 수상경력도 한몫했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줄곧 기억이란 무엇인가...란 자문을 하고 있었다. 어찌보면 사람들의 삶은 기억의 총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그 기억을 바꾸어 버리면 다른 사람으로 살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결코 불가능한 이야기지만, 과학의 개연성이 가미된다면 상상으로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책을 읽는 동안 나는 두렵기도 했지만, 은근히 내 상상을 즐기기도 했다.
다른 사람의 기억이 이식되어 만약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된다면 정말 어떨까? 나는 그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는 동안 즐거웠다. [인상깊은구절] 나는 창 너머로 도서관 안뜰을 바라보았다.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가 몇 그루 서 있고, 그 밑에 깔린 납작한 돌 위로 노란 은행잎이 쌓여 있었다. 바람이 불어, 또다시 노란 잎 하나가 거기에 내려 앉았다. 속시 나뭇잎이 아니고 새파란 하늘이 무너져 내려 앉았다고 해도, 나는 마찬가지로 바라보고 있었을 것이다. 언제부터였을까? 나는 본래의 내가 아닌, 다른 남자가 되어 있었다. 그것도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아무리 적게 봐도 1년간, 나는 그런 것도 모르고, 낯선 타인의 인생을 살고 있었다. 하늘이라도 무너져 내려 앉는 쪽이 훨씬 나았다. |
| 언젠가는 사실이 되어버릴 수도 있는 이야기 앞에서 마냥 웃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던 것들이 하나하나 풀리면서 그 때부터는 경악하기 시작했다. 인간이란 존재는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이며 생명에 대해 어느 선까지 인간이 관여할 수 있는가? 이 질문은 과학이 발달하면서 우리가 계속적으로 던져온 것이지만 어느 누구도 그에 대해 명확한 대답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 게놈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숱한 질병들의 원인이 밝혀지고 인간은 보다 오래 생명을 유지할 수 있게 되겠지만, 이 소설과 같은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그건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이에게 갑작스럽게 닥친 불행. 갑자기 아내가 둘이 되어버린 남자의 삶은 그 때부터 확연히 달라지기 시작한다. 거실에 죽어있는 아내와 멀쩡히 친정에서 전화를 걸고 있는 아내. 하지만 그는 그 둘을 놓고 충분히 고민을 하기도 전에 누군가에게 쫓긴다.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지아키라는 여자로부터 매번 도움을 받는다. 여기까지는 아무런 체계도 없고 그저 정신산란한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사람이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에 신고도 하지 못한 체 도망 다니기에 급급한 남자. 그의 뒤를 쫓는 이는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하지만 이는 단순한 살인 사건이 아니었다. 첨단 과학 분야에 있어서 우위를 유지하려고 하는 제약회사들 간의 권력 다툼 사이에서 남자는 위태로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을 화가라고 믿고 있었던 그 남자는 이화학연구소의 연구원이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1년 간 전혀 다른 사람의 행세를 하면서 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를 숙주로 하여 살고 있는 또 다른 이의 영혼을 자기 자신으로 여기면서 말이다. 그에게 침범해있는 영혼은 이미 죽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누군가의 것이었다. 그리고 죽은 사람은 용광로 속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고,… 그것은 사건의 조직적인 은폐였으며 윤리적인 문제였다. 그가 ACV 감염에 의하여 도리야마로서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되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주위 사람들은 어느 누구도 그에게 진실을 말해주지 않는다. 경쟁 회사보다 기술 우위를 점하고자 하는 이들에 의해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의 근본적인 질문도 봉쇄당한 체 생명의 위협을 받을 뿐이다. 매 순간 그를 도와주는 지아키 역시도 글을 쓰기 위해 그에게 계획적으로 접근한 것에 불과하다. 주변 사람들 모두 그가 가진 기술을 두고 서로 경쟁하는, 인간애라고는 조금도 찾아보기 힘든, 그것은 실로 냉혹함 그 자체였다. 게놈 해저드. 어쩌면 이 소설은 이미 제목에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모든 것이 담겨져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가 1년간 자신이라고 믿으며 살았던 ‘도리야마’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며, 그의 아내인 유코 역시도 도리야마의 아내에게 죽임을 당하였다. 비록 그가 1년 후 도리야마로부터 해방되어 자신의 모습을 되찾게 된다 하더라도 이를 해피엔딩으로 볼 수는 없을 듯 하다. 우리는 하루하루 과학기술이 가능케 해주는 편리함에 익숙해져가고 있다. 하지만 그로 인해 그 이면에 깔린 인간의 존엄성과 관련된 문제, 우리 자신에 대한 어쩌면 가장 기본적이고도 기초가 되어야 하는 부분들을 잊은 체 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과학 기술의 중요성이 날로 증대되고 있는 오늘날 그를 둘러싼 수많은 이들의 경쟁관계는 이 소설과 같은 위험, 비극을 낳을 수도 있다. 자신이 누구인지도 알지 못한 체 살아야 하는, 그것은 인간에게 있어서는 안 되는 이 시대 가장 큰 비극이 아닐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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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의 재미는 역시 미궁에 빠진 사건속 실마리를 통해 숨겨진 범인을 맞추는 것이 아닐까? 그런면에서 범인이 누군지 알아맞추기 힘들게 해놓은 소설이 재미있는 추리소설이 될수가 있다. 하지만 단지 맞추기 어렵게만 해놓을것이 아니라 충분한 자료를 제시해 주어야 따분하고 어렵지 않은 소설이 될것이다. 이와 같은 면에서 보면 이 책은 상당히 재미있는 소설이다. 의외의 사람이 범인으로 밝혀지고 또한 그 과정들이 따분하지 않게 긴장감을 잃지 않으면서 진행된다.
책을 읽은 사람한테는 줄거리를 같이 나누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 될수 있겠지만 아직 책 표지도 펼쳐보지 않은 사람에게 내용을 다 이야기해 줘 버리면 그 사람에게서 읽는 재미를 빼앗아 버리는게 되니 줄거리가 아닌 도입부의 내용만 간단히 말하면 다음과 같다. 주인공인 도리야마는 일러스트레이터로 아내와 함께 행복한 생활을 하는 일상적인 사람인데 어느날 저녁 집에 돌아와 보니 아내가 살해되어 있고 전화가 한통 걸려온다. 눈앞에 아내가 죽어 있는데 전화건 사람도 아내.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아내는 전화를 끊고, 여전히 눈앞에는 시체가 있다. 그리고 계속되는 사건들. 누가 아내를 죽였으며, 전화건 아내는 누구고, 왜 아내를 죽였을까? 거기다가 자신의 기억은 어딘가 한쪽이 비어있는것 같다.
처음부터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상황을 만들어 놓은 덕분에 궁금증 때문에라도 계속해서 책을 읽게 만든다. 긴박감이 넘치는 스릴도 있고 여러가지 전문적인 듯한 용어도 나오면서 과학소설 냄새도 좀 난다.마지막 반전이 약간은 억지인듯하나 나름대로 설명하려고 애쓴점은 봐줄만 하다. 별로 부담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중간에 나오는 과학적인 자료도 별로 깊게 이해할 필요없이 맥가이버식의 액션처럼 간단히 넘어가도 될만하며, 분량도 그다지 많지 않으니 여행길이나 쉬는 틈틈이 읽어도 괜찮을 것 같다. [인상깊은구절] 길 한가운데서 개가 없는 개 사슬을 들고 있는 남자처럼, 나는 끊어진 전화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귓속에서는 지금 들은 목소리가 어린애 노랫소리처럼 울리고 있었다. 미유키 목소리다. 틀림없는 미유키 목소리다. 미유키는 죽지 않았다. 살아 있다.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파고들고 나서, 나는 수화기를 놓고 뒤돌아보았다. 촛불이 테이블 밑의 늘어진 여자 다리를 비추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