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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을 쌓고 싶어서 고전을 읽어야겠다 생각했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미국 작가라는 책 소개에 들어본 적 없는 낯선 이름에 '지금껏 참 상식없이 살아왔구나' '기왕이면 원문으로 보고 싶다' 맘이 들었다 그래도 너무 막 살지는 않아서 '에덴의 동쪽' 이나 '분노의 포도'는 이름 정도 알고 있었지만 뭔가 허들이 높아 보였고 가볍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붉은 망아지'를 골라보았다 처음 접해보는 작가에 배경이 되는 지역이나 시대에 대해 거의 몰라서 공감을 할 수 있을까 '읽어내는데' 의의가 있겠지 생각했는데 왠지 첫 장 '선물'의 붉은 망아지 이야기가 낯설지 않았다. 더욱이 더듬더듬 읽어가는 도중에 신기한 것은 묘사되는 풍경과 인물들이 눈에 어른거리고 오히려 책에 묘사된 내용과는 조금 다른 모습으로 그려지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빌리 벅은 책에서는 외모가 조금 퉁퉁하고 두루두루 유능한 작은 삼촌 느낌인데 내가 그려낸 빌리 벅은 날쎄 보이는 제임스딘 같은 미남형이었고 아버지 칼은 머리 속에 그려지는 그림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모습으로 책에서는 묘사되었다. 참 이상한 일이 아닌가 내가 그렇게 감수성과 심상이 풍부해서 읽은 책 내용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하기에 너무 민망했고, 이 오묘한 경험은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하고 존 스타인벡과 그 작품들을 검색해보니 붉은 망아지는 영화화가 되어있었다. 아마도 아주 예전 어릴 적에 보게된 이젠 기억도 제대로 안나는 영화 장면들이 이미지만 남아있다가 이 책을 읽어가며 그 내용을 머리 속에서 재조립하기 시작했나보다. 영상은 찾기 힘들었지만 검색되는 스크린 샷들을 보면 책을 읽으면서 왠지 '이렇게 생겨야하는데!!' 했던 빌리 벅의 모습이나 책의 묘사보다 훨씬 젊어보이는 부모님들의 모습이 내가 느꼈던 이상하고 이질적인 기분의 원인과 그 증거가 되었다. 그리고 첫 장 기프트 내용에서도 '어른의 말을 듣고 따랐다가 낭패보게 되는' 혹은 '가장 아끼는 것을 불가항력으로 빼앗기게 되는 슬픔' 이런 이미지가 미리 떠올랐는데 책에서는 오히려 그런 드라마 같은 감정적인 면을 눈물 쏙 콧물 쏙 하게 그려지지는 않았고 오히려 담담하고 까끌까끌하게 풀어준다. 아마도 이런 나만의 충격도 남아있던 기억과 실제와의 차이었을테지... 크게 공감하게 될 거라 기대없이 시작한 책에서 이상한 점접을 봤고 어릴 때 기억까지 소환하게 되어 나름 재밌는 경험이었다. |